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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발의로 어렵게 제정된 충남 인권 기본조례와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관련해 이진숙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대표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관련해 찬반 논쟁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박정식 충남도의원이 지난 5월 18일 본회의 5분 발언을 하고 있다.
 박정식 충남도의원이 지난 5월 18일 본회의 5분 발언을 하고 있다.
ⓒ 박정식 의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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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의회 박정식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이진숙입니다. 저는 충남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에 앞장섰었고, 지금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는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8일 충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5분 발언을 하셨던데, 관련해서 아래 몇 자 의견을 썼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게 행복한 삶을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공개토론을 제안드립니다.

▲ "학생의 인권은 헌법과 법이 보장하고 있다"고요?

그렇죠. 모든 국민의 인권을 헌법이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에 인권침해가 없나요? 구체적인 상황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장애인차별금지법,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처럼요. 안타깝게도 국회가 학생인권법을 만들지 않고 있어서, 지역에서 만들어온 것이 학생인권조례입니다.

▲ "학생인권이 아니라 학생권리로 보장"해야 한다고요?

학교는 헌법 밖에 존재합니까? 과거 체벌이 횡행하던 시절,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가 당당히 물어지던 시절, 학생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기본권은 언감생심이었죠. 그러나 이제는 학생도 모든 사람이 갖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가지며, '학생'이라는 이유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만든 것이 학생'인권'조례이고요, 이미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도 있었습니다. 만약 '학생(신분)으로서의 권리' 보장이 미흡하다면 이를 위해 노력해야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할 일이 아닙니다.

▲ "학생인권이 국민이라면 지켜야 하는 의무인 교육의 의무조차 인권을 들먹거리며 다른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까지 침해"한다구요?

첫 단추를 잘못 끼우셨습니다. 학생은 교육의 의무자가 아니라 교육의 권리주체입니다. 헌법 제31조 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 학생에겐 교육의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교육의 의무는 보호자와 국가에 있습니다.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호자와 국가가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인권침해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러지 말라고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것입니다.

▲ 학생에게 인권이 있어 다른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요?

'학생인권이 있다'와 '다른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객관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연결되지 않습니다. 어떤 학생이 다른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자신의 인권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그 학생이 인권을 잘못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지, '학생인권' 때문이 아닙니다.

▲ "다수의 교사들이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하고 있다"고요?

교권이 학생인권과 반비례 관계인가요? 교권을 강화하면 학생인권이 떨어지고, 학생인권을 강화하면 교권이 떨어지나요? 정말 '교권'은 뭘까요? 학생인권이 무엇인지는 헌법과 국제인권조약,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헌법재판소 결정과 학생인권조례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교권이 무엇인지 그 정의가 나온 법률은 없습니다. 교육공무원법 제43조 1항에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며'라고 하지만, 존중되어야 할 교권이 무엇인지 정의가 없습니다. 다만 충남교육청의 교권보호조례엔 "교권이란 교원의 기본적 인권 및 교육권 등으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교육활동의 권한과 권리를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1. 교권이 교원의 인권이라면?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인권 모두 존중되는 교육 현장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도록 만들 책임은 국가에 있습니다. 학생인권 때문에 교권이 추락하지 않습니다.

2. 교권이 교육활동의 권한이라면? 교사의 수업권은 권리가 아니라 직무상 권한입니다. 권한 행사는 정당해야 하고, 인권을 침해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교권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교사의 직무이며, 학생인권의 보호는 곧 교권의 신장입니다.

3. 교권이 교사의 권위일까요? 권위는 저절로 우러나와 형성되는 것이지, 강요로 생기는 것이 아니죠.

4. 그럼 대체 추락한다는 교권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과거에 했던 체벌이나 강압적 방식이 허용되지 않기에 교권이 추락했다면, 그 교권은 당연히 사라져야 할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아동학대법과 학생인권조례를 악용하여 무분별한 신고나 소송으로 교사를 괴롭히는 일이 있다면 교사가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 학생인권을 삭제하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또한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거부하고 모욕과 폭행이 벌어진다면, 이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인권을 존중하고 침해하지 말라는 것이지 교사가 정당한 수업과 지도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이 행사되기 어렵다면, 그 원인을 살피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편 교사는 억울함과 부당함을 드러낼 수 있으나, 그에 반해 학생이 목소리 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밖으로 터져나오지 않는다고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학생의 학습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살피고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절실합니다. 교육의 목적은 명문대 진학이 아니라, '민주시민'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교권 문제의 이유로 수업권과 지도권을 교장이 독점하며 교사는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현실, 인권침해나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면 교사 개인이 감당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를 제물 삼아 교육당국의 실패를 덮어선 안 될 것입니다.

마치며.

얼마 전 참담한 뉴스를 보았습니다. 천안 소재 모 고등학교 학생이 학교폭력에 대한 유서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어떻게 가장 안전하고 인권적이어야 할 학교가 폭력의 공간이 되었을까요? 왜 학생은 정의로운 해결이 이뤄지리라 신뢰하지 않았을까요? 한 생명이 온 우주인데, 우리는 이러한 비극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나요? 교육당국, 정치인, 학교 구성원들 모두가 무거운 책임감으로 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저도 함께 답을 찾겠습니다. 박정식 도의원님, 답장 부탁드립니다.
 
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기자회견 중인 본인
 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기자회견 중인 본인
ⓒ 백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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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학생인권조례, #교권, #충남차제연, #박정식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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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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