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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쌀 모내기 행사에 참여한 8살 어린이.
 통일쌀 모내기 행사에 참여한 8살 어린이.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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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육인농장 인근의 1000평(5마지기) 논에서 모내기가 한창 진행됐다.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과 예산군농민회의 주최로 열린 '통일쌀 모내기' 행사였다. 이날 모내기에는 8살 어린이부터 60대 농민, 시민사회 활동가들까지 참여했다.

모내기에서는 논에 못줄(모를 일정한 간격으로 심기 위해 띄우는 줄)을 띄우고 줄에 맞춰 일제히 모를 심는 전통 방식이 재현됐다. 8살 어린이도 "처음해 보는 것이지만 할 만 했다. 재미있다"고 말했다.  

모내기에 앞서 농민들은 '평화의 논에 통일을 심자'며 평화통일 모내기를 위한 기념식을 진행했다. 기념식에서는 남북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로 고사를 지냈다. 기념식에는 200여 명의 농민과 시민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이진구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의장은 "통일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만나면 된다. 남북이 보고 싶을 때 보고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가고 싶을 때 가는 것. 그것이 바로 통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6년에는 통일쌀을 싣고 직접 트럭을 몰아 개성시 봉동면까지 가본 적이 있다. 시절이 참 좋을 때였다. 그때처럼 농민들이 직접 쌀을 전달할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농민들이 몰고 온 트랙터에는 '분단의 철조망을 녹여 평화의 농기구를 만들자'라고 적힌 내용의 펼침막이 붙었다.

김영호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비록 우리가 외세에 의해 분단이 됐지만 농업은 결코 분단이 될 수가 없다. 남쪽에 있는 농토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분단의 철조망을 건너 연결돼 있다. 분단의 철조망을 녹여 평화의 농기구를 만들자는 말처럼 남과 북은 서로 싸워서는 안 된다. 그 평화의 길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호 전 의장은 기자에게 "정부가 북한 쌀 지원을 중단한 이후에도 농민들은 매년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통일쌀 모내기를 이어 왔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날 모내기에는 정한구 진보당 충남도당 위원장도 참석했다. 정 위원장은 "분단의 철조망을 걷어 내고 비무장 지대에서 한판 풍물 잔치를 벌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물론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은 결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충남 지역의 통일쌀 모내기 행사는 지난 5월 31일 당진 평야를 시작으로 3일 예산신암, 4일 공주 사곡에서 진행됐다. 이어 5일 서천군 서천읍, 6일 부여 홍산면, 10일 논산 상월면 등에서 통일쌀 모내기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 북한에 쌀을 보내는 '통일쌀 경작' 행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이 가꾼 쌀은 수년째 북한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농민들은 경작한 통일쌀을 '통일 기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는 1995년 북한 수해 때 인도적 차원에서 쌀 15만 톤을 지원했다. 이후 지난 2000년 30만 톤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매년 대략 40만 톤의 쌀을 북한으로 보냈다.

바로 이 무렵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도 북한에 쌀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농민들은 지난 2001년 북한에 '못자리용 비닐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어 2002년부터는 '통일쌀 보내기 운동'도 병행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됐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10여 년째 "북한으로 쌀을 보낼 날을 기원"하며 통일쌀을 경작하고 있다.
   
이진구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의장이 고사를 지내고 있다.
 이진구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의장이 고사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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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건 펼침막에는 '분단의 철조망을 녹여 평화의 농기구를 만드세'라는 문구가 적혔다.
 농민들이 건 펼침막에는 '분단의 철조망을 녹여 평화의 농기구를 만드세'라는 문구가 적혔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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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과 시민활동가들이 지난 3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에서 열린 통일쌀 모내기 행사에서 모를 심고 있다.
 농민과 시민활동가들이 지난 3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에서 열린 통일쌀 모내기 행사에서 모를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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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통일 쌀 모내기 ,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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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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