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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일의 『제국신문』에 대한 열정은 신문의 인기를 크게 높였다. 처음에는 1천부 가량을 발간했다가 곧 3천부로 늘렸다. 당시 서울 인구가 약 10만 명 정도여서 신문 3천부는 적잖은 부수이다. "신문발간에 대한 여론을 들으니 점점 여성독자가 증가하여 제국신문을 구독하고 있으며 관심도 높아졌다는 이야기이다." (주석 18)

"제국신문을 증면 발행함과 함께 3천부를 증간했는데 이것은 독자층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석 19)

그는 신바람이 났다. 자신감과 신념을 일기에 썼다.

돌이켜 보건대 민중의 신문인 제국신문은 경향간의 민중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았는데 이는 유영식·이종면 그리고 내가 신명을 바쳐 명논설을 쓰고 광범위한 취재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보답할 길은 단지 이 길밖에 없다. 또 가까운 동지인 장지연과 박은식·남궁억·정교·이건호 등의 후원은 실로 우리 신문의 앞날의 발전을 도와주는 것으로 우리는 더 한층 신문사업에 분발하려는 것이다. (주석 20)

『제국신문』이 주요 독자층을 여성과 서민층을 겨냥한 것은 파격이고 대단한 용단이었다. 여전히 남녀차별이 심하고 여론주도층이 양반세력이던 시절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종일 선생이 창간한 <제국신문>
 이종일 선생이 창간한 <제국신문>
ⓒ 묵암 이종일 선생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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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녕이 본사로 찾아 왔는데 신문발간 및 계몽논설 문제를 조언하러 온 것이다. 이(李)가 말하길 부녀자 층의 기사 비중이 커진 것에 감동했노라 했다. 내가 말하길 이것은 기왕에 밝힌 기본 취지이므로 다음에는 단지 실천 기사를 게재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는 역시 감명을 받았으며 논조로 좋다고 말했다." (주석 21)

갓 태어난 『제국신문』이 국민들로부터 화제를 모은 것은 순한글체의 신문이어서 영향도 있었으나 이와 함께 신문 사설이었다. 주로 이종일이 집필한 것이다.

제국신문의 사설을 여러 사람들이 돌려보고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이 관심거리 기록은 내가 집필한 사설로써 더 한층 갑절되는 용기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저절로 힘찬 필치를 휘두르게 되는 것이다. (주석 22)

국민(백성)들의 관심이 높았던 「우리나라엔 세 종류의 도적이 있다」는 사설의 중후반이다.

속담에 이런 것이 있다. 시골 사람이 서울에 올라와 사모관대를 한 관리들을 보고 하는 말이 우리 시골에서는 사모관대 쓴 도적이 하나인데도 백성들 살기가 힘드는데 여기는 사모관대 쓴 사람이 많으니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했다고 한다.
도적이란 밤에 담을 넘고 재물을 훔쳐 가거나, 흉기를 들고 물품을 강탈하는 것만이 아니다. 진짜로 무섭고 지독한 도적은 권력이나 재력을 이용하여 무도한 행위로 국민들의 재산을 탈취하는 탐관오리들이다.

흉계를 꾸며 무고한 사람을 가두고 재물을 빼앗거나 음흉한 계교를 부려 힘없는 백성들의 재산을 가로채는 탐관오리들의 악행에 비하면 앞에 말한 좀도둑은 차라리 애교에 불과하다. 다만 도둑 중 사람을 죽이면서 강도질하는 화적떼는 무거운 벌을 내려야 마땅하다.

그런데 요즘 민간의 도적들은 큰 벌로 다스리는 반면 관리들이 국민의 재물을 빼앗거나 나라의 재산을 횡령하는 도적질은 심상히 알고 큰 변고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관리들의 부정과 부패가 국민들에게 습관화되어서 웬만한 관리들의 부정과 횡령쯤은 죄에 들어가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란 말인가.

국민이 태평하게 살 수 있는 길은 법률이 공정히 운영되어야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재판은 관원의 마음대로 법이 운영되어, 죄의 유무와 경중에 따라 벌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살인죄라도 뇌물의 정도에 따라 가볍게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리들이 뇌물을 좋아하며, 심지어는 무고한 사람을 공연히 가두고 제물을 요구하는 사례가 다반사로 일어나니, 국민들은 열심히 일을 해서 재산을 모으기보다는 놀면서 쉽게 돈벌 수 있는 방법, 즉 도적질을 하는 풍조가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국가재산의 횡령, 뇌물로 인한 위법행위 등 큰 도적(탐관오리)들이 근절된다면 담을 넘어 재물을 훔쳐 가는 도적들은 자연히 없어지고 원래의 선량한 백성으로 돌아갈 것이다. 또 한 가지 탐관오리보다 더욱 크고 무서운 도적이 있다. 그것은 지금 우리나라를 노리고 있는 세계열강들, 특히 일본과 아라사를 말한다.

이들은 몇 명의 재산을 빼앗거나 도적질하는 것이 아니라 금광·철도·항구 등의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음으로써 대한제국의 경제를 좀먹어 들어가고 있으며, 군사력을 동원하여 멀지 않아 무력으로 이 나라를 점령하려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지금 3가지 종류의 도적떼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생활이 도탄에 빠져 할 수 없이 도둑으로 나선 국민들. 국민의 재산을 권력으로 강탈하고 국가재산을 횡령하는 탐관오리들, 그리고 이 나라의 땅과 재산을 모두 삼키려는 열강들. 이중 가장 급하게 퇴치 해야 할 도적이 어느 것이며, 퇴치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 국민들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주석 23)

주석
18> 『묵암 비망록』, 1983년 8월 28일자.
19> 앞의 책, 동월 30일자.
20> 동월 31일자.
21> 9월 30일자.
22> 동월 31일자. 
23> 『제국신문』, 1999년 11월 18일자.

태그:#이종일, #이종일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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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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