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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이 지나간 푸른 바다
▲ 태풍이 지나간 후  태풍 카눈이 지나간 푸른 바다
ⓒ 최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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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부산의 한 지역 문화도시 센터에서 '노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였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시민동아리 회원들 다수가 참여하였는데요. 이 회의의 주요 목적은 실제 노후세대들의 지금 현재 삶에 대해 청취하고 노후 행복에 어떤 것이 중요하고 필요한가를 현장에서 파악한 뒤, 참석자들의 상호토론을 거쳐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센터에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참석자 모두가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지역 주민들의 실질적인 목소리가 우선이었지요. 평균 연령이 80대 초반이고 최고령이 90세입니다. 회의 장소가 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OOO사랑방'이었는데요. 오래 전에 국립어린이집 원장에서 퇴직한 대표님이 이곳에 정착하여 지역 주민들이 마음껏 찾아올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시민동아리에서 오신 분들은 대개 40~50대 한창 사회 활동을 할 연부역강(年富力强) 세대였습니다. 이분들에게 노년의 삶과 행복을 물어보는 것이 조금은 어색할 수 있지만, 이분들도 훗날 자신들의 노후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들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말씀은 대동소이합니다.

"하루 어떻게 보내십니까?"라는 제 질문에 새벽에 눈을 뜨면 부군 식사 챙겨주고, 혼자 사시는 분은 아침을 챙겨 먹고 곧장 이곳 사랑방으로 와서 하루 종일 보낸답니다. 점심 식사과 저녁 식사는 물론 본인 집에 잠깐 가서 챙겨 먹고 오지요. 그리고 하루 종일 이곳 사랑방에서 다른 사람들과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며 하루 종일 보낸답니다. 이곳 사랑방 한켠엔 온갖 화훼들이 화분에 가득 담겨 있습니다.

새벽 4시에 문을 열고 밤늦게 문을 닫으니 어디 갈 곳이 없는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이지요. 하루 24시간 중 5시간을 빼면 19시간 정도 그 긴 시간에 사랑방을 공개하고 있으니 여기 이 공간이 이분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짐작이 가지요. 주민분들에게 노후의 다양한 삶이나 행복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지만, 대동소이한 답이 나옵니다. 

"우리한테는요. 여~가 최곤기라요. 여름에 덥다고 에어컨 시원하게 틀어주고, 겨울엔 뜨뜻하이 해놓제. 언제 와도 마다하지 않으니 세상에 여~만큼 좋은 데가 어디 있는교. 우리 원장님 진짜 고마운 기라. 우리가 심심할까 노래도 가르쳐 주시는데 얼마 전에는 이 나이 많은 노인네들을 힘들게 가르치가 합창대회에도 안 나갔는교? 꽃 화분도 이리 많으이 우리가 볼 때마다 진짜 행복하다 아입니꺼. 그라고 선생님도 여기 오실 적마다 아이스크링에 마살 것까지 마이 사주시이 진짜 고맙심더. 자주 오이소. 우리에게 행복 뭐 별다는 것이 있겠는교. 그냥 하루 하루 안 아프고 편하게 살만 되는 기지. 안 그런교."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지역 초고령 주민들에게 삶의 공간, 행복의 원천을 만들어 제공하는 OOO사랑방 원장님의 선한 영향력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더욱 값지게 만들어 주고 있더군요. 제가 라운드테이블 진행 차 세 차례 온 것이 전부인데, 이곳 주민들의 삶에서 OOO사랑방이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는지 생생하게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4~50대 시민동아리 참가자들의 다양한 견해가 쏟아져 나옵니다. 대부분 시가나 친정 어른들의 현재 삶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여기 오신 시민동아리 참여자들의 부모님이나 시부모님들은 그래도 고학력이고 경제적 여유가 갖춘 분들이 대부분이라 노후를 즐기며 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분들은 우리가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그분들 스스로 삶을 영위해 갈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라운드 테이블 주제의 주요 대상은 정말 어디 갈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어서 하루를 그냥 무료하게 보내는 노년세대들입니다.

물론 노후 삶은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것은 사실이지요. 그렇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온 끝에 어느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젊은 시절에 노후를 생각지도 않고 살았지요. 그땐 젊을 때 고생하더라도 나이 들면 편하게 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보이 젊을 때 행복해야 나이 들어서도 행복합니다. 그래서 젊은 날에 행복을 생각지 않고 나중에 행복해야지 하는 것은 정말 쓸데없는 생각입니다. 지금 행복해야 나이 들어도 행복한 거 단다이 잊아뿌지 마이소."

덧붙이는 글 | 브런치 스토리에 송고했습니다.


태그:#노후 , #행복, #건강, #취미,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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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교육에 관한 기사 작성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오마이 뉴스 기사를 보면서 많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동참하고 싶어 이렇게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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