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편집자말]
 25일 항저우사범대학 창첸 캠퍼스 부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8강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킥을 준비하고 있다.

25일 항저우사범대학 창첸 캠퍼스 부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8강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킥을 준비하고 있다. ⓒ 박장식

 
[기사 수정 : 26일 오후 1시 33분]

남자 럭비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4강으로의 길을 확정지었다. 홍콩과 일본을 4강에서 피하는 행운도 얻었다지만, 겉으로 보는 대진운과는 달리 홈 어드밴티지를 가득 안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을 만나기에 쉽지만은 않다.

대표팀은 현지시각으로 25일 정오 경 항저우사범대학 장첸 캠퍼스 부설경기장에서 열린 8강 토너먼트에서 8강 상대로 맞붙은 말레이시아를 26대 5로 누르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전반과 후반 내내 좋은 경기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4강 상대는 싱가포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홈 팀, 중국이다. 이미 한국 선수들 역시 앞서거나, 뒤이은 중국의 경기를 바라보면서 익히 중국의 응원전을 알고 있을 터. 홈 팀에 맞서는 입장이지만, 선수들은 "응원에 신경쓰지 않고, 판정도 잘못 나올 여지를 없애면 이길 수 있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말레이시아 완파... AG 4강행 확정

전날 대만과 스리랑카를 연파하고 8강 토너먼트 레이스 위에 올라탄 대한민국. 8강 상대는 한국과 꽤나 자주 만났던 말레이시아였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에게 상대전적이 크게 밀리지만, 항저우의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 탓에 이러한 부분에서의 변수를 무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한국은 전반 시작 56초 만에 김의태가 상대의 진영 안쪽을 파고든 뒤 공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득점을 알렸다.

첫 트라이로 5점을 가져간 대한민국은 4분 뒤인 4분 52초에 장정민이 다시 트라이를 기록하며 추가 점수를 올렸다. 이어 공을 넘겨받은 김의태가 득점 위치에서 골 포스트에 공을 차넣는 컨버전 킥에 성공해 2점을 더 만들며 전반을 마쳤다.

후반에도 대표팀은 공세를 이어나갔다. 후반 시작 2분 만에 김남욱이 다섯 점을 더 달아나는 트라이에 성공했다. 이어 김의태가 다시금 컨버전 킥에 성공, 스코어는 19대 0으로 불어났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후반 4분 42초, 상대 말레이시아의 선수가 한국 진영에 쇄도하는 데 성공하며 다섯 점을 만들어냈기 때문. 하지만 한국은 실점 1분 만에 다시 장정민이 트라이를 성공시키며 말레이시아를 따돌렸다. 김남욱의 컨버전 킥도 함께였다. 

그렇게 마무리된 경기. 최종 스코어는 26대 5였다. 한국은 4강 진출과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모두 잡는 일거양득을 해내면서 21년 만의 금메달 탈환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특히 이날 역시 현장을 찾은 교민들의 응원은 '일당백'으로 펼쳐져 대표팀의 든든한 힘이 되어준 것도 선수들에게 플러스 요인이었다.

"교민 분들 일당백 응원 감사해, 중국 세트플레이 깨야"

이명근 감독은 "항저우에 도착하기 전부터 중국의 홈 어드밴티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히려 교민 분들이 일당백으로 응원해주시니 중국 응원도 뚫고 '대한민국!' 하시는 소리가 들리더라"며, "응원이 선수들에게 큰 힘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 경기도 이겼으니 준결승에서 총력을 다하겠다"며 4강 진출 소감을 전했다.

개회식 즈음 흐렸던 항저우의 날씨가 점점 개면서 오히려 선수들에게는 덥고 습한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이 감독은 "올해 한국이 유독 더웠잖나. 훈련을 그에 맞춰 했지만 날씨가 막상 덥고 습해지니 힘들기는 하다. 그럼에도 웜 업 때 최고 컨디션을 맞추어 오는 등 시합 흐름을 갖고 오려 노력하고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준결승 상대인 중국, 편하지만은 않은 상대다. 이명근 감독은 "중국의 강점은 세트플레이"라며, "선수들의 몸집이 크고 빠르기까지 하다. 하지만 노련미가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중국에 대한 분석을 전했다. 이 감독은 "압박 디펜스를 통해서 상대 선수의 경험 부족을 우리의 득점으로 만들 것"이라고 각오했다.

이 감독은 믹스드존을 나서며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많이 폼이 올라와 있다"면서도, "게임 앞두고 이야기하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중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과 상대하기를 여러모로 꺼린다. 그 부분을 잘 활용하려 한다"며 귀띔해주었다.

"남은 두 경기, 정신 무장부터 다르게"
 
 이번 아시안게임 지금까지 다섯 개의 트라이를 기록하고 있는 장정민 선수.

이번 아시안게임 지금까지 다섯 개의 트라이를 기록하고 있는 장정민 선수. ⓒ 대한럭비협회 제공

 
이번 대회 다섯 개의 트라이를 찍으면서 대표팀 최다 트라이를 기록한 장정민 선수. 믹스드 존에 들어선 장정민 선수는 "내 포지션이 포워드이기 때문에 트라이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어쩔 수 없이 나에게 공이 많이 와서 트라이가 많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잘 해서라기 보다는 팀 플레이 덕분"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장정민은 "아직까지는 세 경기 하면서 작전이나 힘이 준비된 만큼 나오지 않았다"며, "잘 준비해서 남은 준결승과 결승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지금까지의 세 경기 소감을 밝혔다.

중국과의 경기가 걱정될 법도 하지만 장정민은 개의치 않아 했다. "어딜 가든 그런 홈 어드밴티지가 있다. 이미 경험이 많으니 오히려 이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선수들도 다 알고 있으니, 오히려 시합에 집중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편파 판정이 없게끔 우리가 정확하고 완벽하게 경기하면 중국도 한 수 접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장정민은 "남은 두 경기는 정신무장부터 다르게 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느낌으로 임하겠다. 잘 먹고, 잘 자고 항상 하던 대로 임하고 싶다"며, "나는 물론 선수들이 올림픽도, 앞선 아시안게임도 다녀왔으니 그때 했던 대로 임하겠다"며 각오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홍콩의 경쟁으로 좁혀지는 분위기가 되었다. 다만 응원과 판정 등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노리는 중국에 또 한 번의 '공한증'을 안겨야 한다. 준결승전은 한국 시간으로 26일 낮 12시 15분부터 열린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럭비 장정민 이명근 항저우 아시안게임 럭비 국가대표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