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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베란다에는 화분이 많다. 특히 난 화분이 40여 개가 된다. 그 외에 군자란과 개음죽, 천냥금, 산호수 등도 있다. 올여름을 보내면서 동양란에 새로운 난촉이 올라와서 화분이 더욱 풍성해졌다. 죽은 화분이 하나도 없다. 난 화분을 볼 때마다 잘 키웠다는 뿌듯함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올여름 난촉이 많이 올라와서 난이 풍성해졌다.
▲ 우리집에서 키우는 동양란 올여름 난촉이 많이 올라와서 난이 풍성해졌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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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에 알로카시아 모종을 화분에 옮겨 심었다. 죽을세라 늘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서 키웠다. 물 주는 것도 신경 쓰고 햇볕도 신경 썼다. 알로카시아는 물을 좋아하지만, 물에 약하기 때문에 물을 조심해서 주어야 한다. 정성 들여 키우다 보니 잘 자라 제법 잎이 무성해졌다. 한겨울에는 혹시 얼기라도 할까 봐 거실에 들여놓고 키웠다.

알로카시아는 공기정화 식물이다. 실내에서 키우면 미세먼지도 흡수한다고 한다. 요즘 반려식물로 인기가 많다. 특히 잎이 하트처럼 생겨서 어르신들은 토란으로 착각하기도 하신다. 생각보다 쑥쑥 자라서 키우는 재미가 있었다.
  
잎이 하트 모양으로 토란과 비슷하다.
▲ 알로카시아 화분 잎이 하트 모양으로 토란과 비슷하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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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던 알로카시아가 여름이 되면서 잎 중간중간에 갈색 반점이 생기며 시들기 시작했다. 화분 하나에서 생긴 갈색 반점이 옆 화분까지 번졌다. 이상한 것은 바로 옆에 있는 군자란은 아주 싱싱하게 자라 문제가 없었다. 시든 잎을 따주며 새로 나온 잎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져서 시든 잎을 잘라주고 나니 가운데 잎 몇 개만 남았다. 화분이 볼품없어졌다. 알로카시아는 직사일광에 약해서 햇빛이 강하면 갈색 반점이 생긴다고 했다. 베란다지만 올여름이 무더워서 그럴까, 아니면 봄에 준 영양제가 문제였을까 짐작만 해 본다.

난에 주는 영양제를 튼튼하게 자라라고 흙 위에 놓아주었었다.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잎은 점점 시들어갔다. 보기 흉해서 혹시 잘라주면 새로운 싹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줄기 밑동을 싹둑 잘라주었다.
 
잎이 시들어 밑둥을 잘라준 알로카시아
▲ 알로카시아 화분 잎이 시들어 밑둥을 잘라준 알로카시아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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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를 자른 알로카시아 화분을 햇빛이 덜 비치는 옆 베란다로 옮겼다. 주말에 온 다섯 살 손자가 알로카시아 화분이 안 보이니 찾는다. 손자가 식물에 관심이 많다. 아파서 치료하려고 다른 곳으로 옮겨 두었다고 말했다. 싹이 새로 올라올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물도 주고 사랑도 주었다.

생명은 위대하다

한 달 반쯤 지난 어느 날 죽은 것 같았던 화분에서 새로운 싹이 흙을 뚫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감동은 백두산 천지를 보았을 때의 감동만은 못하지만, 환호성을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그날부터 퇴근하고 매일매일 화분을 살폈다. 화분이 마르면 물을 주고, 화분도 돌려주었다. 식물은 해님 방향으로 굽어지기 때문에 화분을 돌려주지 않으면 줄기가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알로카시아가 두 뼘 정도 자랐을 때 안심이 되어서 원래 있던 장소로 화분을 옮겼다. 거실에서도 보이는 곳이라 늘 시선이 간다. TV를 시청하다가도 쳐다보고, 아침에 일어나고 먼저 찾는다. 아직까지는 잎이 갈색으로 변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잘 자라는 알로카시아를 보며 내 정성이 하늘에 닿았구나 생각하며 마음이 행복해진다.
  
잘라 준 줄기에서 새순이 나왔다.
▲ 새로 자란 알로카시아 화분 잘라 준 줄기에서 새순이 나왔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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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반려식물이란 말도 사용한다. 반려식물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식물을 일컫는 말이다. 즉 가정에서 키우는 식물을 말한다. 식물을 가꾸며 위로를 받고 행복을 느낀다.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기르던 식물이 시들거나 죽으면 정말 속상하다.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애쓴다.

여름에 난 꽃대가 올라와서 꽃이 피기를 기다렸는데 꽃이 피지 못하고 말라버렸다. 난 꽃은 1년에 한 번 밖에 피지 않는데 정말 아깝고 속상했다. 애지중지하던 알로카시아가 시들어 굉장히 속상했었다.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노력했는데 다행히 새싹이 올라와 기쁘다. 새로 나온 알로카시아 작은 줄기가 싱싱하게 자라길 바란다.

오늘 아침도 알로카시아를 보며 행복하게 시작한다. 정성은 생명도 살릴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스토리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태그:##알로카시아, ##반려식물, ##반려동물, ##화분,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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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교원입니다. 등단시인이고, 에세이를 씁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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