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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날 기념 해양환경정화행사 기념사진
▲ 바다의날 기념 -해양 환경정화행사 바다의날 기념 해양환경정화행사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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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제28회 바다의날' 행사가 인천 중구 영종역사관 앞 해변에서 진행됐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처리하는 등 해양 환경정화가 목적이었다.

그 자리에서 2019년부터 해변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해온 영종봉사단 윤호준 단장은 "이곳은 너무 깨끗한 장소여서 바다의 날 행사장으로는 적합하겠지만 쓰레기를 줍고 처리할 만한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변 청소는 아무리 해도 끝이 없을 만큼 해결되지 않는 큰 문제가 있다"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그 날 그는 진짜 해변 청소가 필요한 곳을 지목했다. 윤 단장이 지목한 장소는 영종도에서도 아름다운 공원 거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곳으로, 많은 시민들이 매일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는 곳인 '씨사이드 파크'다. 산책 길이나 자전거 도로는 정말 깨끗했다. 공원의 배경에는 조선시대에 궁궐에 쓰일 소나무를 공급했다는 산(송산)이 푸른 모습으로 서있기도 하다. 

송산과 씨사이드 파크 사이에는 사람들이 산책하기 좋은 무장애 산책길도 있다.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숲에 들어가지 않고도 숲에 둘러싸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송산 앞에는 바닷물이 들락거리는 호수가 있다. 호수에 내려앉는 철새를 보며 산책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다. 그리고 앞에는 바다가 있고 바다 건너편에는 월미도와 인천대교가 바다 위를 지나가고 있다. 거대한 문명의 역사가 바다와 어울려 멋진 경치를 만들어냈다. 

방파제 너머 쓰레기, 누가 치우나요?
 
방파제에 쌓인 쓰레기
▲ 방파제에 쌓인 쓰레기 방파제에 쌓인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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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옆 굴껍질
▲ 방파제 옆 굴 껍질 방파제 옆 굴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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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쓰레기
▲ 해변 쓰레기 해변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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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다와 산책길 사이에는 방파제가 있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방파제 너머에 있는 해변을 보기는 다소 어렵다. 하지만 놀라운 건 방파제 너머에 산더미 같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는 점이다. 

방파제 너머에 굴 껍질을 쌓아 놓았는데 마치 방파제에서 내려가기 좋게 쌓은 길처럼 놓여있다. 윤 단장은 바닷가에 쌓인 굴 껍질 더미가 쓰레기인지, 바다 시설의 일부 인지를 구분할 수 없어서 관계 기관에 문의를 했다고 한다. 3개월이 지나 답이 왔는데 쓰레기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주변에는 배에서 버려진 듯한 각종 밧줄, 나무, 스프로 폼, 어구, 못 쓰게 된 보트 폐선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모두 해양쓰레기다. 방파제 넘어 육지에서는 보이지 않는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윤 단장은 쓰레기를 발견하고 처리해야겠다는 마음에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경제청, 중구청까지 세 군데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담당자들이 서로 자신의 구역이 아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가 겪은 일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7일과 8일 네 군데 관계 기관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우선 인천시 중구청 친환경위생과 담당자는 "씨사이드 파크의 바다를 막는 방파제의 육지방향이 우리에게 관리책임이 있어 관리하고 있다"라며 "방파제 안쪽의 공원부분까지 관리를 한다"고 밝혔다. 해변쪽은 그들의 구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해양수산청 인천지역본부 담당자는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안 13조 '해역 관리청은 관할 해역의 해상 또는 해중에 떠 있는 해양폐기물(이하 부유폐기물)이 다른 해역으로 이동하거나 해저에 침적되기 전에 수거하여야 한다'라는 법령조문에 의해 부유 폐기물만을 수거할 의무가 있다"면서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갯벌에 드러나는 것은 부유 폐기물로 볼 수 없기에 해양수산청에서는 수거 의무가 없다"라고 말했다. 

인천시 경제자유구역청 공원관리팀 담당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방파제까지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다"면서 "담당구역의 선이 방파제로 한정이 되어있기에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인천시 중구청 해양 수산과 담당자는 "바닷가에 밀려오는 쓰레기만을 담당한다"라며 "현재 송산 앞 바다의 해변에 있는 굴 껍질이나 주인이 있어 보이는 해양 물품 등을 손을 댈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와의 대화 말미에 "일단 다음 주 중에 해변 청소를 깨끗이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기자와 통화를 한 담당자들은 "쓰레기 수거를 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발생하였을 때 책임 소재를 묻게 되는데다, 담당구역이 아닌 곳을 청소하다가 다친 경우 보상의 문제도 발생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임 구역'의 명확한 한계를 연구하여 법령을 만들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쓰레기는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중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기본적인 문제이기에, 서로 미루기보단 협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당국이 움직였으면 좋겠다. 

최근 기업 등이 반려동물처럼 해변을 입양해 가꾸고 돌보는 사업이 전국적으로 유행이라고 한다. 또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들은 대부분 청소가 잘 되어 있다. 하지만 공공지역의 보이지 않는 해변 쓰레기들은 쉽게 해결되지 못해 안타깝다. 아무쪼록 관련 시스템이 잘 정비돼 아름다운 해변들이 제 모습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태그:#해변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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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년 6 월 인천 in 신문 객원 기자로 활동 중이다. 경인 방송 OBS 에서 2021년 12월부터 현재 까지 reporter 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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