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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지났다. 예전부터 명절은 민심의 용광로로 불렸다. 명절엔 일가친척이 만나 정치적 견해를 나누는 경우가 때문이다. 이번 명절은 연휴가 길었다. 또 연휴 전후 정치적 이벤트가 많았다.

추석 민심을 들어보고자 지난 7일 조대원 리서치한국 여론정책연구센터 센터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조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지방에선 지역 이기주의 기승 부릴듯"
 
조대원 리서치한국 여론정책연구센터 센터장
 조대원 리서치한국 여론정책연구센터 센터장
ⓒ 조대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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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추석 연휴 꽤 길었어요. 요즘은 명절 후 민심이 크게 요동치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친지들 만나서 얘기 들어보셨을 텐데 뭐라고 하시던가요?

"이번에 고향 다녀왔는데, 제 고향은 영천시고 또 활동 무대는 대구거든요. 어쨌든 TK 민심은 여전히 국민의힘 지지가 견고했어요. 특히나 민주당이 체포 동의안 가결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를 보고 더욱 반민주당 정서가 커진 모습이었어요. '우리라도 대통령 안 도와주면 저런 사람들이 다시 정권잡고 나라 좌지우지하지 않겠나. 우리라도 똘똘 뭉쳐서 국민의힘과 대통령 지키자'란 생각들이 노년층 중심으로 많아 보였어요. 그래서 내년 총선도 수도권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방은 지역주의가 또 기승을 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한 가지 제가 주목해서 본 게 뭐냐면 경산시 같은 경우는 박근혜 정부 때 최경환 부총리 있잖아요. 최 부총리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최경환 부총리가 여기 출마 하겠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경산이 원래 자기 지역구니까. 그래서 주변 분들한테 한번 반응을 떠보니 최경환 부총리 찍어주겠다는 분들이 꽤 되더라고요."

- 그럼, 친박 신당이 나올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지금 행보와 메시지를 봐서는 친박 신당이란 이름을 걸진 않을 거예요. 다만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 중에 감옥 갔다 오고 고생한 사람들이 대구경북에 출마하면 국민의힘과 접전을 치를 것이란 생각은 들어요. 대구경북 사람들이 봤을 땐 그 사람들이 무슨 큰 죄를 저질러서 감옥 간 게 아니라 정치적 박해를 받아서 그리됐다며 동정하는 분위기가 강하거든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짠해하는 마음도 강하고. 그러니 굳이 친박 신당이란 간판을 걸지 않더라도 인지도 높은 몇몇 친박 인사들은 무소속으로 나와도 경쟁력이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이 부결 됐어요. 정부 발목 잡기인가요 아니면 정당한 부결인가요?

"제 주변에 국민의힘 정말 열심히 지지해 온 한 분이 계세요. 그런데 그분이 무슨 말씀을 하셨냐 하면 '이균용은 나머지 장관 후보자들보다 더 문제가 많아 보이더라. 그래서 화가 난다. 왜 자꾸 저런 사람들을 내냐'였어요. 야당은 원래 반대하는 게 본업인 사람들이라고 쳐도 국민의힘 지지층에서조차 이 정도 반응이면 중도층은 보나마나 한 거 아니겠습니까. 이균용 후보자 부결을 부당한 발목잡기라고 보는 게 아니라, 도리어 중도층은 야당이 발목 잡을 만한 사람을 내서 스스로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며 여당 탓하는 분위기가 더 커 보여요."

-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방탄의 마지막 퍼즐'이라며 이재명 대표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부결한 거라고 하던데요.

"대법원장 없다고 재판 못 합니까? 재판하잖아요. 정신 나간 소리죠. 그렇게 민심을 잘 읽지 못하니 현재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여당 주장이 힘을 받으려면 이균용 후보자가 민심의 눈높이에서 봐도 문제가 없는 합당한 인물이었어야 했어요. 보수 지지층에서조차 '민주당 너희들이 정권 잡았을 때 장관 수준은 어땠는데'란 말 빼고는 도무지 이균용 후보자를 두둔해줄만한 논리를 못 찾을 정돈데, 저런 주장이 중도층과 진보 지지층에 통할 리가 있겠냐는 거죠."

- 지난주부터 3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있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내가 대통령 됐어도 장관 후보자들을 정말 저 정도 인물들 밖에 찾을 수 없는 걸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청문회를 조금 봤는데 정말 끝까지 보고 있기가 힘들 정도로 수준이 낮았어요. 야당이 질문하는 수준과 태도 역시 정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고요. 솔직히 '저런 청문회를 계속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인사청문회법을 고쳐서라도 질문하는 시간과 답변하는 시간을 분리해서 최소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문회 진행 절차에 대한 지적은 그렇다 치고, 기본적으로 이번 청문회 대상이었던 3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은 공히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인물들이었고요."

