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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2023년 가을학기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에 머물며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씁니다.[편집자말]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사랑이 진짜 무엇인지 단어로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키르케고르는 이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존재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과 그리고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 전자는 사랑에 관해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자세히 설명하든 사랑에 대하여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우리가 인생학교로 이해하는 덴마크의 폴케호이스콜레입니다.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는 1800년대 민중의 자각을 중요시했던 시기에 풀뿌리 운동으로 시작한 교육 운동이자 사회운동입니다. 

설명하기 힘든 폴케호이스콜레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 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 만들기를 실천하는 자유학교팀은 지난 4월 봄에 이어서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를 직접 경험해 보는 한 달 살기 프로그램으로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에 와 있습니다. 

작은 공동체를 구성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덴마크 사회를 간접적으로 들여다보고, 폴케호이스콜레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합니다.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 가을학기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엘비라(Elvira)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 가을학기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엘비라(Elvira)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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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를 소개할게요. 이름은 엘비라(Elvira), 김나지움(이하 고등학교)을 졸업하고 지금은 덴마크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에 와서 가을학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요. 스스로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생각해서 폴케호이스콜레를 선택했어요.

나이는 18살인데 지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 가장 어린 사람 중 한 명이에요.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섞여서 불편한 점은 없어요. 저보다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배울 내용이 많은 것 같아요. 

폴케호이스콜레에 오기 전에 제가 경험했던 학교 생활은 저에는 너무 지루하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어요. 학교 수업은 저에게는 너무 쉬워서 별로 자극을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덴마크의 교육 체계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 덴마크 학교 시스템은 저에게 성장을 시켜주기보다는 모든 사람을 평균에 맞추려고 하는 것 같아요. 개인별로 특화된 교육 과정 없이 모든 사람이 보통의 교육 과정에 참여해야 해요. 애프터스콜레에도 갈 순 있었겠지만, 애프터스콜레에도 역시 시험을 위한 과정이 여전히 있고, 또 그때는 집을 떠날 준비가 스스로 아직은 안 된 것 같았어요. 

고등학교 학교를 졸업하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당장 학교 시스템에서 벗어나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과 일단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는데, 공부를 계속하고 싶지는 않았고 갭이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제 의견에 동의해 주셨고요.  

비슷한 시기에 주변에서 폴케호이스콜레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을 수 있었고, 조금 더 자세히 내용을 살펴본 다음에 폴케호이스콜레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어머니가 구글에서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를 우연히 발견했어요.

원래는 일본에 보내려고, 일본에 폴케호이스콜레를 검색하시다가 찾았다고 하셨어요. 프로그램을 살펴봤는데, 일본어와 일본 문화 스포츠도 좋아하는데 두 가지가 함께 있어서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를 선택한 것 같아요. 정말 제가 원하는 주제들이 많아서 더 끌렸어요. 

일본어와 일본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고, 아주 우연한 기회였던 것 같아요. 몇 년 전 생일 파티에 참석했을 때 파티에 참석한 사람 중에 한 분이 제가 옷을 입는 스타일이 일본 여성 같다고 해서 도쿄걸이라고 했었는데, 일본에 여러 번 다녀온 분이었고 일본에 대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해 줬어요.

그 이후로 조금씩 관심을 두게 된 것 같아요. 그 후로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그때 다시 떠오른 것이 일본어였고, 온라인을 통해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곳에서 가을학기 프로그램이 시작하고 시간이 지났는데, 어려운 점은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글쎄요, 대부분 좋았던 것 같은데, 굳이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하자면, 저에게는 조금 힘에 부쳤던 것 같아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프로그램들도 많이 진행되고, 특히 일주일 동안 24시간 내내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지내야 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조용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조금 적응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요. 대부분 룸메이트가 있지만 저는 1인실을 이용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때와 비교하면 저는 이곳에서 훨씬 참여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 하기는 조금 예의가 없는 것 같지만, 음식이 아주 조금 실망스러운 것 같아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마도 제가 음식을 가려서 그런 것 같아요.

폴케호이스콜레 다음에 계획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야기 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어요. 제가 생각한 갭이어가 반 정도 남았는데, 갭이어 경험이 좋다면 1년 정도 더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싶어요. 그리고 아시아로 여행을 가고 싶어요.

아시아에는 가 본 적이 없어서 문화나 음식 사람들 모든 것이 다를 것 같아서 꼭 경험해 보고 싶어요. 어머니는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 일본 남자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는거 아니야 하고 농담처럼 이야기하세요. 그리고 미국도 가보고 싶네요. 사람들이 가능성의 나라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번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진학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물리학에 매우 관심이 많아요. 특히 우주와 별, 행성에 대한 천체물리학이요. 물리학을 공부한 다음 천체 물리학도 공부하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은 계획에 불과한 것 같아요.
  
저처럼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친구들에게는 직선적이지 않은 방법을 찾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좀 더 비틀린 길을 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시스템이 한 방향을 말하고 거의 모든 사람이 한 방향으로 가더라도 어쩌면 그것이 그들에게는 유용하고 도움이 될 수 있고 어쩌면 조금 안전한 방법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상자 밖에서 생각하면서, 무언가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 그냥 참고 견디려고만 하지 말고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생각에는 충분히 열심히 생각하고 노력하면 시스템을 우회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할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선형적인 것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비틀어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덴마크가 행복한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아마도 안전하기도 하고, 사람들끼리 신뢰가 있는 것 같아요. 정부를 신뢰하기도 하고요. 물론 잘못된 일도 벌어지기는 하지만 대체로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정확한 답인지는 모르겠네요.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 가을학기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엘비라(Elvira)
 보세이 폴케호이스콜레 가을학기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엘비라(Elvira)
ⓒ 양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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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 #교육, #보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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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만들기 수업을 거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입니다. IT/인터넷 업계에서 기획자로 일했고, 코워킹 스페이스를 창업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삶을 위한 자유학교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 - 자유학교 https://www.jayusko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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