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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에 참석한 이들에게 뒤에 보이는 극락전에 대해 설명하는 현장스님. 대원사는 여순사건 때 불탔지만  극락전은 살아남았다.
 템플스테이에 참석한 이들에게 뒤에 보이는 극락전에 대해 설명하는 현장스님. 대원사는 여순사건 때 불탔지만 극락전은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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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월), 전라남도 보성군 문덕면 죽산길 506-8번지에 있는 호젓한 절 대원사를 방문해 1박 했다. 보성에서 대원사로 향하는 도로변에는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잎을 떨군 채 내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봄이면 10리 벚꽃이 활짝 피어 상춘객들을 부른다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된 길이다.
 
주암호에서 사찰로 가는 6㎞ 계곡을 끼고 가는 길은 어머니의 모태와도 같은 모습이다. 절 입구 좌측에 하얀 몸체를 드리우며 서 있는 수미광명탑과 티벳박물관이 절을 찾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대원사에서는 특별한 가람조경으로 우리 몸의 7개의 챠크라를 상징하는 7개의 연못 ‘칠지가람(七池伽藍)’을 만들어 연꽃생태공원, 수생식물, 자연학습장으로 가꾸고 있다. 백련, 홍련, 황련 등 연꽃과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108종의 수련, 50여 종의 수생식물들이 극락의 향기를 전해준다.
 
대원사의 창건설화... 봉황이 알을 품고있는 형국인 ‘봉소형국(鳳巣形局)’
 
대원사는 백제 무녕왕 3년(503년) 신라에 처음 불교를 전한 아도화상에 의해 창건되었다. 대원사의 창건설화가 재미있다. 경상북도 선산군 모레네 집에 숨어 살면서 불법을 전파하던 아도화상의 꿈속에 봉황이 나타나 말했다.
 
“아도! 아도! 사람들이 오늘밤 너를 죽이고자 칼을 들고 오는데 어찌 편안히 누워 있느냐, 어서 일어나거라”
 
“아도! 아도!” 하는 봉황의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창밖에 봉황이 날갯짓하는 것을 보았다. 봉황의 인도를 받아 광주 무등산 봉황대까지 왔는데 그곳에서 봉황이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템플스테이에 참석한 이들에게 대원사에 대해 설명하는 현장스님. 현장스님의 뒷편에 보이는 부도는 대원사를 중건한 '자진원오국사' 부도이다.
 템플스테이에 참석한 이들에게 대원사에 대해 설명하는 현장스님. 현장스님의 뒷편에 보이는 부도는 대원사를 중건한 '자진원오국사' 부도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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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의 인도로 목숨을 구한 아도화상은 세 달 동안 머물 곳을 찾아 호남의 산을 헤매다가 마침내 하늘의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의 ‘봉소형국(鳳巣形局)’을 찾아내고 기뻐 춤추며 산 이름을 천봉산이라 부르고 대원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창건된 지 1500년이 넘는 대원사는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여순사건 때 불탔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극락전이 살아남았다. 대원사 극락전은 조선 영조 42년(1766년)에 건립되었다. 여순사건으로 대원사가 불탈 때 문짝만 타고 보존된 성보문화재이다.
 
현재 전라남도 지방유형문화재 제87호로 지정되어 있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 다포계 양식으로 건축되었으며 하나로 이어진 창방이 특징이다. 내부에는 조선 중기에 조성된 아미타삼존불이 봉안되어 있으며 양측 벽면에 그려진 달마대사도와 백의관음보살도는 우리나라 사찰 벽화 중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생명의 존귀함 일깨우는 태아령 천도
 
모태와 같은 위치에 있는 대원사에서는 태아영가의 천도를 위한 백일기도를 1년에 2번씩 봉행하고 있다. ‘태아령’이란 부모와 인연은 맺어졌지만 이 세상의 햇빛을 보지 못하고 죽어간 불쌍한 어린 영혼들을 말한다.
  
대원사에서는 태아영가의 천도를 위한 백일기도를 1년에 2번씩 봉행하고 있다. '태아령'이란 부모와 인연은 맺어졌지만 이 세상의 햇빛을 보지 못하고 죽어간 불쌍한 어린 영혼들을 말한다.
 대원사에서는 태아영가의 천도를 위한 백일기도를 1년에 2번씩 봉행하고 있다. '태아령'이란 부모와 인연은 맺어졌지만 이 세상의 햇빛을 보지 못하고 죽어간 불쌍한 어린 영혼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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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양을 마치자 주지인 현장 스님이 절을 구경시켜주겠다며 따라오란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일행과 함께 극락전 뒤편으로 가자 ‘자진원오국사 부도’가 나왔다.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35호인 자진원오국사 부도는 송광사 제5대 국사로서 고려 원종 원년(1260년)에 이곳 대원사를 중건한 자진원오국사를 모신 것이다.
 
높이 2.36m로 8각원당형 탑신에는 ‘자진원오국사정조지탑’이라는 명문이 있으며 각면에 보살과 사천왕상이 조각되어 있다. 6.25동란으로 사찰의 대부분이 소실되었으나 극락전과 함께 원형이 보존된 고려 후기의 부도이다.
 
지리산 야생차에 대해 설명하는 현장스님
 지리산 야생차에 대해 설명하는 현장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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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신을 모시는 성모각 모습. 천봉산은 지리산, 계룡산, 모악산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여산신을 모시고 있다
 여산신을 모시는 성모각 모습. 천봉산은 지리산, 계룡산, 모악산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여산신을 모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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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은 차로 유명한 고장이다. 대원사에는 어쩌면 보성차의 원조가 될 만한 야생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대원사에서는 매년 5월 5일 ‘보성 다향제’ 프로그램으로 한중일 삼국 차문화교류대회를 열고 있다.
 
