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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엇박자 정책을 내놨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교육비 경감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고 외고를 존치하기로 했습니다.

당정은 19일 오전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어 "지난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했던,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자리에서 조금씩 거론했던 사안을 분명히 했습니다. 

자사고 외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폐지되어 2025년 시행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존치를 못박았습니다. 세부 사항과 후속조치들은 조만간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에서 제시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자사고 외고 존치는 윤석열 정부의 다른 움직임과 충돌합니다. 당정은 같은 자리에서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힘든 와중에 학원만 배불리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서 적극 대응하기로 하였다"며, 사교육비 경감 의지를 밝혔습니다. 대통령은 사교육비 잡겠다며 수능 출제를 지목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일반고 가려면 월 41만 5000원 쓰는데, 자사고는 69만 6000원

 
진학 희망 고등학교 유형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교육부와 통계청의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올해 2023년 3월 발표), 국가통계포털 KOSIS 추출
▲ 자사고 외고와 사교육비 진학 희망 고등학교 유형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교육부와 통계청의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올해 2023년 3월 발표), 국가통계포털 KOSIS 추출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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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경감 움직임과 자사고 외고 존치는 엇박자입니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사고 외고를 희망하는 학생이 일반고 희망자보다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했습니다.

일반고에 가려는 중학생은 월 41만 5000원인데, 외고 국제고에 가려는 중학생은 64만 2000원으로 그보다 많았습니다. 자사고 원하는 중학생은 69만 6000원으로 가장 많고요. 초등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통계를 살피지 않아도 우리네 생활 속에서 보고 느끼고 있습니다. 자사고 외고 보내려 어릴 때부터 학원을 찾고, 서울대나 상위권 대학 보내려고 과외를 물색합니다. 자녀 취업과 사회생활까지 염두에 두고 사교육비를 지출합니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최대치의 경제력을 쏟아붓습니다. 그리고 경쟁의 특성상 계속 팽창합니다.

요즘은 뭐니 뭐니 해도 의대입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쏠림이 큽니다. 이 과정에서 외고보다 자사고로 관심이 바뀌기도 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많은 자녀들이 다니는 일반고는 점점 어려워집니다. 씁쓸한 현실입니다.

정부는 사교육비를 잡으면서 동시에 자사고 외고를 존치시키려고 합니다. 잘 될까 갸우뚱해집니다. '따뜻한 아이스커피'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보완책이 없으면 불협화음은 커집니다. 

경쟁 완화나 건강한 경쟁이 아마 해법의 방향일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과연 적절한 카드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레디앙에도 실립니다.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사고 외고, #윤석열 정부, #이주호 장관, #사교육비, #경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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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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