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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강상면·강하면 주민들이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여현정 양평군의원(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강상면·강하면 주민들이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여현정 양평군의원(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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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계획이 바뀌다니 참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자기들끼리 뒤집더니 이제 없던 일로 하겠다? 우릴 협박하나?"


두물머리로 흐르는 남한강 하류를 사이에 두고 인구 12만의 양평이 쩍 갈라졌다. 영부인 이름 '김건희' 세 글자 때문에 연일 갈등에 휩싸였던 경기도 양평은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던진 폭탄으로 또 한번 상처를 입었다.

6일 오전 8시 양서면 양수리를 찾았다. '두물'을 의미하는 이름의 양수(兩水)리 초입에 "고속도로 사업 원안대로 시행하라! 주민 동의 없는 노선변경 강력히 반대한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6일 오전 경기 양평 양서면에 걸린 플래카드를 한 운전자가 지켜보고 있다. 당초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양서면에 위치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어 논란이 일었다. 플래카드에 적힌 '도곡'은 남한강을 기준으로 양서면 쪽에 있는 양평읍 도곡리를 의미한다.
 6일 오전 경기 양평 양서면에 걸린 플래카드를 한 운전자가 지켜보고 있다. 당초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양서면에 위치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어 논란이 일었다. 플래카드에 적힌 '도곡'은 남한강을 기준으로 양서면 쪽에 있는 양평읍 도곡리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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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가 속한 양서면에선 주말마다 북적이는 관광객으로 극심한 교통난이 일상이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이 양서면으로 예정됐을 때 주민들은 조금이나마 왕래가 여유로워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갑자기 종점을 남한강 너머의 강상면으로 바꾼다는 내용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길게 잡으면 지난 2008년부터 논의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사업안이 별다른 논의도 없이 급하게 바뀐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땅이 강상면(바뀐 계획의 고속도로 종점)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대 민심이 흉흉해졌다.

[원안 양서면] "대통령 와이프 영향이 없겠나"
 
6일 오후 남한강을 지나는 경기 양평 양근대교. 차량 한 대가 경기 양평 양서면 쪽에서 강상면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당초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양서면에 위치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계획이 바뀌며 논란이 일었다.
 6일 오후 남한강을 지나는 경기 양평 양근대교. 차량 한 대가 경기 양평 양서면 쪽에서 강상면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당초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은 양서면에 위치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계획이 바뀌며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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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양서면(바뀌기 전 계획의 고속도로 종점)의 다섯 마을을 돌며 주민 10여 명을 만났다. 오전 9시께 양서면을 지나는 경강로 인근에서 만난 A씨는 "(계획을) 변경하려면 주민들을 만나든지 공청회를 열든지 해야 할 것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두물머리가 관광지라 주말이면 주민들도 차를 댈 곳이 없고 한 번 빠져나가려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라며 "교통체증이라도 좀 해결해보자고 이 사업을 추진한 건데"라고 토로했다.

오전 11시께 건넛마을에서 만난 B씨의 말은 좀더 노골적이었다. 그는 "대통령 와이프의 영향이 없겠나. 어차피 엄마(김건희 여사 모친 최은순씨 지칭)가 돈 많고 그러면 자식들은 엄마 따라가는 것 아닌가"라며 쓴웃음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여긴) 서울 쪽으로 놀러가고 싶어도, 조금 더 큰 병원에 가고 싶어도 차가 막혀서 엄두를 못낸다"라며 "매일 농사지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아 데모도 못하는 처지"라고 털어놨다.

앞서 만난 A씨는 "(정부가) 지역 간 이질감을 유발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실제 A씨가 사는 양서면과 남한강 건너 강상면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변경 강상면] "김건희 여사 종중, 조상님 숭배정신 투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강상면·강하면 주민들이 찾아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강상면·강하면 주민들이 찾아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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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면과 인근 강하면 주민 5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한데 모여 어디론가 이동 중이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IC 인근, 강상면 병산리의 윤 대통령 처가 땅 초입이었다. 비슷한 시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및 지역 정치인들이 "고속도로 게이트"라고 비판하며 이곳에 도착하자 주민 중 일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 주민은 현장에 있던 여현정 양평군의원을 향해 "아니, 김건희가 이 산을 요새 샀다면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이해가 가! 근데 옛날부터 대대로 물려오던 것 아니냐"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그가 여 의원과 최재관 지역위원장(여주·양평)을 향해 "이쪽(여 의원 지칭)은 양평군의원이시고, 이쪽(최 위원장 지칭)은 양평에서 국회의원 나오시려는 분인데 지역이 우선 발전돼야 한 표라도 얻을 것 아니냐"라고 항의하자 주변에 있던 주민들도 "그렇죠"라며 동조했다.