- 뭐가 안 맞아요?

"너무 많아서 어떻게 이 짧은 인터뷰에서 그걸 다 거론하겠어요. 저는 그런 세부적인 사안에 대한 지적보다 '왜 다시 유인촌을 써야 하냐?'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어요. 유인촌이란 인물은 이미 흘러가도 한참 흘러간 물이잖아요. 15년 전에 첫 장관했을 때도 국민적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았던 사람이고요. 기본적으로 현재의 시대상에도 또한 국민정서법에도 맞지 않는 인물이잖아요. 유인촌 기용으로 대통령과 여당이 국민으로부터 점수를 땄을까요 아니면 잃었을까요?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돈과 권력을 동시에 가지는 걸 국민이 용납 안 해요. 그러니까 재산 형성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부자들은 정치를 하지 말라는 거예요. 자기 돈 갖고 자기 가족끼리 잘 먹고 잘 사는 걸 뭐라 하진 않아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권력까지 쥐고 우리 위에서 군림하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 일치된 마음이에요."

"장관 후보군 보니... 무례하고 정략적 결정"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출석 의원 295명 중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출석 의원 295명 중 중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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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행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인사청문회 도중 나갔어요.

"그러니까 질문을 하는 쪽도 또 답변하는 쪽도 결국은 '내가 국민 대신에 검증하고' '내가 국민 앞에서 검증받고 있다'는 생각을 망각했기 때문인 거죠. 내가 상대 당 국회의원들에게 검증받고 있는 게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검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럴 수는 없는 거거든요. 재판 받다가 검사가 내게 무례하게 하고 내 맘에 안 드는 말을 했다고 나가 버리면 어떻게 되죠? 바로 법정구속이에요. 만약 민주당 후보자가 그렇게 했다면 국민의힘이 용납했겠어요?

마찬가지로 검증하는 사람들도 내가 주권자인 국민을 대신해서 한다고 생각했으면 저렇게 무례하고 정략적으로 하진 못 했을 거예요. 온통 머릿속에 '우리 당 (극렬)지지층과 권력자한테 잘 보여야 또 공천 받고 총선에 나가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더 달수 있다'는 생각뿐인 것처럼 보였어요."

-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국회 건너뛴 18번째 장관급 임명 강행' 안 그래도 두 사람 임명되고 나서 찾아보니 이런 제목의 기사가 많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문재인 정권 때는 어땠나 싶어 자료를 더 찾아보니 무려 34명이나 임명 강행했더라고요. 거기에 비하면 18명 정도는 '새발의 피'다 싶기도 하고요(웃음).

그런데 국회 무시하고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게 원래부터 이렇게 숫자가 많지는 않았어요. 노무현 정부 때 3명, 이명박 정부 때 17명, 박근혜 정부 때 10명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러니 이제는 국회도 '어차피 임명 강행 할 거니 국회가 반대했다는 기록이라도 남기자'는 것 같아요.

대통령 역시 '무조건 반대만 할 건데 뭐 하러 청문보고서 따위에 신경 쓰나. 국무위원 임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란 생각으로 국회 무시하는 게 전통처럼 굳어졌고요. 그러니 제발 법 좀 고쳐서 국회는 더 신중하게 장관 후보자에 대한 심사와 판단하고, 대통령 역시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쪽으로 인사청문회와 장관 임명이 이뤄지면 어떨까 싶어요."

- 최근 국민의힘에서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을 공격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선거 코앞에 두고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죠. 저는 정치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으니 다음(daum)과 네이버(naver)에 모두 들어가 댓글까지 꼼꼼히 읽는 편이지만 일반인들은 안 그렀거든요. 일반인들은 반대의 목소리나 비판에 대한 맷집이 정치하는 사람만큼 강하지 못 해요. 그러니 자기랑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위로도 받고 지지도 받고 싶은 거거든요.

다음(daum)에 민주당 지지층들이 훨씬 더 많이 결집해 있는 반면, 네이버(naver)에는 상대적으로 보수지지층이 더 많이 들어와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에요. 끼리끼리 모이는 게 어쩌면 되게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걸 정부에서 직접 손보겠다고 나선 거잖아요. 공교롭게도 보수 정권을 욕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인 포털 다음을 말이죠. 이게 좌파만 돌아서게 만들면 별 문제가 없는데 중요한 건 중도층 역시 정부의 이런 태도와 조치에 반발할 공산이 크다는 거예요. 시진핑 주석과 정부에 대해 소신 발언하면 곧바로 잡혀가거나 사찰당하는 중국 공산독재가 떠오른다는 사람도 봤어요.

