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피터 손 감독의 자전적 영화 <엘리멘탈>은, 올 여름 6월 14일 개봉한 이래 700만 명이 관람했다. 2023 외화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국내외 작품을 통틀어서도 2위라는 성적을 달성했다.
 
시각적인 면에서는 동화 같고 무지개 같은 영화이다. 화려한 엘리멘트 시티에 누구나 좋아하는 원소인, 물의 아이 웨이드와 불의 아이 앰버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남자아이치고 너무나 착하고 눈물이 많고 감성이 폭발하는 웨이드에 비해 앰버는 불의 아이답게 자주 폭발하지만 야무지고 강하고 창의적인 캐릭터이다.
 
어떻게 물과 불의 사랑이 가능한 걸까? 양 극단이 통한다고는 하지만 물을 불을 꺼뜨리고 불은 물을 말려버리지 않는가 말이다.
 
먼저 용기를 낸 것은 여성적이고 다정다감한 웨이드이다. 웨이드가 앰버에게 손을 내밀어 춤을 신청했다. 웨이드는 서로의 존재가 서로를 꺼뜨리지 않는다는 것을 믿었을 것이다. 앰버는 반신반의했지만 웨이드의 확신에 묻어가기로 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래서 사랑은 기적이라고 말하는 걸까. 웨이드는 앰버를 꺼뜨리지 않았고 앰버는 물을 증발시키지 않았다. 아예 안 한 것은 아니다. 웨이드와 앰버가 손을 잡고 빠른 춤을 췄을 때 증기 기차가 달리듯 둘의 손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지만 단지 그것뿐, 둘은 서로에게 위험하지 않았다.
 
어떻게 둘은 사랑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을까. 달과 지구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둘 사이에 만유인력만 작용한다면 달과 지구는 붙어버릴 것이다. 반대로 원심력만 작용한다면 달과 지구는 자꾸 멀어져 끝내는 볼 수 없게 된다.
 
둘이 환상적인 춤을 선보였을 때 웨이드는 평소보다 좀더 따뜻해졌고 앰버는 평소보다 좀더 시원함을 느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바라는 새로운 경험의 온도가 조화롭게 빚어졌다. 차가운 사람은 따뜻함을 원하고 뜨거운 사람은 시크함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뜨겁게만 살 수도 없고 냉소적으로만 살 수도 없다. 다시 말하면 감성적으로만 살아서도 안 되고 이성적으로만 사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사람은 상황에 맞는 변화를 원하고 크든 작든 변화가 일어나야 하고 그 변화의 방향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변화 없는 삶은 끔찍한 권태의 늪이 아닌가.
 
앰버는 용기를 더 냈다. 소중한 가족과 함께하며 가업을 잇는 대신에 자신이 원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넓은 세상으로 웨이드와 함께 발을 내딛게 됐다. 사랑의 이름으로 상대방을 감금하고 납치하거나 스토킹하는 억압적인 사랑의 행태-사랑이라고 차마 부를 수 없는-를 뉴스에서 일상적으로 보면서 갑갑하던 차에 아름답고 자유로운 사랑을 만났다.
 
옛날 가수가 부르던 <올 가을엔 사랑할 거야>를 괜히 읊조리고 싶은 백로의 하루이다.
영화 엘리멘탈 물과 불의 원소 극단적인 차이 사랑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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