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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네 살 새내기 교사의 죽음은 슬픔을 넘어 전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우리 교육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분명하고도 강렬한 메시지였다. 2년 차 새내기 교사의 죽음이 또 다른 교사의 죽음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고 그것은 곧 우리 교육의 죽음을 예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6개월 전에 이미 사립초등학교 새내기 교사가 정신적 고통 끝에 병가를 내고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다만, 사립학교 비정규직 교사였기에 세상의 관심을 받질 못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조차 '어린이 학대 신고'로 남발되는 현상 이면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2014년 제정된 아동학대처벌법과 그에 따라 일부 개정된 아동복지법이다.

아동학대처벌법(제10조)에 따르면 '어린이 학대 범죄'를 "알게 된 경우"뿐만 아니라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의심이 있는 경우" 문구는 매우 주관적인 용어다. 학부모가 얼마든지 자의적(이기적)으로 해석해 민원을 남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개정된 아동복지법 제17조에 금지 행위로 명기된 '아동학대' 조항도 너무 포괄적 규정이어서 법 해석에 따라 마찬가지로 학부모가 악용할 여지가 큰 규정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성적 수치심 관련 "성희롱 등 성적 학대 행위"(17조 2항)와 "신체 학대 행위"(17조 3항), 그리고 "정서적 학대 행위"(17조 5항)와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17조 6항) 등이 대표 사례다. 이는 시행령과 시행 규칙 개정을 통해 어린이 학대 유형을 구체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덧붙여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은 어떠한 경우에도 어린이 학대 범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교원보호법을 제정해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사회가 강력하게 보호해야 한다.
 
프랑스 단편영화 <억압받는 다수>는 뛰어난 교수-학습 자료이다. 이 단편영화를 수업중에 틀었다 해서 학부모 민원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수사 의뢰 당하고 직위 해제된 배이상헌 선생님의 명예는 회복되어야 한다.
 프랑스 단편영화 <억압받는 다수>는 뛰어난 교수-학습 자료이다. 이 단편영화를 수업중에 틀었다 해서 학부모 민원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수사 의뢰 당하고 직위 해제된 배이상헌 선생님의 명예는 회복되어야 한다.
ⓒ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 교사를 지키는 시민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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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성평등 교육 활동에 누구보다 앞장섰던 어느 선생님은 학부모 민원 하나로 교육청으로부터 직위 해제당하고 수사를 받는 고통을 겪었다. 관할 교육청은 '교육부 성비위 매뉴얼'대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직위 해제시켰다고 했다(관련기사: 고발당한 '성평등 수업' 교사 무혐의... 문제의 시작은 여기였다 https://omn.kr/1oqye).

그렇지만 해당 교사는 학교 성고충 심의위원회에서 '성희롱이 아니라'고 결론이 났음에도 교육청이 경찰에 전격 수사 의뢰하고 직위해제 시키자 극심한 충격에 휩싸였다. 4년째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 속에 해당 교사는 간과 콩팥이 서서히 망가지고 지금은 암 투병 중이다.

그분은 80년대 촌지 거부 운동에 참여해 전교조 교사로서 해직의 아픔을 겪었던 선생님이다. 그분은 학생 인권에 관심이 커서 전교조 본부 학생생활국과 참교육실에서 활동했던 존경 받는 참교사였다.

그러나 학부모 민원 하나로 인격 살인 등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인내해야 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참교육을 실천했던 교육자로서의 삶마저 전면 부정당했다. 해당 교육청은 사과는커녕 아무 응답이 없다. 관료적 권위주의 교육행정의 끔찍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민주화의 성지' 빛고을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니 충격이었다.

생각건대 가장 먼저 교육부 성비위 매뉴얼을 즉시 개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부 성비위 매뉴얼은 상위법인 '교원 지위 향상에 관한 특별법'을 정면으로 위배하기 때문이다.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 교육부 매뉴얼이 국회에서 입법한 상위법 취지의 한계를 넘어서거나 상위법을 부정하면 안 된다. 교원 지위 향상에 관한 특별법 제15조 1항엔 "관할 교육청과 학교장은 교사의 교육 활동을 침해한 학생, 학부모에 대해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활동 침해 범죄 유형으로 '상해와 폭행죄', '협박죄', '명예에 관한 죄', '손괴죄', 교사 휴대전화 등 '불법 정보 유통 행위' 등을 모두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학부모가 "교사의 교육 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 또한 수사기관에 고발해 형사처벌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교원 지위 향상에 관한 특별법 조항은 사문화된 현실이다. 교사가 문제 학생과 악성 민원을 남발하는 학부모로부터 모욕과 함께 인격을 훼손당하고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어도 보호받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 입법할 교원 보호법에는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형사사건으로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처벌할 규정이 명기돼야 한다. 수사 의뢰 주체 역시 학교장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학교장은 교사의 교육 활동을 돕는 단위 학교 최적의 장학 활동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백한 교권 침해 내지 교사의 인격권 침해 사건에 대해 학교장이 경찰에 직접 수사 의뢰하지 않을 경우, 학교장을 처벌하는 규정을 명기해야 한다. 교권을 이중으로 두텁게 보호할 장치가 절실하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조차 '어린이 학대 신고'로 남발되는 또 다른 원인은 학생과 학부모 대상 시민성(citizenship) 교육이 전무한 탓이다. 기존 교원 지위 향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9조에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 활동 침해행위의 유형 및 사례'를 매년 1회 예방 교육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교직 생활 동안 학부모 대상 입시 설명회는 매년 목격했지만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권 침해 사례를 교육하는 장면을 본 적은 없다. 상호 존중과 배려, 그리고 이해와 공감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시민성 교육을 매 학기 초 1회씩 정례화하는 정책 시행이 병행돼야 한다. 물론 교권 침해 예방 교육이 현장 교사의 업무로 가중되지 않도록 온라인으로 시행하는 방식이다.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선 악성 민원을 일삼는 일부 학부모와 무개념 학생에 대해 벌금형과 신체 구금 등 강력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 더불어 상호 존중과 공감의 시민성 교육이 절실하다. 잘못된 어린 시민은 잘못된 가정 교육, 바로 미성숙한 시민인 부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태그:#교권 침해, #시민성 교육, #아동 학대, #교사의 인권, #교원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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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동기는 일제강점기 시절 가족의 안위를 뒤로한 채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던 항일투사들이 이념의 굴레에 갇혀 망각되거나 왜곡돼 제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지 않은 점이 적지 않아 근현대 인물연구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복원해 내고 이를 공유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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