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불모지' 한국이 아시안게임 단거리 계주에서 37년 만에 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남자 단거리 계주팀은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38초74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중국과 일본에 이어 3위에 올랐다. 

38초29의 중국과 38초44의 일본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냈고, 한국은 38초81의 태국을 제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성낙균, 장재근, 김종일, 심덕섭이 이어 달린 1986 서울 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메달을 따낸 이후 무려 37년 만이다.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육상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고승환(왼쪽부터), 이재성, 김국영, 이정태가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입에 물어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육상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고승환(왼쪽부터), 이재성, 김국영, 이정태가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입에 물어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단거리 어벤져스' 이정태·김국영·이재성·박원진

한국은 전날 이정태(27), 김국영(32), 이재성(22), 박원진(20)이 이어 달린 예선에서 38초75로 전체 2위에 오르며 메달을 기대케 했다. 

이날 결선에서는 마지막 주자 박원진을 고승환(26)으로 바꿔 출전한 한국은 6번 레인에서 출발한 첫 번째 주자 이정태가 곡선 주로를 달리며 두 번째 주자 김국영에게 무사히 바통을 넘겨줬다. 

한국 대표팀의 간판이자 맏형인 김국영은 직전 주로를 전력 질주하며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혔다. 

세 번째 주자 이재성이 곡선 주로를 마친 한국은 네 번째 주자 고승환이 직전 주로를 달리면서 막판 스퍼트로 태국, 대만 등 중위권 선수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마지막까지 3위 자리를 지켜냈다. 

비가 내려 트랙이 젖은 상태였으나 예선보다 기록을 0.01초 줄이면서 이 종목의 한국 타이기록까지 세웠다. 비록 동메달이지만 육상 메달이 귀한 한국으로서는 다른 종목의 금메달만큼이나 값진 성과다. 

김국영, 마지막 아시안게임서 첫 메달 '감격'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김국영, 고승환, 이정태, 이재성이 기뻐하고 있다.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김국영, 고승환, 이정태, 이재성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이날 결선 질주는 김국영을 위한 무대였다. 김국영은 2010년 6월 전국육상선수권에서 남자 100m에서 10초23을 찍으며 고(故) 서말구의 한국 기록(10초34)을 31년 만에 경신하고 한국 단거리 육상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온갖 신기록과 메달을 휩쓸며 10년 넘게 정상을 지켜왔지만, 국제대회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2010 광저우 대회를 시작으로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3회 연속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으나 메달은 없었다. 

어느덧 선수 생활의 황혼기로 접어든 김국영은 마지막 아시안게임으로 여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종아리 부상 후유증 탓에 개인전은 포기했으나, 400m 계주팀에 합류했다. 

후배들을 이끌고 질주한 김국영은 자신의 네 번째이나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기어코 메달을 따냈다. 레이스를 마친 김국영은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면서 후배들의 축하를 받았다. 

김국영은 경기 후 "올해로 16년째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데 사실 나는 잘 뛰는 선수가 아니라 운이 좋은 선수"라며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하면서 좋은 기회를 얻었다"라고 선수 생활을 되돌아봤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뛰는 선수 4명이 이어달리기를 했고, 37년 만에 메달을 따냈다"라며 "오늘 이 동메달로 아시안게임마다 꾸준히 400m 계주에서 메달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단거리 종목에서 메달 따기가 굉장히 힘들다"라며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계주라는 단체 종목에서 메달이 나와서 뜻깊고 후련하게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비록 아시안게임은 끝이지만, 김국영은 자신이 보유한 남자 100m 한국 기록을 더 높여놓기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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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육상 김국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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