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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5일 오전 8시 20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지난 8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지난 8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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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일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임성근 해병1사단장 등 8명의 혐의가 적시된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던 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수사를) 공정하고 원칙대로 했으니 기다려보자"고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군인권센터가 24일 공개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해병대 중앙수사대장(중수대장) 박OO 중령 사이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채 상병 관련 조사 자료를 이첩한 날 저녁 김 사령관이 "우리는 진실 되게(조사)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8월 2일 오후 9시 48분께 이루어진 통화 내용을 분석해 보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당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내용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시 통화에서 김 사령관은 중수대장에게 "국방부 법무관리관하고 얘네들 통화한 거 다 있을 거 아니야? 기록들 있지?"라고 물었고, 중수대장은 "기록도 있고, 그 통화할 때 저하고 이렇게 지도관하고 다 회의하던 중간에 법무관리관이 막 전화 오고 이래가지고"라고 답변했다. 이어 중수대장은 "그때 옆에서 또 다 들었다. 다 듣고 할 때도 이게 '너무 이렇게 외압이고, 위법한 지시를 하고 있다'라고 다들 이렇게 느끼면서"라고 말했다.
 
국방부 검찰단장 등을 고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왼쪽)이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자수사처(공수처)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 단장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국방부 검찰단장 등을 고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왼쪽)이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자수사처(공수처)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 단장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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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을 놓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다는 박정훈 대령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대령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국방부 차관으로부터 '이첩 대상자 8명을 변경하라', '아예 특정하지 말고 넘기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사령관은 "결국 그것 때문에 본인(박 대령)이 책임지겠다는 거 아니야"라며 "이렇게 하다가 안 되면 나중에, 내 지시사항을 위반한 거로 갈 수밖에 없을 거야"라고 말했다.

김 사령관의 해당 발언은 경찰로 사건기록을 넘긴 박 대령에게 책임을 물을 의도가 적어도 본인에게는 없었으며, 김 사령관이 아닌 다른 주체가 박 대령을 지시사항 위반으로 몰 것을 예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국방부 검찰단, 사건 기록 정식 접수 안 한 걸로 해달라 연락해서..."  

이날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되었던 사건 관련 자료를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중수대장은 "지금 들어보니까 경찰에 넘긴 기록도 국방부에서 이렇게 받아가겠다고 그런 식으로 또 무리하게 지금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수대장은 또 "(국방부 검찰단에서 경북경찰청으로) 연락이 와서 '이 사건 기록을 정식 접수 안 한 걸로 해달라'고 하면서 이제 그렇게 연락이 와서 그 경찰 쪽에서 또 1광수대 쪽으로 연락이 와가지고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중수대장은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로부터) 기록을 (도로) 가져가는 순간 자기들 다 발목 잡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통화를 마치면서 김계환 사령관은 "어떻게 됐든 우리는 지금까지 거짓 없이 했으니까 됐어. 벌어진 건 벌어진 거고, 뭐 어떻게 보면 무거운 짐 다 지고 가지. 내일 애들 힘내자"라고 중수대장에게 수사관들을 잘 추스를 것을 당부했다.

한편 해병대는 녹취록이 공개된 후 입장을 내고 "해병대사령관이 해병대 중앙수사대장과 통화한 이유는 전 수사단장이 보직해임되자 동요하고 있는 수사단원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통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관련 녹취를 공개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중수대장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 바로 밑의 부하고, 박 대령과 함께 고 채 상병 수사를 했던 분"이라면서 "본인 진급도 달려있고, 앞으로의 군생활도 남아 있는데,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소장은 "진실이 왜곡되는 것에 대해 당사자가 적잖은 심리적 고통을 느꼈을 텐데, 내 짐작이지만 사실을 바른 데로 이야기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병대 수사단이 관련자료를 경북경찰청에 넘긴 직후 박정훈 대령은 보직해임 당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이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채 상병 사망사건 조사 기록을 경북경찰청으로 넘겼으며, 거짓말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박 대령에게 군 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다음은 해병대사령관과 해병대 중수대장 사이의 통화 녹취 전문이다.

