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9일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경기에서 일본 요코하마 F 마리노스 포워드 미야이치 료(오른쪽)와 한국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연수가 공을 다투고 있다.

2023년 9월 19일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경기에서 일본 요코하마 F 마리노스 포워드 미야이치 료(오른쪽)와 한국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연수가 공을 다투고 있다. ⓒ AFP / 연합뉴스

 
"모두가 안 된다고 말하던 그곳으로 가자. 아시아로!"

창단 20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첫 역사를 이룬 인천 유나이티드 FC 팬들은 최근 이런 가사의 새 응원가를 즐겨 부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2부리그 강등을 눈앞에 두고 꼴찌 탈출 경쟁을 펼치던 그 팀이 지금 당당히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까지 올라온 덕분이다. 그런데 지난해 J리그 챔피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의 첫 게임, 그것도 까다로운 어웨이 게임을 멋지게 이겨버렸으니 실로 놀라운 새 역사를 첫 게임부터 만들어낸 것이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한국)가 우리 시각으로 19일(화) 오후 7시 일본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벌어진 2023 AFC 챔피언스리그 G조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와의 첫 게임을 4-2로 이기고 돌풍의 팀으로 떠올랐다.

제르소와 에르난데스의 슈퍼 골들

9월 16일 토요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1 홈 게임에서 짜릿한 2-1 승리를 거두고 요코하마로 날아온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예상했던 대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펼쳐들었다. 상대가 지난 시즌 J리그 챔피언이고 현재도 빗셀 고베와 함께 선두 다툼을 펼치고 있는 강팀이기에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게임 시작 후 8분도 안 되어 믿기 힘든 스토리가 시작됐다. 홈 팀 요코하마 F. 마리노스가 자책골로 흔들린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왼쪽 윙백 정동윤이 김도혁의 역습 패스를 받아 몰고 들어가다가 제르소를 겨냥한 얼리 크로스를 낮게 깔아 보냈을 때 수비수와 홈 팀 골키퍼가 애매하게 겹치며 골키퍼 이치모리 준의 글러브에 맞은 공이 굴러들어갔다.

챔피언스리그 첫 도전 어웨이 게임에서 비기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자신감이 차올랐지만 9분 만에 코너킥 세트 피스로 동점골을 내줬다. 왼쪽 코너킥을 받은 니시무라 다쿠마가 자리를 잡고 뜬 헤더 골이었다.

28분에 아찔한 페널티킥 위기를 VAR 오프 사이드 판정으로 넘긴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37분에 제르소의 완벽한 추가골에 모두가 놀랐다. 김도혁의 역습 로빙 패스를 잡은 제르소가 상대 센터백 츠노다와 골키퍼 이치모리 준까지 기막히게 따돌리는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로 밀어넣은 것이다.

홈팬들 앞에서 자존심이 상한 요코하마 F. 마리노스 선수들이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코너킥 세트 피스를 하나 더 꽂아넣으며 따라붙었다. 카이나 요시오의 왼쪽 코너킥을 받은 미야이치 료가 니어 포스트에서 방향을 슬쩍 바꾼 것이 빨려들어간 것이다. 

2-2 점수판을 놓고 후반전을 시작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61분에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를 빼고 에르난데스를 들여보냈고 72분에 나온 니시무라 타쿠마의 오른발 중거리슛에 역전골을 내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골문을 지키고 있는 김동헌이 날아오르며 손끝으로 쳐내는 슈퍼 세이브 활약을 펼친 덕분에 멋진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75분에는 또 다른 교체 선수 음포쿠의 재치있는 역습 스루패스를 받은 에르난데스가 자신이 좋아하는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낮게 깔아 넣으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에르난데스의 물오른 슈퍼 골 행진은 4분 뒤에도 이어졌다. 이번에도 음포쿠의 가로채기 공을 받아 밀어놓고 때린 공이 또 하나의 오른발 대각선 슛 궤적을 짜릿하게 그려냈다. 요코하마 F. 마리노스 수비수 넷이 에르난데스를 좁혀왔지만 그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속도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사흘 전 토요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갑작스런 소나기가 쏟아져 내릴 때 제주 유나이티드를 주저앉힌 후반전 추가 시간 극장 결승골 이상으로 또 하나의 인생골을 자신과 구단의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 게임에서 만들어낸 셈이다.

사실 두 팀은 기구한 인연이 얽힌 팀이기도 하다. 구단을 상징하는 엠블럼에 보기 드문 닻 모양이 들어가 바다와 항만을 품고 있는 공통점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고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전 감독이 요코하마 F. 마리노스에서 활약하기도 했기에 너무 일찍 그를 하늘로 떠나보낸 슬픔을 나누었던 기억도 있다. 이번 게임에 수백명의 인천 유나이티드 FC 서포터즈가 날아가 유상철 전 감독을 추모하는 감사의 플래카드를 펼쳐들기도 했으니 게임 결과를 떠나 두 팀의 우정은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요코하마 F. 마리노스 두 팀은 오는 11월 28일 화요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2023 AFC 챔피언스리그 G조 결과
(9월 19일 화요일 오후 7시, 요코하마 국제경기장)

요코하마 F. 마리노스 2-4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니시무라 타쿠마(17분), 미야이치 료(43분,도움-카이나 요시오) / 이치모리 준(8분,자책골), 제르소(37분,도움-김도혁), 에르난데스(75분,도움-음포쿠), 에르난데스(79분,도움-음포쿠)]

◇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3-5-2 포메이션)
FW : 스테판 무고사(61분↔에르난데스), 제르소(73분↔김보섭)
MF : 정동윤, 김도혁, 신진호(83분↔문지환)이명주(73분↔음포쿠), 김준엽
DF : 델브리지, 김동민, 김연수(83분↔오반석)
GK : 김동헌

◇ AFC 챔피언스리그 G조 현재 순위
1 인천 유나이티드 FC 3점 1승 4득점 2실점 +2
2 산둥 타이산 FC 3점 1승 3득점 1실점 +2
3 요코하마 F. 마리노스 0점 1패 2득점 4실점 -2
4 카야 FC 0점 1패 1득점 3실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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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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