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 신유빈이 마지막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 탁구 여자복식에 출전한 전지희-신유빈조는 2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복식 결승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를 세트스코어 4-1(11-6,11-4,10-12,12-10,11-3)로 꺾고 금메달을 수확했다. 12살의 나이 차이에도 환상의 호흡을 과시한 전지희-신유빈조는 지난 2002 부산 아시안게임의 석은미-이은실조에 이어 21년 만에 여자복식 금메달을 한국으로 가져왔다.

대표팀의 막내로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신유빈은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시작으로 혼합복식, 여자단식 동메달에 이어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출전했던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는 엄청난 성과를 올렸다. 약 2년 전부터 신유빈을 괴롭혔던 손목부상의 여파로 대회출전조차 불투명했지만 대회기간 내내 오른팔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출전해 전 종목 메달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만17세의 나이에 올림픽에 출전한 탁구신동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한국 신유빈이 북한 차수영-박수경을 상대하고 있다.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한국 신유빈이 북한 차수영-박수경을 상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유은 탁구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탁구장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일찌감치 '탁구신동'으로 주목 받았다. 특히 2014년 3월에는 <무한도전-지구를 지켜라> 특집에 출연해 제작진이 특수제작한 테이블에서 불리한 조건 속에 경기를 치르고도 무한도전 멤버들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당시 신유빈은 만 10세에 불과한 어린 나이였지만 이미 국가대표 상비군에 포함됐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인정 받았다).

청명중학교를 졸업한 신유빈은 '학교를 다니면 훈련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부모님을 설득해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실업팀에 입단했다. 이미 지난 2019년 만 14세의 나이에 최연소 국가대표에 발탁된 신유빈은 2020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스페인과 우크라이나, 프랑스를 차례로 꺾고 한국이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첫 올림픽 출전 당시 신유빈의 나이는 만17세에 불과했다. 

신유빈은 2020 도쿄올림픽 단식 2회전에서 탁구 종목 최고령 출전자이자 올림픽 5회 출전에 빛나는 룩셈부르크의 니 시아리안을 세트스코어 4-3으로 꺾었다. 비록 3회전에서 홍콩의 두호이켐에게 2-4로 패했지만 신유빈은 전지희, 최효주와 출전한 단체전에서도 8강 진출을 이끌며 한국탁구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신유빈은 올림픽이 끝난 후 손목 부상 때문에 이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탁구의 에이스가 된 신유빈은 작년에도 부상재활과 대회출전을 반복하며 꾸준히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작년 11월 WTT 스타 컨텐더 노바고리차 대회에서 여자 단식과 혼합복식을 휩쓸며 2관왕을 차지했다. 사실 WTT 컨텐더 대회는 최상위 랭킹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 여자 선수가 WTT 컨텐더 대회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WTT 대회가 개편된 후 신유빈이 최초였다.

동메달 3개 이후 여자복식 금메달 획득
 
 신유빈은 만 10세의 어린 나이에 <무한도전>에 출전해 멤버들과 기상천외한 대결을 벌였다.

신유빈은 만 10세의 어린 나이에 <무한도전>에 출전해 멤버들과 기상천외한 대결을 벌였다. ⓒ MBC 화면캡처

 
신유빈은 두 번의 손목수술로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지난 3월에 있었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8승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따냈다. 손목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신유빈은 출국 전까지 대회 출전 여부를 놓고 고민했지만 5년 만에 열리는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 출전을 포기할 수 없어 출전을 강행했다(만약 아시안게임이 올해로 밀리지 않았다면 수술을 받은 신유빈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부터 일정을 시작한 신유빈은 파키스탄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2번 주자, 태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1번주자로 나서 가볍게 승리했다. 그리고 홍콩과의 8강전에서는 1,4번 주자로 나서 1승1패를 기록했다. 신유빈은 일본과의 4강에서도 한국의 1,4번주자로 나섰지만 하야타 히나(세계랭킹 9우위)와 히라노 미우(세계랭킹 16위)에게 패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종훈과 함께 출전한 혼합복식에서도 4강에서 중국조에게 패하며 동메달 하나를 추가한 신유빈은 여자단식에서도 4강에서 세계랭킹 1위 쑨잉샤를 만나 0-4로 패했다. 하지만 3세트와 4세트에서 듀스접전을 벌이며 이번 대회 3관왕에 빛나는 순잉샤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렇게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만 3개를 목에 걸었던 신유빈은 2일 '영혼의 단짝' 전지희와 짝을 이룬 여자복식에서 드디어 자신의 메달색깔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32강부터 8강까지 태국과 북한, 대만조를 차례로 꺾은 전지희-신유빈조는 2일 낮에 열린 4강에서 일본의 하리모토 미와-기하라 미유 조를 만나 첫 세트를 내주고 연속으로 네 세트를 따내며 4-1로 승리했다. 복식 세계랭킹 1위 전지희-신유빈조는 준결승에서 인도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와의 남북대결로 벌어진 결승에서도 세트스코어 4-1로 승리하며 띠동갑 파트너와 자신의 종합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신유빈은 중국이 8강에서 탈락한 여자복식에서 일본과 북한조를 차례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출전조차 불투명했던 '삐약이' 신유빈의 생애 첫 아시안게임은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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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신유빈 여자복식 전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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