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충남 홍성군 홍동면 밝맑도서관에서는 '금서 축제'가 열렸다.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충남 홍성군 홍동면 밝맑도서관에서는 '금서 축제'가 열렸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충남 홍성 밝맑도서관에서 열린 '금서 축제'가 흥행에 성공했다. 금서 축제는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서 화제가 됐다. 금서 축제를 이끈 홍성 주민들의 지인들이 서울에서 측면 지원에 나섰다. '페미당당' 미섭씨와 이송희일 영화감독도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금서축제를 소개했다. 

이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홍성 금서 축제 홍보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를 본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SNS에서는 '멋지다, '함께하고 싶다'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 여파는 밝맑도서관 현장에서 금서 읽기 열풍으로 이어졌다. (관련 기사: 충남도 성교육책 열람 제한하자 홍성에서 생긴 일 https://omn.kr/25lpa)

금서 읽기는 올해 초 일부 보수단체에서 충남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성·인권 관련 도서를 빼라'고 주장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충남도(도지사 김태흠)는 이들 보수단체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지난 7월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Girls' Talk 걸스 토크>를 비롯한 10권의 책에 대해 열람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 이유에서다.

충남도의 열람 제한 조치에 대해 홍성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일부 보수단체의 주장만으로 도서 열람을 제한하는 것은 그 자체로 '검열'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가 직접 읽어 보고 판단하겠다"며 금서 축제로 화답했다.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홍동 밝맑도서관에서 열린 금서 축제 현장에는 지역의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이른바 열람이 제한되어 금서 취급을 받은 책들을 직접 읽어 보기 위해서다.

지난 15일 기자는 축제 현장인 밝맑도서관을 다시 찾았다. 앞서 11일에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열람실에서 책을 읽었다. 이날은 20여 명의 주민과 어린이들이 '금서'를 읽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어째서 이 책들이 유해도서이고 금서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주민 A씨는 "아이들과 함께 왔다. 금서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궁금해서 책을 읽어 봤다. 성에 대한 궁금증을 알기 쉽게 잘 설명해 놓은 책들이었다"며 "'아이는 어떻게 낳는 것인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도 비교적 정확하고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책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주민 B씨는 금서 논란에 대해 "금방 지나가는 바람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태가 오래가는 것 같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특이한 경험이다. 2023년에 열람제한 조치와 금서라니, 도대체 언제적 '금서 논쟁'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주민들의 촌철살인 
 
홍성 밝맑도서관 '금서 축제' 현장에 붙은 포스트잇.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홍성 밝맑도서관 '금서 축제' 현장에 붙은 포스트잇.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도서관 한 가운데에 붙은 '금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 달라'는 포스트잇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시민들은 포스트잇에 '금서라고 하니 더 읽고 싶어진다', '우리에게 친근한 책이 금서라니 놀랍다', '누가 읽을 권리를 빼앗는다는 건가. <자본론>이 금서였던 시절, 그때보다 못한 지금'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금서를 풍자한 글도 보였다. 일부 시민은 '금서 전시회란 곳을 와보게 해 준 이 고마움을 도대체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이제 보니 다시보니 금서(禁書, 읽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책) 아니라 금서(金書, 황금을 이용해 만든 책)였다'고 썼다.

오히려 어른들에게 성교육이 더 필요해 보인다는 일침도 나왔다. 한 시민은 '이 정도 내용에 불편하다니 어른들에게 먼저 성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여자 성기 보는 게 그렇게 불편한가. 여기 있는 책들은 오랫동안 여러 나라에서 성교육 고전으로 불리며 전문가들이 교육에 이용하고, 전문가들이 쓴 책이다'라고 일갈했다.

<소녀와 소년 멋진 사람이 되는 법>의 저자인 윤은주 작가는 "내 기준에서 좋은 책과 나쁜 책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윤 작가는 "어른들조차 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아이를 어떻게 낳나'라는 질문에 때로는 성행위를 설명하는 그림이 필요하고, 때로는 성기를 묘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내용의 일부만 편집해서 비판하고 있다. 시대정신과는 전혀 동떨어진 주장"이라면서도 "철지난 주장 덕분에 우리 주민들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행사를 했다"고 했다. 
 
최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밝맑도서관에서 '금서 축제'가 열렸다. 시민들이 직접 '금서'를 읽어 보겠다며 도서관을 찾았다.
 최근 충남 홍성군 홍동면 밝맑도서관에서 '금서 축제'가 열렸다. 시민들이 직접 '금서'를 읽어 보겠다며 도서관을 찾았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태그:#충남도 열람제한 , #홍성 금서 축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