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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민주당은 격랑에 휩싸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다양한 의견과 제언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9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폭정·검찰독재 저지 총력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9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폭정·검찰독재 저지 총력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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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체포동의안 가결에 투표한 비명계 의원들은 민주당 원로를 포함해 분노한 당원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으며 내년 총선에서도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중이다.

상황은 혼란스럽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중요한 것은 10월 11일 치러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비롯해 내년 총선의 '민심'이다. 만에 하나,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반대로 구속된다고 해도, 또 친명계 원내대표가 당선되어 친명이 주도권을 유지한다 해도, 가장 크게 신경써야 할 것은 민주당의 대외이미지이다.

그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잦은 실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지지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삼권분립 훼손과 일방적인 국정운영, 이념논쟁과 정치보복에 올인해 경제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는 실정들을 견제하는 면에 있어서는, 168석을 가진 거대야당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능력발휘를 하지 못해 국민에게 답답함을 안겨주고 있다.

그 덕에 윤석열 정부는 국회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꼼수시행령'을 통해 입법부를 무시해온 것도 모자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주범인 전 구청장 김태우를 대법원 선고 3개월 만에 특별사면해 결국 공천까지 줬다. 이것은 사법부까지 무시한 처사다. 특히 강서구민을 우롱하고 국민의 피같은 세금 40억 원을 보궐선거비용으로 허비하게 된 것에 대해 철퇴를 맞아야 할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는 단식으로 결기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아무 것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날,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안과 검사 탄핵안을 가결했으나 체포동의안 소식에 묻혀 국민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게다가 가결됐다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무시해버리면, 국회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언제까지고 불리한 여론지형과 불통정부만 탓할 수는 없다. 전세계가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발생한 물가 상승과 고금리의 여파가 여전히 한국을 위기상황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법인세 감세 기조와 긴축재정, 중국과 대외관계 경색 등 거꾸로 가는 정책들을 펼쳐 서민은 가계부채로, 기업은 수출 부진으로 답답하고 힘들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칼부림 사건들이 발생해 더이상 한국이 안전한 나라가 아니게 된 것도 이러한 경제위기와 팍팍해진 사회 분위기의 영향이 적지 않다. 

국민은 한가하게 민주당의 변명을 들어줄 정신적 여유도 없고,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촛불시위를 하러 나갈 시간적, 경제적 여유도 없다. 이젠 정말 전략을 바꾸어야 할 한계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에 세 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민주당, 민생 속으로 진짜 들어가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응하기 위해 입원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출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응하기 위해 입원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출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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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은 지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괄목한 성장을 보였다.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구청장을 배출했으며, 지난 선거에 비해 두배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정의당을 추월해 민주당에 이어 제2당의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4월에는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자를 내면서 지방의회를 넘어 국회에도 입성했다. 

그 배경엔 퇴근 후 진보당만 보인다는 평을 들었을 정도의 '생활 초밀착형 선거전략'이 있다. 단지 유세를 위해 노출을 늘린다는 것이 아니다. 서민부채상담을 위해 당원을 상대로 부채상담사 교육을 진행하고, 직접 도시 길거리 곳곳에 천막을 치고 상담을 진행하는 열의를 보여준 덕분에 의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렇게 작은 규모의 정당도 해내는 일을, 훨씬 많은 당원과 자원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못할 것은 무엇인가. 진보당이 먼저 시작한 모범사례지만, 적극 본받아 채무뿐 아니라 다른 민생상담을 겸할 수도 있고 다른 아이디어들을 도입할 수도 있다고 본다.

더불어 현재 비명 친명 논쟁에 분노하고 있는 당원들을 '민생 살리기 프로젝트'에 참가시키는 등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민주당을 이끌어야 한다. 민주당은 이제 불리한 언론지형 탓 말고 국민들이 직접 체감하도록 민생 속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둘째] 야당연합을 재건하라... 진보 시국회의-선거제개혁 필요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의 영향이 컸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분명, 단일화는 전세계 어디에서든 가장 중요한 선거전략이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왜 심상정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못했을까?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때문에 정의당이 예상보다 훨씬 적은 의석을 얻게 된 부분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결국 민주당은 과반수의석을 챙겼지만, 야당연합은 잃은 셈이다. 소탐대실이다.

이런 상황에 선거제도개혁 논의 없이 총선에서의 협업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정의당이 체포동의안 가결에 6표를 더한 것을 두고 당원의 분노가 적지 않은 것도 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똘똘 뭉친 총력전이 불가피한 시점이지 않은가. 그러니 민주당은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시국회의를 대승적으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지난 비례위성정당의 과오를 사과하고 갈등의 매듭을 풀기 바란다. 

또한 첫째 전략에서 언급함 진보당의 민생상담을 진보연합 차원에서 시행해, 국민들과 곳곳에서 만나면 대중은 민주당의 효능감을 더 크게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 최근 벌어진 흉악범죄 근저에 있는 고립문제와 자살률 문제 등 자본주의 심화로 멍든 한국사회에 대한 더 깊은 논의를 진보연합 차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서현역 현장에 장갑차를 배치하고, 살인예고 허위글 작성자에겐 손해배상청구로 일명 '금융치료'를 경고하는 등, 시종일관 법과 공권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대처가 아니다. 자본주의 가치전도현상을 극복하고 무너진 공동체를 재건하는 일이 근본적 처방일 텐데, 이는 민주당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부디 함께 시작하길 바란다.

결국 민주당이 해묵은 앙금을 풀기 위해 먼저 나서서 야당과 손잡고 국민에게 실용적으로 다가간다면, 이는 국민들의 마음을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셋째] 공천에 대한 비명계-국민 불신 해소하라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표정이 굳어 있다.
▲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소식에 굳은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표정이 굳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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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과 비명, 이 두가지 키워드를 국민들의 뇌리 속에서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 비명 중에도 분명 유능한 의원들이 있고 친명 중에도 무능한 의원들이 섞여있기 마련이다. 국민에게 제대로 된 일꾼들을 배출하는 정당이라는 걸 보여줘야 하건만, 지금은 비명-친명 간의 공천다툼이 현 민주당의 가장 큰 이슈로 비친다. 이는 비명계 의원들의 우려가 사라지기 전엔 끝날 다툼이 아니다. 탕평책으로 누구를 최고위원에 임명하고, 포용한다는 말로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진짜 역할을 주고 협업하는 모습을 보이면 '개딸'과 '수박논쟁'은 저절로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의 공약이행률, 출석률 등 다양한 능력을 평가하는 공천룰을 확립해 비명계뿐 아니라 비당원, 중도층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당원만의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

단식으로 건강을 잃은 이재명 대표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민주당은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총선 의석 밥그릇만 챙길 때가 아니다. 경제위기에 가계부채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지금, 거대야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그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내용 있는 공정한 개혁을 보여주고 민생 속으로 파고드는 것은, 가두시위로 국민들을 불러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들 것이다. 또한 열성당원들의 분노를 뒤로 하고 대승적으로 야당과 연합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자존심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 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위기에 처한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떤 일가족이 삶을 포기할 결심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공허한 구호 말고 행동으로 말하라, 당장.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민주당 당원입니다.


태그:#민주당, #이재명,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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