그리고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이번 아시안 게임 때도 보니 중국 육상선수 두 명이 6번 레인과 4번 레인에서 달렸는데 결승선 통과 후 둘이 끌어안은 장면에 6과 4라는 숫자가 겹쳐져서 나오니까 그걸 모든 포털에서 다 삭제했다는 거 아닙니까. '6.4 천안문 항쟁'이 연상된다고 말이죠. 그게 우리 국민들 눈에 정상으로 보였겠어요. 돈을 몇 배 더 준다고 해도 그렇게 통제되고 개인의 인권이 쉽게 유린되는 나라의 국민으로는 못 산다는 게 대한민국 절대 다수 국민의 정서예요.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가 그런 권위주의 체제와 비슷한 분위기로 우리 사회를 자꾸 밀어 넣고 있다는 거죠. 총선 앞두고 이런 정부여당의 행태가 선거에 도움 되겠냐는 거예요."

- 국민의힘은 드루킹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드루킹 사건은 관련자들 처벌받고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하면서 이미 지나간 거예요. 그걸 다시 끄집어낸다고 돌아선 민심이 '아 맞다. 민주당은 드루킹 여론조작 했던 나쁜 놈들이지. 그때처럼 다시 여론조작하려고 하네. 그러니 민주당 심판해야지'라고 변할 게 아니란 거죠. 오히려 옛날 일 잘못 끄집어내면 '그걸 언제까지 우려먹을 건데?'라며 곧바로 역풍을 맞을 분위기예요. 그러니 지금 이 시점에서 포탈을 공격하여 정부여당이 과연 뭘 얻을 수 있겠냐는 거죠. 민주당의 행태에 실망하여 국민의힘 쪽으로 돌아오던 중도성향 사람들을 오히려 내쫓는 행동을 하고 있어요. 다시 한 번 더 말씀드리지만 선거는 결국 중도층 싸움이에요."

-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가 있잖아요. 6일 7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 투표율이 22.64%로 역대 재보선 최고치라고 하는데 사전투표율 어떻게 보셨어요?

"22.64%란 수치를 접했을 때 딱 드는 생각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윤석열 정권을 향한 민심의 분노가 훨씬 더 크구나'란 거였어요. 구청장 보궐선거 정도의 사전투표율이 저렇게까지 높은 건 사실 비정상적인 거예요. 휴일로 지정하여 전국 모든 곳에서 실시하는 지방선거나 서울시장 부산시장을 함께 뽑아 '미니 대선급'이라고 불렸던 재보궐 선거보다 사전투표율이 더 높아요.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강서구청장 선거에 집중되어 있단 의미죠.

여야 모두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투표율이 높으면 과거의 투표결과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건 기본상식이에요. 그렇다면 강서구의 과거 결과가 어땠나요?

2022년에 김태우 후보가 2.5% 격차로 신승한 걸 제외하면 직전 3번의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두 자리 수 이상으로 대승했던 곳이 강서구예요. 국회의원도 강서구 을 지역에서만 2000년 이후 보수정당이 3번 당선되고 3번 패했지, 나머지 지역인 강서구 갑과 병 지역에서는 모두 민주당이 압승했거든요. 하니 투표율이 높아져서 조직동원표의 위력이 떨어질수록 보수정당에 불리했던 과거 통계를 깨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거예요. 이런 분위기가 본 투표일인 11일까지 이어져 최종 투표율이 40%를 넘기면 아마도 10% 이상의 큰 격차로 국민의힘이 패할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 정치권이나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강서구청장 선거가 내년 총선 수도권 민심을 읽는 바로미터로 작동할 것이란 전망도 하더군요. 근데 2011년 같은 경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여당이 패배하고 2012년 총선에선 승리했단 말이에요.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내년 총선에 영향이 있을까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찬반 투표를 강행하며 벌어진 상황이라 오 시장과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던 선거였어요. 당연히 야당에 유리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그 다음 해인 2012년 총선은 그 해 말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었어요. 박근혜라는 강력한 대권후보가 당명까지 새누리당으로 바꿔서 치른 선거라 2011년 재보선과는 아예 그 성격과 정치지형이 완전히 달랐어요.

하지만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의 결과는 정말로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가 될 공산이 커요. 특히나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는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의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선거를 치르고 있거든요. 오직 '윤석열의 아바타인 김태우'와 그 '김태우를 다시 살려 내보낸 윤석열'만 유권자들의 뇌리에 남아있어요. 그러니 투표 결과는 곧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냐 반대냐로 귀결되는 것이고요. 강서구청장 선거가 역대로 보수정당에 많이 불리했던 걸 고려하더라도 만약 10% 이상의 큰 격차로 국민의힘이 패한다면 내년 총선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고 봐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합니다,


태그:#조대원, #인사청문회, #강서구청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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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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