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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세종 정신으로 공공언어 바로잡기 운동을 펴고 있는 세종국어문화원과 함께 우리 시대 <우리말글 가꿈이를 찾아서>를 연재한다. 공공언어 바로잡기에 애써온 단체와 우리말글 운동가들을 찾아 성과와 의미 등을 짚어본다. [기자말]
한글학회에서 33년간 근무하면서 한글 대중 운동지 <한글새소식>을 편집하고 발간해온 성기지 한글새소식 주간을 한글학회에서 6월 24일에 만나봤다.

한글학회는 1908년에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이 조직한 국어연구학회로 출발해 올해는 115주년이 된다. 한글학회가 115년간 해 온 일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요즘 흐름으로 보면 학술 업적과 우리말글 운동 업적으로 나눌 수 있고 학술 업적은 계간지인 <한글> 지 간행으로, 우리말글 운동은 월간지 <한글새소식> 간행으로 소통되고 있다.

성기지 주간은 두 잡지 실무 책임자로서 33년간 만들어온 셈이다. 퇴임을 며칠 앞두고 긴 대화를 나눈 이유이다. <한글> 지는 335호를 발행했고 <한글새소식>은 7월 5일자로 611호가 발행된다.

공부하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퇴임을 며칠 앞두고 최근 편집한 <한글새소식> 610호(6월호)를 들고 우리말 큰사전 원고함 앞에 선 성기지 주간
▲ 우리말글살이의 등대 <한글새소식>을 33년간 가꿔온 성기지 주간 퇴임을 며칠 앞두고 최근 편집한 <한글새소식> 610호(6월호)를 들고 우리말 큰사전 원고함 앞에 선 성기지 주간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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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학회는 어떻게 근무하게 되었는지, 얼마나 근무했는지, 주로 어떤 일을 해왔는지?
"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 얻은 첫 직장은 작은 잡지사였습니다. 디자인 전문 잡지사 기자로 2년 정도 일하고 있을 때, 우연한 기회에 한글학회 출판부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직장 생활을 이어가기보다는 학창 시절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못다 한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희망이 있었는데, 마침 한글학회라면 국어학 관련 공부를 하면서 일할 수 있는 일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글학회에는 1990년 1월에 입사하여 한 달 동안의 수습 기간을 거쳐 2월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리의도 출판․연구부장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주로 출판부 업무와 연구부 업무를 도왔습니다. 출판 쪽으로는 정기간행물인 월간 <한글새소식> 발간, 계간 학술지 <한글> 발간, 연간 학술지인 <문학한글>, <교육한글>, <한힌샘 주시경 연구> 발간 등이 주 업무였습니다.

몇 년 뒤부터는 <문학한글>, <교육한글>, <한힌샘 주시경 연구>들이 차례로 폐간되고, 월간 <한글새소식>과 계간 학술지 <한글>만 펴내게 되었습니다. 연구 쪽으로는 1995년 4월부터 학회 연구실 책임연구원으로 임명되어 해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던 연구 발표 대회와 학술대회 등을 챙겨 왔습니다. 이와 같은 일들을 하며 오늘까지 만 33년 6개월 동안 학회에 몸담아 오다가 정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성 주간은 근무 초기의 흥미로운 뒷얘기도 덧붙였다. 1990년 1월, 그 전까지의 문화공보부가 문화부와 공보처(1993년 폐지됨)로 나뉘었을 때에, 공병우(1907~1995년) 선생님이 이어령(1934~2022년) 초대 문화부 장관에게 공개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 편지가 "한글의 발전에 더 힘써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한글 새소식' 제210호(1990. 2. 5.)에 실렸는데, 바로 성 주간이 한글학회에 출근하여 가장 먼저 읽고 교정을 본 첫 글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 한글학회에 근무하면서 우리 말글살이에 관한 많은 질문을 받았을 텐데, 주로 어떤 내용들이 많았는지?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한글 맞춤법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학회에 근무하며 우리 말글살이에 관한 질문을 받다 보면 뜻밖에도 말과 글에 대한 오해가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글이 우리말을 적기 위해 고안된 글자임에는 틀림없지만, 한글 자체가 우리말인 것은 아니지요.

'우리말'(한국어)은 우리 민족의 형성과 연륜을 함께한 민족어이고, 한글은 우리말을 표기할 마땅한 문자가 없어 중국글자(한자)를 오랜 세월 빌려 쓰다가 세종대에 이르러 비로소 고안해 낸 문자 체계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말은 음성 체계인 데 비하여 글자는 시각적인 부호 체계입니다. 그 차이에 대한 오해로 여러 혼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아무래도 어문 규범을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한글 맞춤법은 우리말(한국어)을 우리 글자(한글)로 적는 이치를 말합니다. 한글 맞춤법 총칙 제1항의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에서, '어법'은 의미 파악이 쉽도록 의미를 담당하는 부분의 형태를 고정하여 적는, 곧 체언과 조사, 용언의 어간과 어미를 구별하여 적는 것을 말하는데, 이 이치를 정확하게 알고 나면 많은 의문점이 해소되리라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아야 하는 말과 글을 구별조차 아니하고, 영어 문법 공부의 100분의 1만 투자해서 공부하면 되는 맞춤법 기본 원리를 공부하지 않고 자꾸 어렵다고만 해서 되겠느냐는 말도 살짝 덧붙였다.

