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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의 햇살과 바람에 전북 남원 고택 몽심재 앞 산자락의 소나무 숲이 푸르게 너울지고 있었다. 몽심재 사랑채 북쪽의 중문채를 지나 안채로 가는 마당에 아마꽃이 푸른색으로 산뜻하다.
 
몽심재 아마꽃 개화
 몽심재 아마꽃 개화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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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는 모시의 저마와 삼베의 대마처럼 줄기의 껍질을 이용하는 섬유 작물이다. 아마는 선사시대부터 이집트나 소아시아에서 직물을 이용하기 위해 재배된 유래 깊은 작물로 꽃도 예뻐서 몽심재의 안살림을 꾸려나갔던 안채에 잘 어울리는 꽃이다.

안채는 안방과 대청을 중심으로 서쪽 익랑(翼廊, 행랑)과 동쪽 익랑을 펼쳐 디귿자(字) 형태의 가옥 구조이다. 서쪽 익랑은 1칸의 부엌 방이 딸린 부엌을 갖추었고 동쪽 익랑에는 마루로 꾸민 방, 온돌방, 다락과 부엌으로 구성된 2층 구조이다.

경사가 제법 느껴지는 대지에 지어진 안채는 몸채와 양쪽 익랑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익랑을 2층으로 꾸미고 몸채의 앞쪽에는 기단을 쌓았다. 서쪽 익랑의 부엌은 따로 넓은 부엌 마루를 안채의 바깥 방향으로 두어 하녀들이 독립된 영역처럼 편히 쉴 수 있게 배려했다.
 
몽심재 안채 전경
 몽심재 안채 전경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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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마루가 딸린 안채 서쪽 익랑의 지붕은 동쪽 지붕에 비해 서까래가 길게 나와 있다. 만석꾼 집안의 여러 식솔과 사랑채에 머무는 과객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하는 등 집안일에 애쓰는 하녀들을 위해 계절과 날씨 등의 기상 조건을 고려한 가옥 구조이다.

이 몽심재 가문은 근검하고 절약하여 모은 재산이 만석꾼이 되었고, 전답이 구례 산동까지 뻗어 있어 가을 추수 때는 구례와 남원 지역에 세 곳 창고 가득히 나락 섬을 쌓았다고 한다. 솟을대문이 있는 문간채의 문간 창고에는 큰 멍석에 쌀 스무 가마를 부어놓아 곤궁한 사람은 누구나 필요한 만큼 쌀을 퍼가도록 했다.

몽심재 가문은 재산을 출연하여 1923년 몽심재 가까운 산자락에 초등학교를 건립하고 남녀 평등하게 교육을 펼쳤다. 몽심재의 배려와 나눔의 정신은 원불교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몽심재 옆 건물을 원불교 교당으로 기증했다.
 
몽심재 외딴 부엌마루
 몽심재 외딴 부엌마루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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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당에서 몽심재 가문 남녀 40여 명의 원불교 교무가 배출되었는데 남자 교무보다 여자 교무의 비율이 3배 정도 많다. 이 중에 한국의 마더 테레사로 불리는 박청수(朴淸秀, 1937년 출생) 교무가 있다. 그는 이곳 원불교 교당에서 19세에 출가하여 세계 55개국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며 헌신했다.

박청수 교무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세상 받든 이야기 - 마더 박청수>가 2018년에 개봉되었다. 하녀들을 위한 부엌 마루가 외따로 있는 몽심재 안채에서 살면서 그가 체험한 배려와 나눔의 정신이 세계 방방곡곡에 도움의 손길과 참된 봉사로 승화되었을 것이다.
 
몽심재 서쪽 익랑
 몽심재 서쪽 익랑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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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수지면의 몽심재는 아름다운 정신과 마음이 깃든 고택이다. 삶의 자세를 성찰하게 되고 여운이 많이 남을 여행 목적지로 남원 몽심재 고택은 의미가 깊다.

태그:#남원 몽심재, #몽심재 안채, #박청수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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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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