현장스님을 따라 야생차밭을 구경하고 올라간 곳에는 성모각이 있었다. 천봉산은 지리산, 계룡산, 모악산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여산신을 모신 성모각이 있다. 6.25당시 불타 없어졌으나 지난 95년 복원한 산신각은 보통 할아버지가 호랑이를 거느리고 있지만 이곳은 어머니 산신이 사슴을 거느리고 있다.
 
일주문에 들어서는 중생을 어머니 품처럼 감싸주는 혈자리에 성모각이 있는 것은 아버지에게 말하기 어려운 부탁을 어머니에게 하듯이 마음의 근심걱정을 기대라는 의미가 있다.
 
한국의 작은 티벳 대원사 티벳 박물관
 
대원사에는 한국의 작은 티벳이라 불리는 티벳박물관이 있다. 청전스님과 함께 인도를 여행하던 현장 스님은 북인도 라다크에서 한 달간 침묵안거 중인 달라이라마 성하를 친견하고 티벳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티벳불교를 한국에 소개하는 법회를 100회 이상 열었고 대원사 주지를 하면서 2001년에 티벳박물관을 개관하게 되었다. 티벳박물관에는 티벳 미술품 1000여 점과 인도 및 네팔, 부탄, 중국 등의 유물 3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2001년에 개관한 티벳박룸관 모습으로 티벳미술품 1000여점과 인도 및 네팔, 부탄, 중국 등의 유물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2001년에 개관한 티벳박룸관 모습으로 티벳미술품 1000여점과 인도 및 네팔, 부탄, 중국 등의 유물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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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박물관에는 '묵상과 죽음을 묵상하는 티벳법구'가  전시되어 있다. '다마루'는 남녀의 두개골을 한데 묶어 만든 작은 북이다. '깔링'은 사람의 무릎뼈로 만든 피리이며 '까발라'는 고승의 두개골로 만든 법구이다. 고인을 추모하고 죽음과 무상을 동시에 묵상하면서 정진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티벳박물관에는 '묵상과 죽음을 묵상하는 티벳법구'가 전시되어 있다. '다마루'는 남녀의 두개골을 한데 묶어 만든 작은 북이다. '깔링'은 사람의 무릎뼈로 만든 피리이며 '까발라'는 고승의 두개골로 만든 법구이다. 고인을 추모하고 죽음과 무상을 동시에 묵상하면서 정진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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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박물관에는 ‘묵상과 죽음을 묵상하는 티벳법구가 전시되어 있다. 이 중 ’다마루‘는 남녀의 두개골을 한데 묶어 만든 작은 북이다. ’깔링‘은 사람의 무릎뼈로 만든 피리이며 ’까발라‘는 고승의 두개골로 만든 법구이다. 현장 스님이 사람의 유골을 이용해 법구로 만드는 티벳사람들의 풍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티벳 사람들은 윤회를 믿고 삼세인과(三世因果)와 스승들의 가르침을 믿고 따릅니다. 그들은 현생의 업이 내세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죽을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걸 재산으로 여겨 남을 돕는 선한 마음 지혜 복의 재산을 내세로 가지고 간다고 여깁니다. 본인의 시신을 배고픈 중생들에게 베풀고 가는 걸 보시로 여깁니다. 티벳인들은 죽을 때 살과 가죽은 독수리 밥으로 돌려주는 조장(鳥葬) 풍습이 있죠. 남은 뼈와 유골은 법구로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승의 유골로 만든 법구로 고인을 추모하고 죽음과 무상을 동시에 묵상하면서 정진하는 겁니다.”
    
대원사 주지인 현장스님이 부처님 족적 앞에서 대원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순사건으로  불타버린채 거의 폐허가 된 절을 현재 모습으로 되살린 분이다.   법정스님의 외조카이기도 하다.
 대원사 주지인 현장스님이 부처님 족적 앞에서 대원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순사건으로 불타버린채 거의 폐허가 된 절을 현재 모습으로 되살린 분이다. 법정스님의 외조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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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불교에서는 부모보다 스승을 더욱 존경하는 풍습이 있어 스승의 발에다 절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이들이 부처님 발자국에 절하고 있다.
 티벳불교에서는 부모보다 스승을 더욱 존경하는 풍습이 있어 스승의 발에다 절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이들이 부처님 발자국에 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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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박물관을 돌아 50여미터쯤 올라가면 ’어린왕자 선(善)문학관‘이 있다. 이곳은 템플스테이 하는 학생이나 일반인들을 초대해 ’어린왕자와 함께 구도여행을 하는 곳‘이다.
 
대원사에서는 '어린왕자 선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학생과 일반인들과 함께 구도여행을 하는 곳이다.
 대원사에서는 '어린왕자 선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학생과 일반인들과 함께 구도여행을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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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동자가 53 선(善)지식을 찾아가듯 어린왕자는 여섯 개의 별을 찾아 육도윤회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어린왕자는 여섯 개의 별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교만, 허영, 나태, 무지, 욕망, 위선을 보고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 온다.
 
사막에서 여우스승을 만나 최고의 지혜를 얻고 고향별로 돌아간다. 어린왕자 스토리는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선재동자가 53 선지식을 찾아 떠나는 구도여행과 둘이 아니다.
 
대원사에는 곳곳에 연꽃을 기르고 있다. 주지인 현장 스님이 연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본체청정(本体清浄)‘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 아닐까? 본체청정은 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한다. 바닥에 오염물이 즐비해도 그 오물에 뿌리 내린 연꽃 줄기와 잎은 청정함을 잃지 않는다. ’본체청정'의 의미를 곰곰생각하던 그때 현장스님이 시 한 수를 읊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는다.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를 얻는다. 나는 나를 버려야 참나를 얻는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대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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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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