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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급식실 노동자들이 조리흄 등 각종 유해물질에 오랜 기간 노출되어 산재 신청 후 승인 받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급식실의 유해물질에 대해 제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예방을 위한 여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단체급식실 노동자들이 조리흄 등 각종 유해물질에 오랜 기간 노출되어 산재 신청 후 승인 받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급식실의 유해물질에 대해 제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예방을 위한 여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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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환경 개선 방법에 대한 논란

조리흄에 의한 폐암 문제는 최근에야 알려졌다. 그리고 급식실 노동자가 조리흄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급식 노동자의 폐암이 산재로 승인되고, 조리흄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이 상당수가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지고 난 뒤에야 교육청과 일부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접근 방식에 대한 논란은 존재했다. 실태를 파악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작업환경측정을 해 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실태 파악이 아니라 '국소 배기 및 전체 환기 시스템을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현재 조리실의 환기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다는 전제 하에, 실태 파악에 사용되는 시간과 비용을 환기 개선 사업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작업환경측정을 해 봐도 조리흄에 대한 기준도 없을 뿐더러 발생되는 유해인자의 특성상 측정을 하기에는 부적절하기 때문이며, 환기 점검을 한다고 해도 단순히 후드의 유속을 중심으로 하는 평가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 급식이 보편화된 지 10년 이상이 지났지만, 그 기간에 조리실 내의 환기 시스템에 대한 교육청의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노동자의 호흡기 영역에 대한 보호 대책은 사실상 없었다.

이는 후드 선정 과정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국소 배기 시스템을 설계할 때 후드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유량이 달라지기에 후드, 덕트, 송풍기는 하나의 시스템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교육청은 후드를 따로 주문해 구입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조리실 개선 공사에 엄청난 비용을 들였지만, 누구 하나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는 것은 교육부나 설계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조리환경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환기 전문가가의 의견에 따라, 벽면에 붙어 있는 밥솥과 조리대의 위치를 맞바꾼 형태로 변경한 설계도면.
 환기 전문가가의 의견에 따라, 벽면에 붙어 있는 밥솥과 조리대의 위치를 맞바꾼 형태로 변경한 설계도면.
ⓒ 김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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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환기 개선 시법 사업

이런 상황에서 단순한 측정과 실태 조사는 시간을 낭비할 수 있기에,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2021년 상반기에 경남교육청에 학교 급식 환경 개선 사업을 제안했다. 이후 경남교육청과 TF를 구성해서 몇 차례 논의했다.

당시 경남지역 한 학교가 환기 시설을 개선했다길래, 현장을 방문해 실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환기 시설이 제대로 설계되지 못한 것 등 여러 문제를 확인했다. 환기 개선 사업이 기존의 방식대로는 비용과 시간만 낭비하고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시켜준 사례다.

결국 설계, 시공, 평가에 대한 개입을 통해 환기 개선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또한 고용노동부 환기 가이드가 배포된 상황에서 이 가이드가 현실성 있게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급식 환경에 대한 유형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2022년 초 30개 학교 대상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다.

선정된 30개 학교에 대한 환기 개선 사업 초기, 많은 혼란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설계 단계에 있었다. 설계 업체가 관행대로 설계하려던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경을 요구했다.

특히 호흡기 보호, 소음, 방해기류, 댐퍼 설치 등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검토하고 점검하여 변경했다. 이후 설계에 따른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공기 흐름과 온도 등을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계 업체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체 설계 업체를 불러 모아 토론을 진행했다.
 
조리대와 식당 사이 배식대가 뚫려있으면 그쪽을 통해 강력한 방해기류가 유입되어 조리대 후드 기류를 파괴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 현재 설계대로라면 송풍기 1대의 시간당 풍량이 38,000 CMH로 너무 커서 소음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음.

메인에서 작은 덕트를 연결하면 유속이 빨라 소음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공사시에 문제가 생기면 댐퍼를 달아 유량을 줄여야 됨. 이 사항을 설계서에 넣어야 함. 아니면 처음부터 댐퍼를 달아두는 것이 좋음. 벽에 붙어 있는 조리기구 덕트는 앞에 서서 작업하는 조리원의 호흡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서 덕트를 벽쪽으로 붙이기 바람

설계 단계의 문제는 결국 시공단계의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시공에 참여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전체 교육과 토론을 진행했다. 핵심은 설계에 맞춰 시공하며, 설계와 다를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평가를 거쳤다.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참여한 환기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논의하였다. 경남교육청과 회의를 진행하기도 하였고, 현장에 직접 나가 확인하고 대책을 함께 논의하기도 했다. 그 결과 시범사업은 일정 성과를 거뒀고, 전국적으로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경남교육청은 전체 학교에 대한 환기 개선 일정을 발표했다.

시범사업 이후 남은 과제

경남지역은 시범사업을 통해 설계, 시공, 평가 전반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현재 설계, 시공,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거의 없다는 게 과제로 남아 있다.

일단 경남교육청 내 담당자 연수와 설계 및 시공 업체들에 대한 사전 교육을 하고,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기 전문가와 경남교육청이 함께 논의하는 팀을 구성해 관리하자는 것을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본 사업에 들어가고 한 해 200여 개 정도의 개선 사업이 진행될 시 시범사업처럼 감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이들은 지속해서 논의해 풀어야 한다. 또한 경남지역에서 고민하는 걸 다른 지역에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환기 개선 사업은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 환기 개선 사업이 잘못하면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고, 조리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환기 설비 업체 등만 돈을 벌고 끝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연맹 등을 포함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까지는 학교 급식 환기 개선 사업이지만, 결국 전체 급식 노동자들의 환기 개선이 요구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급식 환기 감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교육 기관 및 교육 시간 등을 재점검하고, 직무를 소홀히 해 발생한 문제에 대한 처벌 등에 대한 제도를 정비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병훈씨는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9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학교급식실_환기개선, #학교급식노동자_건강권, #학교급식실_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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