'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다시 한 번 발롱도르(Ballon d'Or)를 석권하며 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10월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메시는 투표 결과 강력한 경쟁자였던 엘링 홀란(노르웨이)과 킬리앙 음바페(프랑스)를 제치고 남자 부분 수상자로 확정됐다. 개인 통산 8번째 수상이다.
 
한편 한국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최종 투표에서는 수비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22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 선수가 발롱도르 후보에 이름을 올린 건 2002년 벨기에 리그에서 활약했던 설기현, 2005년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의 챔스 4강을 이끌며 맨유로 이적한 박지성, 2019년과 2022년 유일하게 두 차례나 후보로 포함된 손흥민에 이어 김민재가 역대 4번째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37년 만에 나폴리의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이끈 주역으로 맹활약했고, 올시즌을 앞두고는 유럽 최고 명문중 하나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생애 처음으로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본선에서 유의미한 득표까지 수상한 김민재는, 이제 명실상부 월드클래스급 선수의 반열에 올랐음을 인정받았다.
 
발롱도르는 전 세계 스타 축구선수들의 로망으로 꼽힌다. 프랑스어로 '황금공'을 뜻하는 발롱도르는, 1956년 프랑스의 세계적인 축구잡지 '프랑스 풋볼'이 창설하여 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축구 선수에 수여되는 상이다. 그만큼 축구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도 불린다. 요한 크루이프, 미셸 플라티니, 마르코 판 바스텐(이상 3회),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등 세계축구를 풍미한 위대한 레전드들 다수가 이 상을 거쳐갔다.
 
처음 시작 당시, 수상 대상자는 유럽 국적-리그 소속으로만 한정됐다. 이로 인하여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로 꼽히지만 비유럽 출신이었던 펠레(브라질)와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높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현역 시절 발롱도르 수상 경력이 전무하다. 2007년부터 국적과 소속 클럽에 상관 없이 전 세계 선수를 대상으로 수상범위를 변경하면서 지금의 위상을 구축하게 됐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FIFA 올해의 선수'와 통합된 FIFA 발롱도르를 시상했으나 2016년부터 다시 분리되어 통합 이전으로 돌아갔다. 'FIFA 올해의 선수'가 언론뿐만 아니라 현재 각국 국가대표팀 주장과 감독 등 전문가과 팬들에게도 일정한 투표권을 주는 반면, 발롱도르는 전세계 100명의 기자단 투표로만 선정된다. 또한 2018년부터는 '발롱도르 페미닌'이 신설되며 그 해 여자 축구 최고의 선수에게도 발롱도르를 수여하고 있다.
 
메시는 발롱도르 최다 수상자이자 각종 관련 기록들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2009년 당시 22세의 나이에 바르셀로나의 7관왕을 이끌며 첫 수상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발롱도르 역사상 유일무이한 4년 연속 수상을 달성했다. 이후 2015년과 2019년, 2021년에도 수상을 추가했고 2년만에 다시 한번 발롱도르를 거머쥐며 본인이 세운 최다 수상 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다.
 
메시 다음으로 발롱도르를 많이 거머쥔 선수는 동시대를 풍미한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5회였다. 하지만 호날두가 2017년을 끝으로 더 이상 발롱도르를 추가하지 못한 반면, 메시는 이후에도 3회의 수상을 더 달성하며 격차가 벌어졌다.
 
올해의 수상은 '월드컵 우승'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프랑스를 꺾고 역대 3번째이자 36년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주장인 메시는 월드컵에서 결승전 2골을 포함 총 7골-3도움의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우승을 이끌었다.
 
메시는 그간 클럽무대에서는 숱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월드컵을 비롯한 국가대항전과는 유독 인연이 없다는 징크스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메시는 2021년 남미대륙선수권인 코파 아메리카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이듬해는 4전 5기끝에 월드컵까지 석권하며 이미 화려한 축구인생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메시에게는 5번째 도전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았던 월드컵이었기에 더욱 감동적인 우승이었다. 전세계 외신과 전문가들은 카타르월드컵 우승으로 메시가 펠레-마라도나의 뒤를 잇는 진정한 '축구 황제'로 등극하며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 선수)' 논쟁에도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는 찬사를 보냈다.
 
평생에 걸쳐 한번 수상하기도 힘든 발롱도르를 8회나 수상했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오랫동안 유지하며 찬란한 성과를 올렸다는 의미다. 향후 수십년간 메시의 업적을 뛰어넘는 선수가 나오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기투표로 변질된 발롱도르의 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올해 메시의 수상은 크게 이견이 없는 편이지만, 무려 8회나 수상을 독점할 정도로 메시의 활약이 독보적이었는지는 시즌마다 평가가 엇갈린다. 이는 호날두와 더불어 세계축구를 양분하던 전성기 시절부터 제기된 문제였다.
 
대표적으로 2010년에는 인테르의 트레블(3관왕)과 네덜란드의 이끈 웨슬리 스네이더르, 2021년에는 바이에른 뮌헨의 리그 우승과 분데스리가 최다골 기록을 경신한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등이 메시에게 밀려 수상에 실패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해당 선수들도 공개적으로 발롱도르 수상 기준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해당 시즌의 메시 역시 메이저대회 우승이나 득점왕 등을 차지하며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경쟁자들에 비하여 인기와 지명도로 보이지 않는 수혜를 입었다는 비판이 나았다.
 
올해 발롱도르 역시 메시는 상대적으로 클럽무대에서의 성과는 아쉬운 편이었다.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앙 우승과 도움왕을 기록했으나 개인 활약면에서는 전성기에 크게 못미쳤고 유럽클럽대항전에서는 부진했다. 또한 2022-23시즌을 마치고 유럽을 떠나 축구계에서는 메이저무대라고 할수 없는 미국 MLS로 진출하여 활약중이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맨시티의 트레블을 이끈 홀란, 지난 시즌까지 팀동료였던 음바페 등, 차세대 신성들의 도전을 뿌리치며 왕좌를 수성했다. 메시는 발롱도르 역사상 최초로 비유럽권팀 소속으로 수상을 차지하는 이색적인 기록도 남겼다.
 
메시가 이미 유럽을 떠났고, 나이를 감안할 때 차기 월드컵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이 마지막 발롱도르 수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메시는 지금까지 이룬 업적만으로도 이미 축구 역사에 깨지기 힘든 불멸의 전설로 남을 것이 확실시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리오넬메시 김민재 발롱도르 월드컵우승 GOAT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