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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허베이조합 국응복 이사장.
 인터뷰 중인 허베이조합 국응복 이사장.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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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지역발전기금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돈이라면 일방적으로 처리해도 되지만 이 돈은 피해민의 아픔이 담긴 기금이다. 삼성중공업이 세제혜택을 받으려고 모금회에 지정기탁한 것인데 모금회 마음대로 환수하면 되겠나? 특히 5개월 전부터 모금회와 해양수산부가 함께 협의한대로 순리대로 차근차근 조합을 정리했다면 10월이면 정상적인 기금사업이 진행됐을 것인데, 약속을 어긴 모금회의 일방통행에 자존심이 상했다. 앞으로는 법적 대응도 고민하고 있지만, 법적 싸움으로 가게 되면 또 시간이 지나게 될 것이고, 그만큼 피해민들에게 혜택도 늦게 돌아가는 것이라서 고민 중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로부터 지난 8월 31일 삼성지역발전기금배분사업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국응복 이사장이 기금 잔액을 반납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가운데 국 이사장은 "모금회의 일방 통행" 탓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 이사장은 지난 13일과 18일 충남 태안읍 인근에서 기자와 만나 기금을 반납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 이사장은 기금 미반납에 대해 모금회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직원 급여 및 퇴직금, 실업급여, 사무실 집기 정리 등 당초 세 차례의 협의를 통해 순리대로 처리하기로 약속했지만 모금회가 일방적으로 기금환수를 통보하고 배분사업계약도 해지했다는 것이다. 

국 이사장은  "피해민의 복리증진 및 복원사업 배분금에 대한 모금회 측의 계약 해지 통보에 조합에서는 모금회 측의 모든 협조요청에 대해 일체 거부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 이사장에 따르면 모금회는 지난 8월 31일 오후 늦게 공문을 보내 왔다. 해당 공문은 허베이조합과의 배분사업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다는 내용으로, 공문의 골자는 9월 11일까지 정기예금 양도양수 조치, 9월부터 전체 직원들의 인건비 지출 불가 등을 명시했다.

기자가 입수한 '배분사업계약 해지 통보' 공문서에는 사업정리 최소 인력을 허베이조합 본부에 2명, 이미 운영 중인 허베이종합복지센터 운영을 위한 계약직 24명으로 제한 운용토록 했다. 조합 본부에 남은 2명의 최소인력은 회계총괄과 경영관리분야 인력이며, 허베이종합복지센터에는 행정회계, 시설관리, 복지센터 운영 인력 등 24명이다. 이들에게는 인건비가 지급되지만 나머지 인력에 대한 인건비는 지출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모금회는 ▲8월 지출원인 행위 발생에 따른 9월 초 정산처리분(8월 집행 잔액 선 사용 승인) ▲배분금 환수조치를 위한 제반 비용(금융기관 수수료, 출장비, 교통비) ▲본부 사무실 임차료, 고정지출 비용 ▲종합복지센터 운영 관련 고정지출 비용 등 허베이조합의 사업 정산과 관련한 자금 집행은 승인했다.

또한, 정기예금으로 예치된 기금에 대해서는 9월 11일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양도양수 처리하겠다는 계획도 명시했다.

조합 본부직원 2명만 남겨... "업무 차질 불가피"

하지만 이같은 모금회의 조치 때문에 허베이조합의 남은 업무 처리에 심각한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게 국 이사장의 입장이다. 

모금회가 공문서에 명시한 대로 9월부터 본부 필수직원 2명과 서천요양원 계약직을 제외한 본·지부 전체 직원들에 대한 급여가 중단 될 경우 모금회 측이 요구하는 사항과 조합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는 것이다. 또한 각종 사업비 집행, 임직원 급여·퇴직금 정산, 사무실 임차·집기류·장비임대 해지, 조합원 출자금 정산처리 등은 본·지부 직원 없이는 처리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국 이사장은 앞으로 모금회의 모든 협조요청을 모두 거부하겠다며 지난 18일 허베이조합 본부와 지부의 전 직원을 해고했다. 

