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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덴마크에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배우면서 태권도, e스포츠를 중요한 수업과목으로 하는 인생학교가 있다면? 요리 클럽은 김밥과 김치를 만들고, 댄싱 클럽을 만들어서 K-POP 댄스를 함께 추고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젊은이들이 기숙 생활을 하며 지내는 덴마크의 보세이 인생학교(이하 폴케호이스콜레)를 소개한다. 
 
23년 덴마크 인생학교 한 달 살기 1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 단체사진
 23년 덴마크 인생학교 한 달 살기 1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 단체사진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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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이 스포츠 칼리지(이하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의 시작은 일본 도카이 대학교에서 일본 학생들의 기숙학교로 사용하던 건물을 공동체에 기증하면서부터다.

이 특별한 인연은 1930년대에 도카이 대학의 설립자인 마쓰마에 시게요시 박사(1901~1991)가 덴마크의 폴케호이스콜레를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그는 대중교육과 대화식 교육에 대한 그룬트비의 생각을 일본으로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그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카이 대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본 전역에 캠퍼스를 갖게 되었고, 덴마크에 1988년 도카이 대학 기숙학교를 열었다. 2008년까지 운영되었는데 기숙학교로 운영되기 전에는 병원으로 활용하던 공간이었다.

도카이 대학은 설립자 마쓰마에 시게요시 박사를 기리기 위해 학교를 폴케호이스콜레 사용 목적으로 기부하기를 원했고, 명목상 1유로에 학교 건물을 공동체에 기부하였다. 도카이 대학은 건물을 기증할 때, 폴케호이스콜레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만약 폴케호이스콜레를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하게 된다면 학교 건물은 다시 도카이 대학으로 돌려주어야 하는 조건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교장 선생님의 설명이다.
 
토카이 대학 기숙학교의 역사를 설명하는 명패
 토카이 대학 기숙학교의 역사를 설명하는 명패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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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도카이 대학과는 완전히 독립된 자체 이사회를 가진 독립 기관이지만, 도카이 대학교와 지속해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을학기에도 일본 전역의 도카이 대학교 캠퍼스에서 온 학생들이 한 달 동안 보세이에 머물면서 폴케호이스콜레를 경험하고 갔다.

아쉬운 이별을 하였지만 11월 말에 2주간의 일본 여행 계획이 있는 그룹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덴마크 친구들은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대해서 더 열심히 알려고 노력하고 있다.

코펜하겐에서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까지는 차로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차 밖에서 보이는 풍경은 평평한 들판과 나무들 뿐이다. 학교 초입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서 숲 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들어오면 학교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봄에는 학교 주변에 하얀색, 분홍색 벚꽃이 펴서 학교 주변을 감싸고, 가을이면 모든 잎들이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햇볕이 아주 잘 드는 유리 온실처럼 생긴 공간이 모두를 맞이한다.

정문을 지나서 학교 행정실과 당직 선생님들이 머무는 공간을 지나다 보면 학기별로 찍은 단체 사진이 벽에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번 학기에 학생들이 이름과 얼굴이 모여 있는 곳을 볼 수 있다. 복도 중간에 있는 칠판에는 각종 안내 사항들이 붙어 있으며, 등록이나 신청이 필요한 내용들도 한쪽에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보세이 스포츠 칼리지의 메인 입구안의 모습
 보세이 스포츠 칼리지의 메인 입구안의 모습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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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 년 역사를 가진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에서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는 새롭게 생긴 학교에 속한다. 한국어와 한국문화, e스포츠, 태권도 등의 프로그램이 있고, 일본어와 일본문화 등 아시아 문화와 스포츠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30개가 넘는 수업들이 개설되어 있고, 수업의 개설과 선택은 선생님과 학생의 자유에 있다.

한국어 관련한 프로그램은 보세이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던 태권도 사범님이 있었는데, 정식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그의 아내가 한국 요리와 한국어를 때때로 가르친 적이 있었다. 그때쯤 K-POP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도 높아질 때였다.

의논 끝에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프로그램을 시작하였고, 이다 선생님이 한국어와 한국문화 선생님으로 보세이에 왔다. 한국에서는 e-sports도 크게 성장하고 있는 문화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선생님 중에 한 분이 조언을 했고, e-sports 프로그램도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 건물은 선생님들이 거주하는 집이 주변에 있고, 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동이 학교를 감싸고 있다. 보세이라는 작은 공동체에 구성원들은 모두 한곳에 모여서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는 모두 학생들이 그룹을 나눠서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식당을 지나면 가든룸이라고 부르는 공간이 있는데, 학교 전체로 보면 거실 같은 공간으로 학생들이 주로 남는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선반에 퍼즐이 가득 차 있고, 각종 보드게임들이 선반을 꽉 채우고 있다. 장기도 찾을 수 있으며 작은 포켓볼대로 학생들이 자주 이용한다.
 
보세이에 임직원과 학생들이 식사를 하는 식당
 보세이에 임직원과 학생들이 식사를 하는 식당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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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룸은 학생들이 모여서 학교의 이벤트나 학사 관련한 논의를 할 때 사용하기도 하며, 피아노는 그런 행사의 시작과 끝에 반주를 위해서 자리하고 있다. 학교에서 피아노 반주는 교장 선생님이 맡아서 한다.

가든 방에는 작은 바도 있는데, 파티가 있을 때 바 운영을 맡고 있는 친구들이 운영한다. 바를 오픈하는 시간은 주로 주말 시간이고 개인이 별도의 술을 가지고 있을 수 없게 하고 있다. 흡연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보세이 스포츠 칼리지의 스포츠홀
 보세이 스포츠 칼리지의 스포츠홀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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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주요한 주제로 하는 학교인 만큼 학교에는 운동 시설이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다. 피트니스 시설에서부터 체육관, 유도장, 태권도장 그리고 수영장 시설이 있는데, 수상 스포츠 종목이나 수영 관련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학교 바깥에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시간도 별도로 두고 있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수영장이 개방되었을 때 이용할 수 있는데, 구조 요원 자격이 있는 친구들이 있을 때 이용이 가능하다. 수영장 안에는 사우나 시설도 갖추어져 있어서 때때로 피로를 풀기 위해서 사우나를 운영하기도 한다. 사우나를 할 때는 모두 수영복을 입고 한쪽 사우나실에 모여서 음악과 함께 각종 아로마 향을 피운다. 색다른 기회이다.
  
수영장안에 있는 사우나 시설
 수영장안에 있는 사우나 시설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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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에 약 2주 동안의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 학생들은 여행 계획을 짜는 시간도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두고, 함께 여행을 오는 선생님과 여행 계획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22년 가을에는 춘천과 23년 봄에는 완주와 전주에 방문해서 한국을 느끼고 돌아갔다. 

다음은 스포츠와 아시아 문화를 큰 주제로 가지고 있는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에 캐넷 교장의 이야기이다.

"이곳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이곳에 있는 의미는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삶의 사다리 어디엔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스스로가 생각하는 안전한 경로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때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는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이 정말 중요해요. 그리고 다시 현실 세계로 나가서 이곳에서 얻은 마음가짐을 계속 유지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중요합니다."


-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에 캐넷 교장의 이야기는 다음 연재에 이어집니다.

태그:#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 #보세이, #자유학교, #토카이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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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만들기 수업을 거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입니다. IT/인터넷 업계에서 기획자로 일했고, 코워킹 스페이스를 창업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삶을 위한 자유학교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 - 자유학교 https://www.jayusko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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