50여 년을 이어온 <한글새소식>
 
한글새소식 600호 기념호 표지
 한글새소식 600호 기념호 표지
ⓒ 한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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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새소식>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어떤 점이 매력인가?
"<한글 새소식>은 1972년 9월에 창간된 이래 줄곧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말글 운동 중심 매체로서 자리하여 한결같이 그 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한글학회 말글 운동의 선봉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말글 정책을 가늠하는 데에도 없어서는 안 될 정보 곳간이 되었습니다. <한글 새소식> 창간사에서 당시 허웅 이사장(오늘날의 회장)은 "말과 글의 이 극심한 혼란 속에서, 말의 잡초를 뽑아 제 정신이 담긴 올바른 말을 바로 쓰기 위해, 한자의 해독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 나아가서는 글자 생활의 기계화로 겨레의 현대화를 하루빨리 성숙시키기 위해, 우리는 이 조그마한 신문을 내놓는다"라며 창간 취지를 밝혔습니다.

이처럼 <한글 새소식>은 '바른말 쓰기', '한글만 쓰기', '글자 생활을 기계로 하기'를 이루기 위해 태어났고, 이를 위해 50여 년 동안 참으로 많은 분들이 이 매체에 소중한 땀과 뜨거운 눈물, 꺾이지 않는 의지를 담아 왔습니다. 언젠가는 국민들이 이분들의 땀과 눈물과 의지가 우리 말글 환경을 이만큼이나마 가꾸고 지켜 왔음을 알게 되리라 믿습니다. <한글 새소식>의 매력과 가치는 그때에 가서 더욱 빛나게 될 것입니다. 이제 <한글 새소식> 주간의 소임을 마치고 학회를 떠나게 되매, 이 소중한 간행물이 한층 발전하여 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한글새소식은 600호 기념호를 2022년 8월에 낸 바 있다. 월간지로서 이렇게 오래 간행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한글새소식> 간행 역사와 의미가 매우 소중하다. 더욱이 610호부터는 <한글닷컴>(haangle.com)을 통해 온라인으로 간행이 되고 전 세계 모든 언어로 번역이 된다.
 
<한글새소식> 내용이 전 세계로 번역 유통되는 한글닷컴 화면 갈무리
 <한글새소식> 내용이 전 세계로 번역 유통되는 한글닷컴 화면 갈무리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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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지난 서른네 해를 돌아보면 <한글 새소식>과 학술지 <한글> 펴내는 일, 학술 행사 치르는 일에 육십 평생의 반 이상을 보낸 셈입니다. 긴 세월 학회에 몸담아 과분한 직무를 수행하며 숱한 희로애락과 고난을 겪었고 보람과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도 학회에서 만났던 여러 한글 사랑꾼과 우리 말글 연구자들의 모습이 한 분 한 분 가슴에 새겨집니다. 이분들, '한글학회 선생님들'과의 인연이 가장 보람으로 남습니다. 학회를 떠나게 되어도 변함없이 학회가 내 삶의 공간 한쪽을 차지하게 되리란 예감이 드는 것은 바로 이분들의 영향이 아닐까요?

두 주일 전에 팔순을 넘기신 학회 회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1990년대에 교육청과 교육부에 근무하며 <한글 새소식>에 몇 차례 기고해 주셨던 한글 사랑꾼이십니다. 스물 몇 해 동안이나 연락을 드리지 못했는데 어찌 알고 전화를 해주신 것입니다. 또, 퇴직을 일주일 앞둔 날 아침에는 팔순을 훌쩍 넘기신 학회 회원으로부터 학술지 <한글> 논문 투고 문의를 받았습니다. 나이와 건강을 아랑곳하지 않고 학문 연구에 몰두하고 계신 노학자이십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삶의 사표로 삼고 싶은 이러한 어른들과 함께했던 세월들이니, 한글학회에서의 서른네 해는 참으로 보석 같은 나날들이었습니다. 학회의 문을 나선 뒤에도 '한글학회 선생님'들은 언제 어디에서든 내가 걷는 길 위를 비추고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대담 끝머리에 <한글> 지와 <한글새소식> 어느 쪽이 더 애정이 갔느냐고 물으니, 잠시 후에 이렇게 말했다.

"두 잡지 모두 한글학회 쌍두마차인 셈이죠. 학술과 운동 균형을 맞춰온 것이 한글학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매달 마치 실록을 쓰듯 만들어낸 <한글새소식>이 더 애정이 갑니다. 2023년 5월호부터는 <한글닷컴>(haangle.com)과의 업무 제휴로 온라인으로 서비스되고 더 나아가 전 세계 모든 언어로 번역이 되어 한글새소식의 온갖 소식을 세계인들과 나눌 수 있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태그:#한글새소식, #성기지, #한글닷컴, #한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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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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