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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발을 앞두고 몸과 마음을 풀고 마음을 모으기 위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 출발에 앞서 몸 풀기 첫 출발을 앞두고 몸과 마음을 풀고 마음을 모으기 위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 서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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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사이클은 앉은 자세에서 양손을 모두 사용하기에 주행 중에 주자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도로의 제반 상황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종단팀에는 동수의 비장애인 라이더가 함께 주행한다. 거기에 각종 장비를 실은 트럭 등 세대의 차량이 함께 이동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대열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 혼잡한 도로에서 사고 위험이 높기도 하거니와 주행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거기에 주행을 해본 전북을 빼고 대부분의 지역이 초행길이고 특히 서울을 포함한 경기 북부 지역 복잡한 도로와 혼잡한 차량이 종단팀에겐 큰 부담이었다. 주행 중 안전과 신호 등으로 주행의 연속성이 끊기는 문제가 있었다. 필자의 주장으로 예상 경로 관할 경찰청에 공문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척수장애를 깊이 이해한 비장애인들과 함께 하다
 
발의 1/6 근력으로 주행해야 하는 휠체어사이클은 언덕을 오르기가 어려워 비장애인들이 밀고 끌기도 하지만 간격이 벌어져 대열이 길어지며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곤 한다.
▲ 2차선 도로에서는 속도가 줄어 대열이 길어져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발의 1/6 근력으로 주행해야 하는 휠체어사이클은 언덕을 오르기가 어려워 비장애인들이 밀고 끌기도 하지만 간격이 벌어져 대열이 길어지며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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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낯설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첫날에 대해서는 "출발 시간에 맞춰 유능한 길잡이가 오기로 했으니 걱정 말라"고 하곤 해서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안은 채 국토종단에 임해야 했다.

그렇게 맞은 첫날 아침 종단팀을 찾은 김성배(42, 아래 '조카님')를 센터장이 우리에게 소개해 그에 대한 무한 신뢰를 내보였다. 홍보를 맡은 필자는 주행 중에는 장비를 실은 트럭을 몰고 대열의 맨 뒤를 따르며 주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필자는 뒤에서 전 팀원들을 한 눈에 관찰할 수 있었기에 능수능란하게 대열을 지휘하는 예의 '조카님'의 모습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대열을 살펴 완급을 조절하기도 하고 충분한 거리를 두고 확실하고 단호한 수신호로 자연스러운 방향전환을 유도했다. 필자가 조카님의 손질하지 않은 수염마저 멋지다는 생각을 가질 만큼 탄복했던 때는 배변에 어려움이 있는 척수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감안하고 주행 시간과 화장실의 사용 여건까지 배려해 휴식시간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나서였다. 척수장애를 가진 삼촌과 종단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도로에서도 그의 안내와 지휘가 돋보였지만 간식을 전달하기 위해 약속된 주차장에 차량이 진입하지 못할 정도로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룬 한강변에서의 그의 활약은 더 돋보였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일렬로 빠르게 주행하면서도 인파 속에서 한강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고 주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임진각에서 서울 송파구까지 77.73Km를 5시간 7분만에 15.2Km의 속도로 첫 날 주행을 산뜻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센터장의  '잘난 조카' 덕분이었다.

경찰차가 에스코트를 해준 국토종주 
 
 능수능란하게 대열을 이끄는 '조카'의 지휘에 질서정연한 주행을 할 수 있었다.
▲ 대열의 맨 앞에서 대열을 이끄는 "잘난 조카"  능수능란하게 대열을 이끄는 '조카'의 지휘에 질서정연한 주행을 할 수 있었다.
ⓒ 서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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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코스는 가락동→탄천→성남→동탄→오산→평택시청까지다. 종단 둘째날, 필자의 주장으로 각 지방 경찰청에 공문으로 협조 요청을 하고 일일이 협조를 구한 경기남부 지역으로 향했다. 공문을 보내고 담당자들과 통화를 하면서도 공무원에게 일요일이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 같은 처지기에 필자도 마음에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낮은 자세로 온전히 두 팔을 써 주행하는 휠체어 사이클의 위험을 고려하면 경찰의 에스코트는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 남부 경찰청 관할 구역에 들어섰다.

접경 지역에 도착하니 용인동부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이 경찰차 세 대와 오토바이 두 대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멋진 거수경례와 함께 친절하게 요구사항을 묻고는 대열의 앞뒤에 순찰차 두 대가 붙고 나머지 한 대는 미리 진출로의 상황을 점검하고 교통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주행이 멈추지 않도록 이끌어 주었다. 오토바이는 대열의 중간에서 수신호로 옆 차선의 차량이 저속 주행을 유도해가며 기동성 있게 전 후방 상황도 체크하곤 했다.
   
"VIP처럼 보호받는 귀한 대접에 참으로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세심한 에스코트에 용인동부경찰서 교통안전계장에게 센터장이 한 말이다. 대열의 맨 뒤에서 바라본 용인 동부, 화성 동탄, 오산, 평택 경찰서 소속의 경찰관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하나같이 물 흐르듯 유연한 흐름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에스코트를 해주었다. 거기에 처음 용인 동부에 전달한 요구사항이 다음 경찰서에도 전달되어 적절한 시간에 편하게 쉬고 여유있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서 "손으로 국토 종단"은 오늘도 쾌속 주행 중이다.
 
 기동성 있는 경찰 오토바이가 오르막에서 뒤쳐진 주자를 하나씩 맡아 에스코트하고 있다.
▲ 오르막에서 뒤쳐진 주자를 보호하는 경찰 싸이카  기동성 있는 경찰 오토바이가 오르막에서 뒤쳐진 주자를 하나씩 맡아 에스코트하고 있다.
ⓒ 서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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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도 게재합니다.


태그:#(사)전북척수장애인협회, #휠체어사이클국토종주, #손으로 국토종단, #휠체엇에서마라톤까지, #서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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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전주시 공무원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목표로 만18년째 가열찬 재활 중. 이번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애 이어 장애를 얻고 '무섭고 외로워'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시즌Ⅱ로 필자의 마라톤을 마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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