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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소속 경북 시도의원, 박순득 경산시의회 의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
 민주당 소속 경북 시도의원, 박순득 경산시의회 의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
ⓒ 민주당 경북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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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벌어진 경산시의회 폭거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경원 시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발언을 하던 중, 의장의 지시에 의해 발언을 제지당한 뒤 직원들에 의해 끌려나갔는데요. 그 일이 벌어진 지 5일여가 흘렀지만,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민주당 경북도당은 강력 항의하며 기자회견을 통해 박순득 의장의 공식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민주당 양재영 시의원은 박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을 했고, 당 관계자들은 '릴레이 삭발'로 항의 행진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경산시의회 홈페이지도 시끄럽습니다. 2022년 1년 동안 10개도 안 되는 글이 올라왔던 '의회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그 일이 벌어진 뒤 지금까지 50개가 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대부분이 의장에 대한 비판입니다.
 
"서면으로 신청하면 끝나는 건데 사전검열을 해서 왜 시의원의 입을 막나요?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공산당도 아니고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관심사항인데..."(이**)

"너무 부끄럽고 충격적입니다. 발언하는 의원의 마이크를 꺼버리고 물리력으로 끌어내다니요. 이렇게 치졸하고 몰상식할 수가 있습니까? 양복을 입고 백정 같은 짓을 하는 게 아닙니까"(박**)

"시민의 대표인 지방의회 의원이 의장과 사전조율되지 않은 내용을 발언했다는 이유로 퇴장을 당하는 일이 민주국가에서 있을수 있는 일인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런 행태는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 아닌가요?"(이**)
 
 
경산시의회 홈페이지
 경산시의회 홈페이지
ⓒ 경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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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박순득 의장의 입장은 아직까지 확고합니다. 그는 6월 30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안은 의장의 허가를 받지 아니한 자료와 문서를 배포하려 한 행위를 제지하다 발생한 일이다"고 반박했고, 이 의원을 대상으로 한 윤리특위 회부 요청 역시 취소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더 씁쓸한 것은 이 사건이 2년 전 박 의장 스스로가 대표 발의한 '오염수 반대 결의안'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변했기에 박 의장은 이런 무리수까지 쓰고 있는 걸까요?

기초단체 의원과 5분자유발언
 
이경원 시의원이 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이 의원을 단상에서 끌어내리자 항의하고 있다
 이경원 시의원이 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이 의원을 단상에서 끌어내리자 항의하고 있다
ⓒ 경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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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자신이 대표발의 했던 결의안도 읽지 못하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그러나 같은 기초단체 의원으로서 본 의원이 이번 사태에 심각성을 느끼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그 폭거가 동료 의원의 5분자유발언 중에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있어 5분자유발언은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의원은 본회의에서 대 집행부질문이나 안건심사와 관련한 질의, 토론 외에는 각종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할 기회가 없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5분자유발언입니다.

따라서 지방의원 의원들은 이 5분자유발언을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사용합니다.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 집행부의 관계 부서장들에게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을 생생하게, 공개석상에서 들려줌으로써 정책을 주장하고, 또한 이를 통해 주민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원은 5분자유발언을 통해 그 자격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산시의회 박 의장은 이 의원의 5분자유발언을 막았습니다. 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권리를 박탈했으며, 심지어는 직원들을 시켜 의원을 끌어내리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본회의 전에 발언 내용과 관련하여 실랑이는 있었다고 하나, 그렇다고 하여 의원의 발언을 막고 퇴장까지 시키는 것은 분명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21년 만장일치로 채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및 철회 촉구’ 당시 경산시의회
  2021년 만장일치로 채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및 철회 촉구’ 당시 경산시의회
ⓒ 경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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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장은 이 의원을 퇴장시킨 이후, 그 이유를 이야기했는데요. 2년 전에 자신이 발의했던 영상은 물론, 결의문 역시 다른 의원들을 위해 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장이 발언 내용에 대해 빼라마라 할 권리가 없다는 동료 의원의 비판에 대해 그는 '그럴 거면 의장 뭐하러 뽑아서, 의장한테 뭐하러 결재를 받냐'며 독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2년 전 경산시의회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규탄 및 철회 촉구 결의' 관련 영상과 결의문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어느 의원의 견해가 바뀌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정말이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 강동구 의회는?

이와 같은 경산시의회 폭거를 보고 있자니 그나마 제가 속해 있는 서울시 강동구의회는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난 기사("중앙서 연락왔다"... 표류하는 오염수 결의안, 그 뒷이야기)에서 썼듯이 결의안은 채택되지 않았지만, 2주일 뒤 제3차 본회의에서 대표 발의 의원인 권혁주 의원(민주당·강동바)은 이와 관련하여 5분자유발언을 했으며, 그 전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유감을 표했습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18분 의원 전원이 흔쾌히 이 결의안에 서명을 하였고, 결의안의 내용이 토씨 하나 바뀌지 않았음에도 6월 7일 제302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의도적으로 정회를 요청하여 자동산회된 것은 생활 정치하는 의원으로서 할 수 없는 행동으로 방관적인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의사진행발언하는 민주당 권혁주 의원
 의사진행발언하는 민주당 권혁주 의원
ⓒ 강동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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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강동구의회에서는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아무런 제지도 없었으며, 회의는 매끄럽게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조금 불편해하는 의원들이 있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다양한 견해를 모두 품어야 하는 민주주의의 숙명이었고, 또한 여야가 적절하게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의 균형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2년 전의 자신을 부정할 수밖에 없는 의원들의 고충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동료 의원의 5분자유발언까지 막무가내로 막아서야 되겠습니까? 부디 경산시의회가 다시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태그:#경산시의회, #강동구의회, #이희동, #권혁주, #이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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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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