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병수 감독이 수원 삼성 부임 5개월 만에 수원과 이별을 맞이했다.
 
지난 26일 수원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수원 삼성 축구단은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고, 염기훈 감독 대행 체제로 올 시즌을 마치도록 결정했다"라며 김 감독과의 공식 이별을 발표했다. 23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 대전 하나 시티즌과의 31라운드 경기에서 3대 1 패배를 기록, 시즌 19패를 떠안으며 최하위에 머물렀고 결국 다이렉트 강등 위기에 내몰린 수원은 김병수 감독과 이별을 선택했다.
 
시즌 2번째 감독 결별, 코앞으로 다가온 '강등'
 
 수원 삼성과 이별한 김병수 감독

수원 삼성과 이별한 김병수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병수 감독에 앞서 수원의 시즌 첫 번째 이별이 됐던 이병근 감독은 지난 2022시즌 4월 18일, 2020시즌 중반 부임해 팀을 이끌었던 6대 박건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팀과 이별하며 지휘권을 이양받았으며 망가진 팀 상황을 복구하라는 미션과 동시에 최하위로 처진 성적까지 책임져야 했었다. 이 감독은 많은 비법을 제시함과 동시에 절박하게 수원에 매달렸으나 결국 수원의 추락을 막지는 못했다. 시즌 말미까지 강등 싸움에 휘말리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고 구단 역사상 첫 강등 플레이오프를 경험하며 자존심을 구겨야만 했던 수원이었다.
 
안양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오현규(셀틱)의 극적 골로 기사회생하며 리그 1에서 살아남았던 수원이었으나 이병근 감독과 수원 삼성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비판적이었다. 2023시즌 이 감독과 함께 시즌을 시작했던 수원은 7라운드 만에 2무 5패의 최악의 성적을 기록, 결국 부임 1년이 되는 시점 사퇴 통보를 건네며 이 감독과 이별했던 수원이었다.
 
이 감독의 후임으로 수원은 '리얼 블루'의 정책을 잠시 접어두고 팀의 기조를 살리면서 성적을 잡을 수 있는 지도자를 물색했고 2021시즌 중반 강원 FC를 떠나 야인 생활을 하던 김병수 감독과 손을 맞잡으며 반등을 노렸다.
 
지난 5월 4일 수원 8대 사령탑에 오른 김병수 감독은 수원에서의 출발이 썩 좋지 않았다. 데뷔전이었던 12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3대 0으로 패배하며 시작했으며 이후 리그 10경기에서 1승 4무 5패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며 흔들렸으나 전반기 막판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름 휴식기가 다가온 23라운드와 24라운드에서 우승 후보 울산 현대와 강등권 경쟁팀인 강원 FC를 상대로 시즌 첫 연승 행진을 달리며 최하위 탈출에 성공하며 반등 분위기를 형성했던 김 감독의 수원이었으나 후반기 시작 이후 다시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수원 FC와의 25라운드 경기에서 2대 0 패배를 시작으로 김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됐던 31라운드 대전과의 일전까지 6경기 1승 1무 4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던 수원은 결국 김병수 감독을 경질했다.
 
사령탑과 시즌 두 번째 이별을 감행한 수원에게 강등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승점 22점을 기록하며 리그 순위표 최하단에 처진 수원은 정규 라운드와 파이널 라운드 합쳐 남은 7경기에서 11위 강원(승점 25)과 10위 수원 FC(승점 29)를 제치지 못하면 팀 역사상 첫 강등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절체절명의 순간 수원 삼성은 비어있는 사령탑에 리빙 레전드 '염기훈'을 감독 대행으로 앉히며 시즌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염기훈 대행 체제'에 대한 우려
 
 수원 삼성 감독 대행으로 임명된 염기훈 플레잉 코치

수원 삼성 감독 대행으로 임명된 염기훈 플레잉 코치 ⓒ 한국프로축구연맹


공석이 된 수원 사령탑에 임시로 오른 염 대행은 26일 선수단 미팅을 진행하고 첫 훈련에 돌입했다. 주장 김보경, 부주장 고승범, 불투이스, 이종성 등 주장 단을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갑작스럽게 사령탑에 오른 염 대행은 "오랫동안 수원 삼성과 함께 하면서 무엇을 해야 팀이 좋아질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는 만큼 강등 탈출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필사의 각오를 다진 염 대행이지만 현재 수원과 염 대행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는 힘들다. 선수로서 엄청난 실력을 뽐내며 수원과 K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로 불리지만 아직 지도자로서 보여준 모습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도자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시점, 팀의 강등 여부가 달린 중요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염 대행은 가장 큰 숙제를 떠안은 셈이 된 것이다.
 
이번 시즌 플레잉 코치로 지도자로서 첫 발걸음을 뗐던 염 대행은 지도자 생활 첫 시즌부터 엄청난 부담감과 짐을 떠안게 됐다. 2010년 울산 현대를 떠나 수원에 입단하며 선수 생활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던 그는 수원에서 리그 통산 63골 102도움을 기록하며 수원 레전드로 발돋움했고 수원 입단 13년 차를 맞이한 그는 현재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서 팀의 운명을 떠안은 존재로 남게 됐다.
 
구단의 이런 대행 방식에 대해서 많은 팬들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지도자 준비를 차근차근해내며 선수 생활 말년을 보내고 있는 염 대행에게 강등에서 구해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한 부분과 더불어 팀의 부진한 성적을 그에게 돌려 구단에 가해지는 비판적인 시선을 막으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염 대행은 모 아니면 도인 상황에 놓인 셈이다. 최악의 상황, 강등이라는 운명이 다가오면 팀을 강등시킨 지도자로 평생 씻지 못할 꼬리표가 달린 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설령 강등의 운명을 피한다고 한들 이후 제대로 된 감독 선임 과정을 거쳐야 하는 구단 입장과 새로운 감독에게는 염 대행의 존재가 걸림돌이 될 수 있기에 수원 구단이 선택한 승부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좋지 않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팀의 운명을 떠안은 염기훈 감독 대행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수원 삼성은 남은 2개의 정규 라운드 (30일 인천, 10월 8일 포항)의 일정을 거쳐 파이널 라운드로 돌입하여 강등권 탈출에 도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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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수원삼성 김병수 염기훈 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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