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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9월 26일 서비스 중단을 앞둔 '팩트체크' 코너. 네이버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SNU팩트체크센터와 제휴해 팩트체크 코너를 운영해 왔다.
 네이버에서 9월 26일 서비스 중단을 앞둔 '팩트체크' 코너. 네이버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SNU팩트체크센터와 제휴해 팩트체크 코너를 운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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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오는 26일부터 SNU팩트체크센터와 제휴해 네이버 뉴스홈에 게시해오던 '팩트체크'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2018년 1월 29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와 함께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 8개월 만이다. 앞서 네이버는 8월 말부터는 SNU팩트체크센터와 한국언론학회를 통한 팩트체크 언론사 재정 지원도 모두 중단했다.

제휴 언론사 팩트체커들 "네이버 종료 결정에 분노와 탄식" 비판

'SNU팩트체크센터 제휴사 팩트체커 일동'은 25일 '네이버 '팩트체크' 종료에 대한 입장'에서 "네이버의 이같은 결정에 분노와 탄식을 금할 수 없다"면서 "'가짜뉴스'가 논란이 될수록 팩트체크의 역할이 절실한데 네이버가 성공적으로 유지되어 온 '팩트체크' 코너를 중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이들은 "네이버의 일방적인 <팩트체크> 종료는 공익을 위해 언론사와 플랫폼이 함께 만들어온 사회적 산물을 파괴하는 것이며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일"이라면서 "팩트체크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시기에 오히려 팩트체크를 지워버리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네이버 홍보실 담당자는 25일 오전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SNU팩트체크와 계약이 종료됐고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SNU팩트체크와 별도로) 더 다양한 언론사들의 팩트체크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팩트체크 코너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좌편향' 주장 이후 네이버 재정 지원 중단 

현 정부 들어 시민 팩트체커 교육 사업을 진행하던 '팩트체크넷'이 정부 예산 지원 축소로 활동을 중단하는 등, 민간의 자율적인 팩트체크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정부는 오히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을 앞세워 언론사를 상대로 '가짜뉴스 근절'에 나설 계획이어서 정파성 논란이 일고 있다.(관련기사 : 국제 행사까지 열었지만... 한국은 '팩트체크' 위축 걱정 https://omn.kr/24kyn)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지난해부터 SNU팩트체크가 '좌편향'돼 있다며, 네이버의 재정 지원을 비판했다. 하지만 현재 32개 제휴 언론사에는 진보와 보수 성향 언론사가 모두 포함돼 있고, 신문사의 경우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 성향 언론이 빠져 보수 언론 비중이 더 높다.(관련기사 : 팩트체크 공격 박성중의 자폭? '정부여당 부정비율 79%' 공개 https://omn.kr/22903)

9월 25일 현재 SNU팩트체크 제휴사 명단은 ▲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등 8개 방송사 ▲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등 3개 통신사 ▲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파이낸셜뉴스, 이데일리, 아시아경제, 전북일보, 중부일보, 일요서울 등 15개 신문사 ▲ 노컷뉴스, 뉴스톱, 뉴스포스트, 시사위크, 여성경제신문, 오마이뉴스 등 6개 인터넷언론사이다.
 
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이 28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글로벌 팩트 10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이 28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글로벌 팩트 10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IFC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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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SNU 팩트체크센터 제휴사 팩트체커 일동 입장문 전문이다.

네이버 <팩트체크> 종료에 대한 입장

네이버가 2018년 1월 29일부터 네이버 뉴스홈에 게시해오던 <팩트체크> 메뉴를 9월 26일 화요일로 종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늘 우리 SNU팩트체크 제휴언론사의 팩트체커들은 네이버의 이같은 결정에 분노와 탄식을 금할 수 없다. '가짜뉴스'가 논란이 될수록 팩트체크의 역할이 절실한데 네이버가 성공적으로 유지되어 온 <팩트체크> 코너를 중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인가?

네이버의 <팩트체크>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 센터와 제휴한 언론사 기자들이 지난 6년간 축적해온 국내 유일의 체계적 팩트체크 콘텐츠다. 32개 제휴 언론사들은 매체의 종류나 이념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망라돼 있으며 지금까지 4,700개가 넘는 팩트체크 기사를 생산해 네이버를 통해 시민들에게 제공해 왔다. 이 콘텐츠는 '팩트체크' 문패만 앞세운 기사와는 차별적이라고 자부한다. 팩트체크 원칙인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기사의 검증근거를 공개했다. 기사 검증의 근거 수가 2017년 평균 0.5개에서 2023년 평균 8개가 된 것만 보아도 지난 6년간 팩트체크의 질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드러난다.

<팩트체크>는 네이버가 단독으로 종료를 결정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검증된 정보를 노출하는 것을 목표로 제휴 언론사와 네이버가 서로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협의하여 시작한 서비스다. 허위정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회 문제로 떠오른 최근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이 질 높은 정보를 유통시키는 것은 사회적 책무이자 세계적 추세다. 네이버의 일방적인 <팩트체크> 종료는 공익을 위해 언론사와 플랫폼이 함께 만들어온 사회적 산물을 파괴하는 것이며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네이버는 이미 8월 말 SNU팩트체크와 관련한 모든 재정지원을 중단했다. 그 여파로 SNU팩트체크센터의 활동이 위기에 처하고 언론사 지원사업들이 모두 중단되며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구심점이 흔들리고 있다.

네이버에 촉구한다. 팩트체크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시기에 오히려 팩트체크를 지워버리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 네이버 뉴스 홈에 <팩트체크>를 존속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네이버가 지난 6년간 한국의 팩트체크 저널리즘 발전에 기여해 온 박수받을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이는 언론사에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닌 플랫폼 기업의 마땅한 의무다.

팩트체커들은 숱한 정치적 오해와 공격을 버텨내며 저널리즘의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보수를 지향하지도, 진보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팩트를 지향한다. 진실에 복무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겠다. 네이버가 답해야 할 차례다.

2023.9.25.

SNU팩트체크센터 제휴사 팩트체커 일동

태그:#네이버, #팩트체크, #SNU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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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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