국 이사장은 "모금회에 직원 정리, 사무실 정리 등이 다 마무리 됐을 때 기금을 환수해 주겠다고 했다. 환수 이후에는 해수부와 모금회가 주체가 되고, 전문가와 태안군, 군의회, 피해민도 참여해 사업을 구상하고 기금은 모금회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라고 제안했었다"라며 "그렇게 된다면 기금을 모두 주겠다고 했더니 모금회에서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당초 모금회 측이 약속한대로 사전 협의 등을 거쳐 진행할 경우 이사장이 자금관련 사항 등을 적극 협조하겠다는 약속이 묵살됐다"라며 "시급성이 없는데도 8월 31일자 오후 늦게 급여 미지급 방침을 통보했는데 9월 1일자로 어떻게 20여명의 직원들 신분을 하루 만에 처리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한 주 기다려봤지만 모금회에서는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없다고 해서 18일부로 전 직원을 해고했다"라며 "20일부터 조합이 문을 닫아 버리면 어디와 소통하고 정리할 것인가. 앞으로는 모금회가 직접 내려와서 다 수습해야 한다. 남은 업무가 복잡한데 모금회가 바보짓했다"고 강력 반발했다.

국 이사장의 주장... "모금회, 조합과 협의 통해 처리하겠다 약속 어겨"
 
인터뷰 중인 허베이조합 국응복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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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이사장은 특히 지난 4월부터 3차례에 걸쳐 모금회와의 협의를 통해 "배분금 환수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는 모금회가 조합측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허베이조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합측이 모금회에 1900여 만원의 필수예산 승인을 요청했지만 모금회가 이를 거절하면서 이사장의 반발이 커졌다.  

국 이사장은 "정기예금 이외의 기금을 남긴 이유는 1만4천명 조합원들에게 조합의 상황을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우편료가 1500만원 정도 든다"면서 "기금이 환수된 이유를 알리기 위해 언론과 지부 등에 쓸 돈 400만원 등 총 1900만원을 승인해 달라고 모금회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화가 났다"고 밝혔다.

국 이사장은 "금년도 연말까지의 자금집행 계획은 모금회가 이미 지난 6월 7일 모두 승인한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모금회 측은) 1750억 원 상당에 이르는 정기예금 또한 해지하면 40~50억원의 이자손실이 생기는데도 즉시 환수조치를 요구했고, 8월분 직원급여, 관리운영비 등의 검토도 없이 전액 반납을 요구했었다"라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모금회 측이  취소 내지 번복했는데 이는 충분한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 이사장은 "앞으로 모금회 측의 배분금 환수 등 일체의 업무협조에 대해 거부하겠다"고 강조했다.

국 이사장은 모금회의 기금 환수에 대해 이렇게 일갈하기도 했다.

"모금회가 자기들 돈이면 일방적으로 해도 되지만 기금은 피해민의 아픔이 담긴 돈이다. 삼성중공업이 세제혜택을 받으려고 모금회에 지정기탁한 것인데, 모금회 마음대로 환수하면 되겠나? 앞으로 어떤 형태가 됐건 유류피해대책위원회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모금회, 허베이기금 환수 완료 위해 21일 비상대책위원회 개최

 
모금회는 허베이조합을 대상으로 현장실사에 나서며 기금 미반납분을 직접 챙기겠다는 계획이다.
 모금회는 허베이조합을 대상으로 현장실사에 나서며 기금 미반납분을 직접 챙기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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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모금회는 국응복 이사장의 반발에도 허베이조합을 대상으로 현장실사에 나서 기금 미반납분을 직접 챙기겠다는 계획이다.

모금회에 따르면 현재 허베이조합은 지난 8월 24일까지 정기예금을 제외한 153억 원을 반납하고, 5억2천만 원의 미반납분이 남은 상황이다. 모금회는 환수 완료를 위해 지난 20일부터 허베이조합에 대한 현장실사를 진행하며 본부·지부의 반환내역과 자산현황 등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모금회는 미반납 배분금과 사업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지난 14일 구성하고, 21일에는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를 개최했다. 비대위는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충남도청 및 충남도의회, 전남도청 등 지자체와 법률·회계·유관기관 전문가 등 12인으로 구성됐다. 가장 많은 기금을 배분받은 태안군에서는 정광섭 충남도의원과 장문수 서산수협조합장이 비대위 명단에 포함됐다.

모금회 김경희 사회공헌본부장은 "사랑의열매는 허베이 유류 유출 피해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을 앞당길 수 있도록 기금 환수 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해양수산부와의 협조를 통해, 기금사용의 근본적인 재구성과 새로운 추진체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삼성지역발전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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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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