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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전형적인 풀꽃문양 항아리이고 오른쪽에 있는 항아리에는 "이것 사가는 사람은 누구든지 돈자(잘) 붐니다"라고 씌여 있다. 박물관에 들어가서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에 전시되어 있다. ⓒ 오창환
 
지난 8월 26일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수장고에서 어반스케쳐들을 위해서 박물관 야간 개장을 하기로 했다.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열쇠고리를 만드는 행사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파주 챕터와 고양 챕터가 함께 모여 스케치 행사를 하기로 했다. 늦은 오후 자유로를 달려 파주로 향하는 차에서 보는 양떼 구름이 환상적으로 예쁘다.

파주 박물관에서는 나전 칠기 특별전 <반짝반짝 빛나는>을 하고 있었다. 자개로 장식된 각종 전통 생활용품과 현대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이 전시는 8월 27일 종료했다). 이날 저녁에는 나전 칠기 특별전에 맞춰서 자개로 열쇠고리 만드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이 왔다.

나는 박물관 외부 풍경보다는 지난번 방문에서 인상 깊었던 해주 항아리를 그리고 싶었다.

해주항아리는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황해도 해주지방  민간 가마에서 만들어진 청화백자를 말한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대략 100년에서 150년 전에 만들어진 자기다.

조선시대에 경기도 광주군에는 왕실에 도자기를 납품하던 광주관요(廣州官窯)가 있었는데 왕실의 몰락과 수요 부족으로 1884년 폐요(廢窯)되었다. 이후 그곳에서 일하던 도공들이 각 지역으로 흩어져 지방 민간 가마에서 도자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해주는 예로부터 중국과 연결되는 해상교통의 요지이자 물류의 중심지였으며, 해서(海西)로 통용하던 황해도의 정치 경제적 중심지로 번성한 곳이었다. 게다가 해주에서는 품질 좋은 백토와  규모가 큰 가마가 있어서 옹기 같은 큰 기물을 많이 만들었다.

해주항아리는 장류와 곡식 등을 보관하기에 적합한 옹기의 형태와 고온에서 구워져 치밀하고 견고한 백자의 특성이 결합됐다. 당시 상당히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체계화된 관요에서는 도자기를 빚는 도공과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화공이 분리되어 있었다. 해주가마에서는 도자기를 빚는 도공이 그림도 그린 것으로 보이는데 거칠면서도 소박한 솜씨가 오히려 해주항아리에 매력을 더한다.
 
왼쪽은 글자가 쓰여있는 항아리 오른쪽은 십장생도가 그려진 항아리 ⓒ 오창환
 
박물관 입구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수장고에 해주항아리가 많이 전시되어 있어서 그것을 그리기로 했다. 항아리 두 개가 놓여있는 칸이 있는데, 앞에 있는 항아리는 해주도자에 전형적으로 보이는 풀꽃 문양 항아리다.

해주 항아리는 입구 주변에 네 방향으로는 나뭇잎무늬를 그리고 그 주변에 파도처럼 문양을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그물문이라고 한다. 이 항아리도 그물문이 있다. 그리고 항아리 가운데 크게 꽃을 그려놨다.

이를 풀꽃문이라 하는데, 풀꽃문의 꽃은 초롱꽃, 용담, 패랭이, 국화 등을 적당히 섞어서 그린다. 풀꽃문의 조선시대 중반부터 유행하였으며 집안의 화목과 다손 등 다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쓰인다.

그리고 그 뒤로는 매우 흥미로운 항아리가 있었는데, 한글로 "이것 사가는 사람은 누구든지 돈 자(잘) 붐니다"라고 쓰여 있다. 아마도 누군가 주문해서 만든 듯한데, 양식화된 그림을 그리는 도자기에 저런 문구를 썼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누가 주문했을까 궁금해진다. 저 문자 대로면 나라도 저 항아리를 사가고 싶다. 항아리 드로잉은 박물관에서 서서 하면 되지만 채색은 밖에 나가서 해야 한다. 나는 붓펜에 파랑 잉크와 먹을 넣어 가지고 갔는데 그것으로 채색을 했다.

 
십장생이 그려진 항아리. 그림이 천진난만하고 예쁘다. 청화백자장생문호 79797 높이 42.5cm ⓒ 오창환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십장생을 그린 항아리가 있다. 항아리에 그려진 그림이 너무 천진난만하고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어서 어린이 동화책에 써도 괜찮을 것 같다. 이번에는 가지고 간 색연필로 즉석에서 그렸다. 이런 경우 코발트블루, 프러시안블루, 바이올렛블루 등 다양한 파란색을 섞어 써야 한다.

그림을 그리고 나오는데 자개 열쇠고리를 만드는 행사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얼른 등록하고 나만의 자개를 키링을 만들었다. 검정 열쇠고리에 본드를 얇게 바르고 자개를 놓고 레진을 입혀서 구워내는 건데, 즉석에서 가능하고, 너무 예쁘다. 만드는 과정이 번잡스러운데도 불구하고 파주박물관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멋진 키링을 만들 수 있었다.
   
왼쪽은 양떼구름을 배경으로한 민속박물관 전경. 오른쪽은 나만의 키링 만들기 과정에서 자개를 키링에 배치한 모습. ⓒ 오창환
태그:#해주항아리,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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