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구(지방) 소멸은 '격차'의 현상은 드러나고 있지만 실제 그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주목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은 미래세대 노동조합으로써 지역 청년들의 이야기를 면밀히 들여다본다. [기자말]
지방소멸, 인구절벽,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수도권 이주 가속화... 요즘 뉴스를 보면 한 번씩 꼭 볼 법한 단어들이다. 지난해 11월 청년유니온이 조사한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청년 지역일자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수도권 청년 응답자의 43.7%가 수도권으로 이주할 계획 혹은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비수도권 청년 응답자 중 78.9%는 지역의 일자리가 불충분하다고 응답했다.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해서 살고 있던 지역을 떠나려는 것일까.

수도권 이주를 생각하는 비수도권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구에 거주 중인 A씨와 강릉에 거주 중인 B씨. 두 명 모두 적극적으로 구직 또는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청년들일수록 수도권 이주에 대한 생각이 크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살 수 있는 곳이 없어요"
 
비수도권 청년들은 왜 수도권으로 가려 할까.
 비수도권 청년들은 왜 수도권으로 가려 할까.
ⓒ pixabay

관련사진보기

 
A씨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수도권으로 취직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거주 지역에서도 경력을 쌓거나 유관한 일을 한 경력이 없고, 그러다 보니 스펙이나 경력이 쌓이지가 않아서 자금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수도권에서 거주하기 위한 자금을 충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A씨 : "관련 일자리의 80% 이상이 수도권 쪽에 집중이 되어 있어요. 아무래도 최대 수요처가 수도권이니까요... 서울에 면접을 세 번이나 보러 갔었거든요. 지역 연고, 지역 연고의 한계, 그다음에 경력의 부재, 짧은 취업 활동 경력, 직장 활동 경력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맨날 발목에 잡혀서..."

B씨의 경우, 현재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데 지역의 교육기관 부족, 자기계발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 꼬집었다. 지역에서는 스펙이나 자격증을 위한 교육을 받기가 어렵다. 특히 온라인 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교육이 전적으로 온라인만을 통해 이뤄지는 건 아니기에, 서점과 같은 지역 인프라나 서비스가 부족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에서 구할 수 없는 교재 등을 구매하고자 할 때 B씨가 사는 곳이 강릉 도심과는 떨어진 곳이라 '산간지역'으로 분류돼 배송이 늦어지거나 추가 배송료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B씨 : "여기에는 책을 살 수 있는 곳이 없는 것 같아요. 또 온라인으로 구매를 했을 경우에도 산간 지역 그런 것 때문에 배송비랑 기간이 더 들어요. 수도권은 그냥 서점에 가면, 바로 당일에 얻을 수 있는데 여기는 그게 아니니까."

이외에도 교육 영역에서 강사나 동료들과 소통할 수 없는 점 역시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B씨 : "학원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일대일, 이런 거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다 같이 여러 명에서 아무리 낑겨서라도... 교육 기관이 대체로 없고, 있다고 해도 도서관 같은 곳에서 올라오더라고요. 어학 쪽에 대한 학원을 알아봤어요, 6군데를.

다 똑같이 하는 얘기가, '여기 사람이 없어서 한 명씩 가르치는 것보다 모아서 가르쳐야 되는데 그게 되지 않는다, 모일 때까지 기다리던가 아니면 따로 과외를 해라'는 거예요. 근데 그게 차지가 않거든요. 이 기간까지 차지 않으면, 이쪽 분야는 영업을 안 한다고 다른 쪽으로 알아보시라고 하더라고요."


교육기관 자체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학을 하는 지역의 청년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사설 교육기관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강생을 채우지 못해 폐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퇴사하면 다 소문나는데... 너, 감당 가능해?"

또한 비수도권 2명의 청년 모두 지역에서 일명 '텃세'로 표현되는 지역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지적했다. 단순히 일자리의 부족, 교육, 훈련 기관의 부재를 떠나서 '지역 내'에서 이직이 어렵다는 것이다. 수도권은 타지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는 반면 지방은 그렇지 않다 보니, 동종업계로의 이직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B씨 : "제가 (회사를) 나가려고 했어요. 조용히 말씀드리니까 '넌 나가게 되면 실업급여는 받지 못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자발적 퇴사라도 할 수 있긴 한데, 조건 까다로운 거 알고 있지? 그리고 너 여기 나가면 강원도 내에서 취업 못 할 거야'라고. 왜냐하면 OO 쪽은 되게 좁고 그리고 강원도니까. 애들도 다 얘기를 하더라고요. '야, 너 거기 나가면 어떻게 하려고'라고. '왜?'라고 하니까, 애들이 '너 거기 그만두면 강원도를 나가야 돼' 그러면서...

저는 잘 모르니까 '여기 강릉만 나가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했는데, '너 그거 모르는구나, 전에 있던 회사로 다 전화해가지고 어떤 애인지 어떻게 나갔는지 다 물어보는데, 감당 가능해?' 이러더라고요. 같은 직종끼리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직종으로는 이동이 가능하긴 한데, 같은 직종이면은 '도를 떠나라'라고 하니까... 실제로 회사 다니면서 제가 모르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와서, 그 사람의 가정사까지 알아요."


그럼에도 두 사람이 수도권에서의 삶에 대해 기대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일자리 문제와 문화 인프라를 제외하고는, 물가와 거주환경을 언급하면서 '포기'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이미 수도권 물가와 거주비용 문제의 심각성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수도권으로 이주할 수 있는 상황만 주어진다면 수도권으로 이주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밝혔다. 수도권으로 이주 의사의 이유는 위의 인터뷰로 알 수 있듯이 일자리의 다양성과 질의 부족, 교육 및 훈련기관의 부재, 지방의 '텃세' 문화 등 몇 가지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비수도권 청년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지속가능한 정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지현씨는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입니다.


태그:#지방소멸, #지역일자리, #인구유출, #수도권이주, #청년세대
댓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