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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이천문화재단이 실시한 ‘이천문화자치 시민리더 양성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천문화시민기획자들이 5주 간의 교육을 마치고 활짝 웃고 있다.
 지난 11일, 이천문화재단이 실시한 ‘이천문화자치 시민리더 양성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천문화시민기획자들이 5주 간의 교육을 마치고 활짝 웃고 있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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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이천문화자치 시민리더 양성프로그램(부제:이천문화쌀롱)'에 참여하면서, 이천에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활동하는 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많은 분이 재미있고 유익한 이천만의 문화를 만들고 알리기 위해서 힘쓰는 현장도 봤다. 저도 이천 시민으로서 이천문화를 만들고 이천문화가 발전하는 데에 힘을 보태고 싶다."


작곡가 김수아(31)씨가 이천문화쌀롱에 참여하면서 느낀 소감이다. 김씨는 주로 컴퓨터로 작곡 작업을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삽입곡, 전시 음악, 미디어아트 전시음악, 창작 뮤지컬 곡 등 분야는 다양하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뮤지컬 수업이나 피아노 수업도 한다.

그녀는 지난 9월 13일부터 10월 11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이천문화쌀롱에 갔다. 그곳에서 마을 활동가, 문화예술가, 도예가, 퇴직 공무원, 그림책작가, 예술강사, 대학생, 청년작가 등 27명의 이천문화시민기획자와 다채로운 방식으로 소통했다.

궁금했다. 시민들이 직접 문화를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생생한 현장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10월, 4일(수)과 11일(수) 이천시청 대회의실을 찾았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10월 4일, (재)이천문화재단(이사장 김경희, 대표이사 이응광)이 실시한 이천문화쌀롱은 한껏 무르익고 있었다. 김윤지 ㈜웰컴그라운드 대표의 '브랜딩과 스토리텔링' 주제 강의에 이어 팀별 문화기획 토의가 실시됐다.

이날 이천문화쌀롱은, 대본없는 즉흥 생방송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예컨대, 40대 정도로 보인 남자가,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이천문화로 풀어보는 건 어떠냐?"라고 툭 던졌다. 이 제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몇 가지 제안이 나왔으나 아직 그럴싸한 사업 아이디어를 찾지 못해 고심하던 찰나였다. 침묵은 짧았다. 남자가 던진 제안은 바로 발아되기 시작했다. "오~ 좋다." 7명의 팀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듯 공감 표시를 했다.
 
지난 11일, 이천문화기획자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갔으면 하는, 문화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1일, 이천문화기획자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갔으면 하는, 문화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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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대한민국 중년 남자는 아내나 가족, 친구한테 털어놓기에는 민망하고 쑥스러운 고민이 많다. 그렇다고 하여 가슴에 품고 있자니 답답하다. 이천에 있는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중년 남자들이 재미있게 놀면서 자연스럽게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도 찾는 그런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팀원들은 특정 대상, 그중에서도 중년 남자에 초점을 맞춘 이 제안을 팀 사업 주제로 선택했다.

이어서 이 제안에 의미와 즐거움을 겸한 여러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중년 남자를 위한 꽃과 시와 차, 음악과 이천 지역에 있는 술 관련 회사, 질병과 다양한 분야의 의사 섭외 등. 팀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자유롭고 화기애애하게 소통하고 토의했다.

토의 주제에 이천시 문화자치 발전 방안과 시민의 문화욕구와 필요 충족이라는 큰 줄기가 흘렀다. 얼마 후 팀원 가운데 한 사람이 노트북에 리플릿 디자인 작업을 했다. 노트북 화면에는 바바리코트를 입은 가을남자가 있었다.

2시간도 채 안 된, 제한된 시간에 이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이런 풍경은 5명~7명으로 구성된 5개의 소그룹팀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11일에 어떤 제안이 발표될지, 어떤 팀이 선정될지 기대됐다. 그 밤 이천시청 대회의실은 이천문화시민기획자의 열기로 반짝였다.  
지난 11일, 이천문화기획자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갔으면 하는 문화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1일, 이천문화기획자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갔으면 하는 문화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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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멤버 피칭(Pitching)데이', 팀별로 토의 결과물을 발표하고 그 가운데 2개의 실습팀을 선정하는 날이었다. 팀별 발표 방식은 신선하고 다양했다. PPT와 유튜브, 창작뮤지컬 등. 내용은 참신했고 발표자들의 발표실력은 훌륭했다.

