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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홍근 원내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홍근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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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가 대통령실 고위 당국자들의 내부 논의를 도·감청했다는 의혹이 담긴 <뉴욕타임스> 보도가 10일 국회를 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은 즉각 미 정부에 대해 강력 항의하고 명확한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국회 운영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정보위원회·국방위원회 등 유관 상임위들을 당장 소집해 이번 사태를 다루자고 요구했다.

특히 대통령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다. 과거의 전례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 번 (살펴)보겠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한 비판도 가해졌다(관련 기사: '미 한국 감청 정황' 보도에 안보실장 주재 회의... 윤에게도 보고 https://omn.kr/23fx7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내용이 명확히 드러난 건 아니지만, 매우 심각한 문제다"라면서 미 CIA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을 비판했다. 이어 "일국의 대통령실이 (타국의 정보기관의) 도청에 뚫린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동맹국의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객관적인 내용을 확인해가면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와 대통령실을 미국이 일일이 감시하며 기밀을 파악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국가안보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양국의 신뢰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주권 침해 행위, 외교 반칙"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는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단호한 대응은커녕 한미 신뢰는 굳건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미국과 협의하겠다,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다'며 남의 다리 긁는 듯한 한가한 소리만 내뱉고 있다"면서 대통령실을 직격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에 엄중히 요구한다. 미국 정부한테 해당 보도의 진위와 기밀 문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요구하고 파악해서 우리 국민께 한점 숨김 없이 명명백백히 밝히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한 "미국 정부도 동맹으로서의 도의를 지켜,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리 국민과 정부에 정중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확실히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달 말에 있을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가 이대로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과연 이런 식으로 해서 어떻게 국격을 확보할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국회 운영위, 외통위, 정보위, 국방위의 즉각적인 소집을 요구한다. 국민의힘은 이런 심각한 상황인데도 대통령 심기 경호만 계속 하겠나. 대통령실 업무보고를 포함해 해당 상임위들의 개최에 조건 없이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 때문에 미지근하게 대처?"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 SNS를 통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대통령실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중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미 국빈 방문을 이유로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윤건영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당장 항의를 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따져도 모자랄 판에, 미국과 무슨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냐"라며 "혹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 때문에 눈치를 보는 거라면, 더 큰 일이다. 당연한 주권도 못 지키는 비굴한 태도로 정상회담을 백만 번을 한들 무슨 국익이 생기겠나"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도 "2013년에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런 일 당했을 때 엄중한 유감표시와 해명을 요구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임박한 한미 정상회담 때문에 미지근하게 대처한다면, 이는 박근혜 정부만도 못한 정부가 되는 것이자 대한민국을 미국의 바둑판에서 동아시아의 호구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10일)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미국 정부의 불법 도·감청에 한 마디도 못한 채 넘어간다면 주권국가 대통령으로서 자격 상실"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미국의 불법 도·감청은 대한민국에 대한 심대한 주권침해를 버젓이 자행한 중대사태"라며 "마땅히 우리 정부는 즉각 미국 정부를 향해 이와 관련한 사실규명과 사과, 재발방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대통령실에서 전날 밝힌 '미온적 입장'을 겨냥해 "(대통령실의 입장은) 한마디로 미국 눈치부터 보기로 한 모양새"라며 "국익을 포기하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안보구멍이 숭숭 뚫린 대통령실에서 무슨 외교 전략을 짜겠다는 것이냐"고 질책했다.

국힘 "사실확인이 우선"... 유승민 "대통령 방미 앞뒀다고 넘어가선 안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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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사실확인이 우선"이란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 국빈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한미 양국 관계의 악재로 작동할 사안인 만큼 대통령실과 마찬가지로 신중한 태도를 먼저 취한 셈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10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의 관련 질문을 받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실제) 도·감청이 있었는지 자체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 사안이 불거지게 되면 누가 이익이 되는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제3국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내용을 잘 살펴본 다음에 대응하는 것이 국익에 부응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 등의 강경대응 요구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러시아 갈등 등의 문제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국익에 부합하는 조치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여권 내에서도 미국 측에 제대로 항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상황이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10일) 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한테 강력 항의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조금 더 우위에 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9일 오후 본인 페이스북에 미국의 도·감청 정황 보도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판하면서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NYT(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한 미국 기밀문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해야 하며 미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 전 의원은 당시 "동맹국 사이에 도청, 감청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실의 입장은) 한심하고 비굴하기 짝이 없다. 항의해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협의를 한다는 말이냐"고 따졌다. 또한 "지난 2021년 미국 국가안보국의 타국 정치인·관료 도청 사태 당시 독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단호하게 대처했다"면서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동맹국 간의 도청이라는 엄중한 문제를 흐지부지 지나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태그:#대통령실 도청,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미 CIA, #한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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