다른 주민은 "김건희 여사 종중이 조상님 숭배 정신이 투철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땅에) 김건희 여사 조상님묘가 있는 곳인데 조상님묘를 건드려가면서 개발을 하겠나. 그러면 후레자식이지"라며 "지역 개발을 위해 이쪽으로 고속도로를 뚫겠다고 했고 이 지역 주민들이 다 좋아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왜 반대하고 김 여사 때문이라고 말해 방송에 내보내느냐"라고 항의했다.

현장에서 만난 강상면 주민 박아무개(60대)씨는 "(계획안이 정해진 이상) 어쩔 수 없잖나. (양서면 주민들 의견도 있겠지만) 큰 걸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이날 취재진에게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해 진상조사TF를 꾸렸고 오늘 현장 조사에 나섰다"라며 "소위 '고속도로 게이트'의 진상이 명명백백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조오섭, 최인호, 강득구 의원, 최재관 지역위원장(여주·양평), 김의겸, 김두관 의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일대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조오섭, 최인호, 강득구 의원, 최재관 지역위원장(여주·양평), 김의겸, 김두관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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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고속도로 종점까지 변경, 정말 대단한 능력자" 

앞서 국토부는 '고속도로 종점이 IC(나들목)이 아니라 JC(분기점)이기 때문에 땅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양평의 부동산을 찾아 만난 이들은 국토부의 발표에 "거짓말"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고개를 내저었다.

오전 9시께 만난 공인중개사 이아무개씨는 "고속도로 종점을 옮기는 것을 보며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거리낄 게 없는 모습에 무섭다는 마음도 들었다"라며 "중요한 건 단순히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종점에) JC가 생긴다는 게 아니라 인근에 남양평IC(중부내륙고속도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땅값이 안 오른다?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추가로 만난 공인중개사 김아무개씨 또한 "땅값이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많이 오른다. 벌써 종점으로 계획된 강상면 근처 땅값이 들썩인다더라"며 "(양서면 사람들이 억울한 상황인데) 시골 사람들이 무슨 힘이 있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를 가진 뒤 소통관에서 브리핑 하던 중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정치 생명 걸겠다"고 밝히고 있다.
▲ 원희룡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정치 생명 걸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를 가진 뒤 소통관에서 브리핑 하던 중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 정치 생명 걸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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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발 원희룡 백지화 폭탄] "줬다가 뺏는 건가" "희롱당했다" 

그런데 취재진이 주민들을 만나고 있던 이날 정오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폭탄 발언이 터져 나왔다. 기자들 앞에 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속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원 장관은 자신의 "장관직"과 "정치생명"까지 거론하며 "의혹들이 근거가 없고 무고임이 밝혀진다면 더불어민주당은 간판을 내리시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표에 양평은 더욱 큰 혼란에 휩싸였다. 양서면과 강상면 모두 불만을 토로했고 "주민을 협박하는 건가", "희롱 당했다"는 성토까지 쏟아냈다.

앞서 만났던 양서면의 A씨는 "자기들끼리 뒤집었다 엎었다 하더니 이제 없던 일로 하겠다는 건가"라며 "주민 입장에선 '너네 가만 안 있으니 거 봐라'라는 (정부의) 협박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라고 격분했다. 추가로 만난 양서면 주민 C씨는 "무슨 정부가 일을 그 따위로 하나"라고 일갈했다.

강상면 주민의 입에서도 험한 말이 나왔다. 25년간 강상면에 거주했다는 백아무개(70대)씨는 "줬다가 뺏는 건가"라며 "군민을 약올리고 희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아무개씨 또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비롯해 지금까지 사업을 진행하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나"라며 "고속도로 놓는 것 갖고 그렇게 정치적으로 결정한다면 여기 사람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에서 바라본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IC 인근. 오른쪽 편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위치해 있다. 당초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이어질 예정이던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은 양서면에 생길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레 강상면으로 바뀌어 논란이 일었다.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에서 바라본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IC 인근. 오른쪽 편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위치해 있다. 당초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이어질 예정이던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은 양서면에 생길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레 강상면으로 바뀌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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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 일대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위치를 설명하고 있는 김연호 양평군민관협치협의회 위원장.
 6일 오전 경기 양평 강상면 일대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 위치를 설명하고 있는 김연호 양평군민관협치협의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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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양평, #윤석열, #김건희, #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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