가 팀은 '지락실(지구오락실)세대놀이편'이라는 주제로 3세대가 함께 어울리고 놀고 소통하는 놀이문화를 제안했다. 이어 나 팀의 주제는 '이천 길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이 팀은 여러 사람이 같이 이천의 산길을 걸으면 공통된 마음과 공동체성이 생기고,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환경과 기후변화까지 연계한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천착했다.

다 팀의 주제는 '오예수(오늘의 예술 수다)', 이 팀은 시민과 이천시에서 작업하고 있는 예술가와 만남의 시간갖기, 미술관 둘러보기,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체험이나 예술작품으로 글쓰기 등. 예술과 나의 일상이 분리되지 않고 같이 가는 문화를 만들고 그것을 확장해보자고 제안했다.

라 팀은 '이천의 3355 중년 남자 속풀자'라는 주제로, 중년남자의 축제, 중년남자의 마음, 신체, 정신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재치있게 발표했다. 마 팀은 연극을 통한 심리치료문화라는 이색적인 제안을 선보였다. 주제는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 알아가는 축제', 시민이, 다양한 상황극 방에 들어가서 연극을 해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다.

제안 발표가 끝나면 질문이 이어졌다. 주로 경쟁자인 팀에 도움이 되고 보완하면 더욱 좋을 질문이었다. 팀별 발표와 질문이 마무리되고 떨림과 기대로 대회의실은 다시 반짝였다. 실습팀 선정 심사위원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든 이천문화시민기획자였다. 이들은 자기 팀을 제외한 다른 팀에 점수를 줬고 그것을 합산해 높은 점수를 받은 2팀이 최종 선정했다.

이 과정을 거쳐 선정된 팀은 '이천 길을 찾는 사람들'과 '오예수'이었다. 일주일 만에 시민들의 힘으로 이렇게 기발한 문화기획이 나올 수 있구나 싶었다. 선정되지 않은 팀은 낙심할 필요없다. 이 팀원들은 선정된 팀의 일원으로 자원하여 합류한다. 그리고 11월 30일까지 이천문화재단과 함께 계획서를 보완하고 예산을 편성하고 주제에 걸맞는 문화를 만들어간다. 
이천문화시민기획자들은 2회에 걸쳐 문화자치선정도시를 탐방했다.
 이천문화시민기획자들은 2회에 걸쳐 문화자치선정도시를 탐방했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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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전문문화기획자가 기획하고 준비한 사업을 시민이 따라가는 방식이 아닌, 지역 생태계와 필요를 잘 아는 시민이 기획하고 지역사회 주민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상호협력해가면서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이천문화시민기획자는 청주, 완주, 고창, 안성 등 2회에 걸쳐 문화자치 선정지역도 탐방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자치가 실현된 요인, 문화자치 사업의 공간 활용도, 투자 비용과 효율성, 그리고 그 지역이 가진 정체성과 차별성 등을 살폈다. 이천시에 적용할 점과 지속적인 이천시 문화자치 실현과 문화발전을 위한 방안도 모색했다. 다양한 소감도 나눴다. 아래는 그 가운데 일부이다.

▲일면식도 없던 시민들이 소그룹으로 팀을 이루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면서 예산을 편성하고 실행해보는, 문화기획의 전반적인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함께 하는 힘의 중요성도 느꼈다. ▲다양한 사례를 접하며 문화기획의 경계가 넓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문화자치사업에 있어 시민 역할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탐방이었다. ▲시민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공적예산뿐만 아니라 민간단체도 내실 있게 활동하고 협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그리고 싶은 문화공간, 그리고 문화도시 그림이 실현 가능하다는 점, 그 공간의 주체인 시민(주민)의 의식과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실감했다.

모든 참여자가 이천문화의 주체가 되는, 이천문화자치시민리더의 행보가 기대된다.

태그:#이천문화자치, #이천문화재단, #이천시민문화기획자, #문화, #이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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