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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팔현습지의 명물이자 터줏대감 수리부엉이.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가 팔현습지를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다.
 금호강 팔현습지의 명물이자 터줏대감 수리부엉이.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가 팔현습지를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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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 수리부엉이가 부부가 되어 첫 둥지를 틀어 번식에 성공하면 그 이후 특별한 위협만 없으면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계속 번식하며 살아요. 새는 이동을 하니 괜찮다고 누가 그런 무식한 소리를 한단 말인가요?"

2일 저녁 전화로 연결된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소장은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수리부엉이에 대한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의 해명 발언을 듣고는 어이없어하며 반박했다(관련기사: 대구 도심에서 수리부엉이 부부 기다리는 이들, 왜? https://omn.kr/24l0u).

홍동곤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지난 6월 19일 <매일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얼룩새코미꾸리가 발견됐을 때와는 다르다. 조류는 한 곳에 고정돼 살기보다는,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며 사는 습성이 있다. 공사로 둥지가 파괴되는 등의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 사업으로 인한 환경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로서는 공사 방식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다.
   
새는 이동하기 때문에 공사를 하게 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둥지를 틀었다가 나중에 다시 오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야생동물 전문가가 그건 정말 무식한 소리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즉, 수리부엉이가 이동했다면 그곳에 심각한 교란행위가 일어나 서식지를 포기하고 떠난 것이기 때문에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존 서식지가 파괴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설명이다.

홍동곤 낙동강유역환경청장 "조류는 옮겨 다니는 습성이 있어서..." 
 
금호강 팔현습지 수리부엉이가 다리를 쭉 펼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
 금호강 팔현습지 수리부엉이가 다리를 쭉 펼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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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명은 오랫동안 수리부엉이의 생태 특성을 조사해 온 또 다른 전문가인 '꾸룩새연구소' 임봉희 부소장도 마찬가지였다. 2일 저녁 전화 통화로 연결된 임 부소장 또한 격앙된 목소리로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수리부엉이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정주성(定住性) 텃새이고 한 자리에 정착하면 수십 년을 그냥 한 곳에 사는 특별한 대형 조류다. 그런 까닭에 수리부엉이의 서식지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 예민한 조류는 교란 행위가 일어나면 서식지를 버리고 떠나가 버리기 때문에 대단히 주의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둥지를 파괴하지 않는다 해서 서식지가 파괴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식지 옆 탐방로 건설과 이용 같은 교란 행위가 바로 서식지 파괴 행위란 설명이다.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새끼가 나뭇가지 꼭대기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비행 연습을 하고 있다.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새끼가 나뭇가지 꼭대기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비행 연습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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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서 말했다.

"6~7월은 새끼가 나서 자라나 비행과 사냥하는 법 등을 어미로부터 배우는 육추(부화한 가금의 새끼를 키우는 일) 기간으로 대단히 중요한 때이다.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번식지가 있고, 수리부엉이가 쉬는 휴식지가 있다. 이 둘을 포함해 서식지라고 보면 된다. 번식지와 휴식지까지 확인됐다면 그 일대가 수리부엉이의 명확한 서식지다.

그런 곳으로 탐방로를, 그것도 교량형으로 만든다는 것은 수리부엉이를 내쫓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호에 앞장서야 할 국가기관인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을 도리어 내쫓는 사업을 벌인다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부의 이상한 토건 사업

이처럼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벌이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정식 명칭은 금호강 사색이 있는 산책로 조성사업)이 연일 논란거리다. 이 사업은 멀쩡한 폭 5m 제방을 폭 7m로 넓히는 슈퍼제방을 조성하는 사업과 원래 길도 없는 산지 절벽 앞으로 1.5㎞의 새로운 길을 내는 교량형 보도교 조성사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도교에만 170억 원, 모두 합쳐 36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민가도 거의 없는 곳에 치수 사업을 명분으로 슈퍼 제방을 건설하고, 산과 강이 만나는 생태 핵심 구간에 교량형 보도교 산책로를 내는 이런 사업을 환경부가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문제의 보도교 조감다. 예정대로 공사가 이루어지면 수리부엉이의 서식처가 망가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문제의 보도교 조감다. 예정대로 공사가 이루어지면 수리부엉이의 서식처가 망가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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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리일원화에 의해 하천 관리권이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넘어오면서 이전 국토부 사업을 환경부가 떠안았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착공 전이라면 판단을 해야 한다. 아무런 비판과 반성 없이 국토부 시절과 똑같은 식으로 하천 관리를 한다면 환경부가 하천 관리권을 넘겨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있는 곳에 토건 사업을, 그것도 환경부가 벌인다는 것을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단 말인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금이라도 이 사업을 백지화해서 환경부로 자리매김부터 해야 할 것이다."

'금호가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이어 금호강 공대위) 박호석 대표의 주장이다. 박 대표의 주장처럼 환경부가 해야 할 사업과 해서는 안되는 사업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는 환경부가 보호해야 할 주체다. 그런 국가기관이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공사를 벌인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명분 없는 사업일 뿐이다.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의 당부다.

"요즘 지자체마다 앞다퉈 저런 산지 벼랑 앞으로 잔도(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낸 길)다 산책로다 많이들 건설하는데 그건 야생동물들 입장에서는 이동 통로를 끊어버리는 반 생태적 토건 사업들이다. 가뜩이나 도로건설 등으로 산과 강이 단절돼 야생동물들이 강에 고립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나마 남아있는 이런 생태적으로 중요한 구간마저 탐방로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인간의 지나친 욕심으로 탐욕이다. 이번 팔현습지 보도교 사업은 지금이라도 철회돼야 마땅하다."
 
팔현습지 수리부엉이가 비행을 위해 날개를 활짝 치켜들고 있다.
 팔현습지 수리부엉이가 비행을 위해 날개를 활짝 치켜들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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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공대위' 박호석 대표의 주장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금이라도 잘못 채워진 단추와도 같은 이 사업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환경부를 상대로 또 문화재청을 상대로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보호 대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고, 이는 전국적인 캠페인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존재 이유를 상실한 환경부의 모순적 행태에 대해서 계속해서 폭로해 나갈 것이다."

이 사업은 박 대표의 주장처럼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사업이다. 바로잡으면 길이 보일 것이다. 

[관련기사]
금호강 40km 곳곳서 삽질... '환경부'가 이러면 안 됩니다(https://omn.kr/22okp)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 우리 강의 생태환경을 조사 기록해오고 있다.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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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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