중수대장 : 필승! 중령 박OO입니다.
사령관 : OO아.
중수대장 : 네. 사령관님
사령관 : 아침에 너네 저기 수사단장 그만둔 걸 누구누구 알고 있어?
중수대장 : 수사단장 그만둔 거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령관 : 니네 니네
중수대장 : 저희, 네. 저희 일단 수사단 인원들은 다, 중수대하고 여기 (수사)단본부 인원들은 다 알고 있고.
사령관 : 어.
중수대장 : 네 그 다음에 일부 이제 1광수대 인원들도 알고 있고 2광수대만 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령관 : 내일 아침에 좀 회의해서
중수대장 : 네
사령관 : 일체 말 안 나오게.
중수대장 : 네
사령관 : 그게 오히려 더 저기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어서.
중수대장 : 네
사령관 : 그래서 일단 국방부에서도 다, 지금 이건 어차피 나중에 조사를 해봐야 되는 거니까.
중수대장 : 네네
사령관 : 어?, 그 다음에 적어도 (박정훈 대령이) 인사소청할 수 있는 시간도 있고 그러니까.
중수대장 : 네네.
사령관 : 그러니까는 그 뭐. 일단은 그래도 지금 저걸 해야지 밖으로 말 안 나오게.
중수대장 : 네 알겠습니다.
사령관 :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이거. 내가 나 나도 나 한 3시간 반, 4시간 정도 가까이 조사받고 왔는데.
중수대장 : 네.
사령관 : 이게 이제 뭐 이렇게 되고 나면 나중에 정훈이하고, 나하고는 이제 정훈이하고 통화하면 안 된다 그러더라고. 그러니까. 그래서 또 수사관들이 또 뭐 이렇게 해서 또 저거하고 그런 일이 없도록. 어차피 우리는 저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어. 정훈이가 답답해서 그랬겠지. 그럼 정훈이가 또 저쪽에 뭐야? 국방부 법무관리관하고 얘네들 통화한 거 다 있을 거 아니야? 기록들 있지?
중수대장 : 네 맞습니다. 기록도 있고, 그 통화할 때 저하고 이렇게 지도관하고 다 회의하던 중간에 법무관리관이 막 전화 오고 이래가지고.
사령관 : 어
중수대장 : 그때 옆에서 또 다 들었습니다. 다 듣고 할 때도 이게 '너무 이렇게 외압이고, 위법한 지시를 하고 있다'라고 다들 이렇게 느끼면서 이렇게 하고 있어서.
사령관 : 결국 그것 때문에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거 아니야?
중수대장 : 네, 맞습니다.
사령관 : 그래서 이렇게 이게 지네가 다(지내다가?) 해다가 안 되면 나중에, 내 지시사항을 위반한 거로 이렇게 갈 수밖에 없을 거야. 또.
중수대장 : 네네.
사령관 : 그지?
중수대장 : 네.
사령관 : 근데 거기에는 또 원인하고 뭐 이런 게 있으니까. 그거는 뭐 어차피 조사하면 나올 거니까. 근데 일단은 뭐. 그래서 수사관들한테 딴 얘기를 하지 말고. 내가 봤을 때는 진정으로 원칙과, 공정하고 원칙대로 이렇게 다 했으니까 기다려보자
고 얘기가 말 그대로. 이게 그래야 되잖아.
중수대장 : 일단 내일 아침에 회의 소집해가지고 그렇게 일단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령관 : 이OO 소장(2광역OO장?)한테도 좀 얘기를 해주고. 그 친구(?)
중수대장 : 네.
사령관 : 어차피 이제 우리가 넘어갔으니까는, 실질적으로는 인제 경찰에서 조사할 거 아니가? 걔(?)네들이.
중수대장 : 경찰에 (한숨) 알고, 지금 들어보니까 경찰에 넘긴 기록도 국방부에서 이렇게 받아가겠다고 그런 식으로 또 무리하게 지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니까.
사령관 : 아, 그건 우리가 관여할 게 아니잖아.
중수대장 : 네 맞습니다.
사령관 : 어?
중수대장 : 네
사령관 : 그거 우리 관여할 것도 아니고, 이제는 우리 저거 했으니까 우리 손 다 떠난 거고, 그지?
중수대장 : 네
사령관 : 그래서 우리가 결국은 최 최악의 저거로, 아니 최외적(?)으로 해서 우리들 저걸 못할 것 같으면 조사본부에서 해달랬는데 그걸 안 했던 거 아니야?
중수대장 : 네 맞습니다.
사령관 : 아 그래? 거기는 국방부에서 받아 갈라 그런대?
중수대장 : 네, 검찰단에서 경북경찰청으로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사령관 : 어, 뭐라고?
중수대장 : 연락이 와서 이 사건 기록을 정식 접수 안 한 걸로 해달라고 하면서 이제 그렇게 연락이 와서 그 경찰 쪽에서 또 1광수대 쪽으로 연락이 와가지고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도 이렇게 하고 있어서
사령관 : 우리는 거기 관여하지 마.
중수대장 : 네.
사령관 : 그 관여할 필요가 없잖아.
중수대장 : 네 맞습니다.
사령관 : 이제는
중수대장 : (한숨 쉬면서) 국방부에서 만약에 그 기록을 가져가는 순간, 아마 자기들 다 발목 잡을 겁니다, 이제.
사령관 : 그 뭐 어떻게 됐든 간에 이제는, 우리는 지금까지 거짓없이 했으니까 됐어. 벌어진 건 벌어진 거고, 뭐 어떻게 보면은 무거운 짐 다 지고 가지.
중수대장 : 네
사령관 : 그러자. 내일 애들 힘내자. 좀 저거(?) 그래도 너무 저거하지 않게. 그러
자.
중수대장 : 알겠습니다. 필승
 

태그:#채 상병, #김계환 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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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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