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이강인이 튀니지전에서 왼발 프리킥골을 넣은 후 포효하고 있다.

▲ 이강인 이강인이 튀니지전에서 왼발 프리킥골을 넣은 후 포효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클린스만호가 에이스 손흥민의 부재에도 시원한 골 폭풍을 몰아치며 기분 좋은 대승을 거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 평가전에서 4-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튀니지와 상대 전적에서 1승 1무 1패로 균형을 이뤘으며, 지난 사우디 아라비아전에 이어 2연승을 기록했다.
 
한국vs튀니지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의 오른쪽 풀백 설영우가 튀니지 수비수와 충돌한 장면

▲ 한국vs튀니지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의 오른쪽 풀백 설영우가 튀니지 수비수와 충돌한 장면 ⓒ 박시인 기자

 
 
전반 내내 답답한 공격 전개
 
한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최전방에 조규성을 필두로 2선에서 항희찬-이강인-이재성이 받치는 전형이었다. 중원은 홍현석-박용우, 수비는 이기제-김민재-정승현-설영우가 나란히 포진하고,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손흥민과 황인범은 부상으로 제외됐다.
 
3-4-3 포메이션을 가동한 튀니지를 상대로 한국은 전반 내내 이렇다 할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중앙과 측면 모두 뚜렷한 공격의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내려앉은 튀니지의 밀집 수비를 무너뜨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20분 아크 정면에서 조규성의 슈팅이 그나마 위협적이었을 뿐 전체적으로 공격 전개의 디테일함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전반 중반 이후 이강인과 이재성의 포지션을 바꾸며 변화를 꾀하자 미드필드를 장악하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전반 45분 동안 두 팀 모두 코너킥을 기록하지 못할만큼 아쉬움이 남았다. 슈팅수는 한국이 3-1로 앞섰으나 전부 골문 밖으로 향했다.
 
한국 대표팀 이강인이 튀니지전에서 첫 골을 터뜨리자 팀 동료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 한국 대표팀 이강인이 튀니지전에서 첫 골을 터뜨리자 팀 동료들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이강인, 명품 왼발킥으로 분위기 반전
 
후반전은 이강인의 원맨쇼 타임이었다. 후반 11분 야스 샤히리의 반칙으로 자신이 얻은 프리킥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수비 벽을 절묘하게 넘긴 왼발슛이 골키퍼 손에 스치며 골망을 갈랐다. 이강인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2분 뒤에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수와 경합하며 넘어졌지만 재빨리 일어난 뒤 왼발슛을 성공시켰다. 후반 22분에는 팀의 세 번째 득점의 기점 역할을 해냈다. 오른쪽에서 이강인이 띄어준 코너킥이 김민재의 머리에 정확히 닿았다. 공은 메리아의 몸에 맞고 굴절되며 들어가면서 자책골로 기록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23분 황희찬, 조규성 대신 정우영, 황의조를 투입하며 공격진을 실험했다. 후반 37분에는 홍현석, 설영우를 불러들이고 이순민과 김태환을 넣었다.
 
3골을 뒤진 튀니지는 강하게 공격적으로 전환했지만 최후방을 지킨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수비 조직이 매우 단단했다. 김민재는 빠른 커버링과 몸싸움으로 튀니지 공격진을 무력화시켰다.
 
후반 45분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이강인이 빠지고 문선민이 투입되며 짧게 나마 경기를 소화했다. 한국은 3골에 만족하지 않았다. 박용우가 헤더로 길게 멀어준 패스가 튀니지 수비 사이를 통과하며 황의조에게 단독 기회로 연결됐다. 황의조는 침착하게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지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부분적인 전술 변화, 클린스만호 출범후 최다 득점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격 축구를 선언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6경기 5득점에 불과했다. 경기당 1골이 채 되지 않는 득점력으로 인해 부임 초반 5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적으로 큰 실망감을 남겼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과는 달리 뚜렷한 방향성과 전술적 색채를 찾아볼 수 없어 클린스만을 향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올 시즌 토트넘에서 원톱을 맡고 있는 손흥민에게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맡기거나 넓은 공수 간격으로 인해 선수들의 동선이 길어지는 현상을 수정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날 튀니지전에서는 투톱을 중심으로 하는 4-4-2가 아닌 미드필더 한 명을 늘려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해 눈길을 끌었다. 또, 좌우 윙어를 최대한 넓게 벌리는 것에서 탈피해 중앙으로 좁히고, 빠른 측면 전환 패스로 해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번 튀니지전에서는 이강인이 가세함에 따라 더욱 날개를 달았다. 이강인은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개인기와 왼발 패싱력으로 독보적인 기량을 뽐냈다. 

무엇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에 올라있는 손흥민의 결장에도 클린스만호 출범 후 최다 득점과 최다 점수차를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다. 또, 주전 붙박이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도 워밍업 도중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홍현석이 효과적으로 메워냈다.

사우디 아라비아전 조규성, 이번 튀니지전에서는 황의조가 득점을 올리며 정통 스트라이커들이 꾸준하게 골맛을 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모처럼 시원한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클린스만호가 17일 열리는 베트남전에서 3연승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서울월드컵경기장, 2023년 10월 13일)
한국 4 - 이강인 55' 57' 메리아(자책골) 67' 황의조 91+'
튀니지 0

선수명단
한국 4-2-3-1 : 김승규 - 설영우(82'김태환), 정승현, 김민재, 이기제 - 박용우, 홍현석(82'이순민) - 이재성, 이강인(90'문선민), 황희찬(68'정우영) - 조규성(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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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튀니지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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