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에 키스하는 조코비치

우승컵에 키스하는 조코비치 ⓒ UPI/연합뉴스

 
테니스 게임 흐름을 휘어잡기 위해 얼마나 정교하고 빠른 스트로크를 구사해야 하는가를 최고의 선수 노박 조코비치가 또 한 번 알려줬다. 36살의 노박 조코비치가 들어올린 그랜드 슬램 타이틀은 합쳐서 24개(호주 오픈 10회, 롤랑 가로스 3회, 윔블던 7회, US 오픈 4회)나 된다. 호주 여자테니스의 전설 마거릿 코트의 대기록(24회 우승)과 드디어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2021년 이 대회 결승전에서 당한 0-3 패배의 아픈 기억을 말끔히 지운 것이기도 했으니 조코비치의 우승 감격은 더욱 벅차올랐다.

세계 남자프로테니스 랭킹 2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11일 오전 5시 15분(한국 시각) 미국 뉴욕에 있는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US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3위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를 3시간 17분만에 3-0(6-3, 7-6, 6-3)으로 물리치고 대회 통산 4회, 그랜드 슬램 통산 24번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결정적인 실수, 누가 더 많았나?

지난 7월에 끝난 윔블던 결승전처럼 세계랭킹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와 2위 노박 조코비치가 이 대회 결승전에서 다시 맞붙을 것처럼 보였지만 다닐 메드베데프가 준결승전에서 알카라스를 3-1로 밀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 기세로라면 다닐 메드베데프가 2021년 결승전처럼 노박 조코비치를 또 한 번 이길 것으로 보였지만 결승전 뚜껑이 열리자 노박 조코비치의 게임 운영 능력이 곳곳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역시 테니스도 실수의 스포츠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결승전이었다. 3세트 전체 위너 갯수(조코비치 38개, 메드베데프 32개)와 언포스드 에러 갯수(조코비치 35개, 메드베데프 39개)가 비슷하게 찍혔지만 포인트가 오가는 결정적인 고비 때 누가 더 아쉬운 스트로크 실수가 나왔는가를 보면 다닐 메드베데프의 실수가 더 눈에 띄었고 그것이 고스란히 조코비치의 게임 포인트로 쌓였다.

첫 세트 일곱 번째 게임에서 노박 조코비치는 반 박자 빠른 포핸드 다운 더 라인과 돌아서며 때리는 포핸드 크로스로 게임 스코어를 5-2로 바꿔놓았다. 여기서 벌어진 점수차를 조급하게 달려든 메드베데프가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그나마 두 번째 세트는 타이 브레이크까지 이어졌으니 다닐 메드베데프에게 뒤집기 기회가 생긴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메드베데프의 조급한 스트로크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나왔다. 자기가 서브권을 쥐고 있던 타이 브레이크, 어설프게 뒷걸음질 치며 때린 백핸드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는 바람에 두 번째 세트도 조코비치가 낚아챈 것이다.

이어진 세 번째 세트에도 메드베데프의 급한 스트로크 시도는 결정적인 갈림길을 만들어냈다. 자기가 서브권을 쥔 네 번째 게임, 메드베데프의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이 너무 길게 떨어지는 바람에 브레이크 포인트를 조코비치에게 내준 것이다. 여기서부터 더이상 반전 흐름은 없었다. 메드베데프가 급한 마음에 휘두르는 스트로크 궤적을 노박 조코비치가 다 읽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마지막 챔피언십 포인트도 메드베데프가 너무 조급하게 포핸드 크로스를 짧게 감아때린 것이 네트를 넘지 못했다. 그렇게 노박 조코비치의 24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이 결정됐다. 조코비치가 37개의 네트 포인트(메드베데프 16개)와 43개의 리시빙 포인트(메드베데프 34개)를 따낸 기록만으로도 상대의 실수를 얼마나 침착하게 기다리며 효율적으로 대응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2023 US 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 결과
(9월 11일 오전 5시 15분,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 뉴욕)

노박 조코비치 3-0(6-3, 7-6{TB 7-5}, 6-3) 다닐 메드베데프

◇ 결승전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노박 조코비치 4개, 다닐 메드베데프 6개
더블 폴트 : 노박 조코비치 6개, 다닐 메드베데프 6개
첫 서브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54%(59/109), 다닐 메드베데프 65%(69/106)
첫 서브로 득점률 : 노박 조코비치 81%(48/59), 다닐 메드베데프 71%(49/69)
두 번째 서브로 득점률 : 노박 조코비치 54%(27/50), 다닐 메드베데프 38%(14/37)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84%(37/44), 다닐 메드베데프 73%(16/22)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50%(3/6), 다닐 메드베데프 33%(1/3)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41%(43/106), 다닐 메드베데프 31%(34/109)
위너 : 노박 조코비치 38개, 다닐 메드베데프 32개
언포스드 에러 : 노박 조코비치 35개, 다닐 메드베데프 39개

◇ 노박 조코비치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 24 목록
호주 오픈 10회 : 2008년, 2011~13년, 2015~16년, 2019~21년, 2023년
롤랑 가로스 3회 : 2016년, 2021년, 2023년
윔블던 7회 : 2011년, 2014~15년, 2018~19년, 2021~22년
US 오픈 4회 : 2011년, 2015년, 2018년, 2023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테니스 노박 조코비치 US 오픈 다닐 메드베데프 그랜드 슬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