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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할아버지에게 쓴 편지
▲ 한 글자 한 글자 편지를 써내려가는 아이 산타할아버지에게 쓴 편지
ⓒ 박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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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희 둘째는 한글 공부에 열심입니다. 계기는 아주 자연스러웠어요. 한글을 모르던 첫째가 한글 교재로 몇 달간 공부를 하더니 어느 날부터 글을 술술 읽게 됩니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같은 반 친구가 간단한 단어뿐만 아니라 편지도 줄줄 써내려 가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러더니 아이도 한글을 읽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한글 배우고 싶어요." 종종 이야기하긴 했지만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말한 거겠지, 하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어쩌면 이건 저의 의도한 스탠스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그냥 하는 말인지 진짜 배움에의 욕구가 있는 건지 알기 위해서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겁니다. 아이가 그냥 하는 말이라면 몇 번 표현하다가 말 거고 정말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지속적으로 자신의 뜻을 내비칠 거거든요.

'한글공부의 적기'란 언제일까요

앞서나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관심을 조금 보인다고 해서 제가 너무 많은 공부거리를 제공하면 트러블이 생길까 걱정이 되었어요.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친자인증'을 첫째와 한글공부를 하면서 몇 번 겪은 적이 있기에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와 남편은 학습에 있어서만큼은 아이의 속도에 비해 느리게 갑니다. 오히려 지금은 한글을 배우지 않아도 괜찮다, 글을 쓰지 못해도 괜찮다. 그림책을 즐겁게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이야기해 주었어요. 그러나 아이는 점점 더 자주, 더 적극적으로 한글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을 했어요. 이제는 진짜 '한글공부의 적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는 패드나 방문학습지 또는 학원을 통하지 않고 집에서 한글을 배웠습니다. 둘째의 한글 학습도 동일하게 집에서 하기로 했어요. 다만 첫째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교재를 택했습니다. 첫째 때는 저도 초보 부모였던지라 인터넷을 통해 좋다는 교재를 제가 알아보고 결정했어요. 아이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은 거였죠. 그게 두고두고 아쉽고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둘째에게는 어떤 교재로 하고 싶냐고 먼저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는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책으로 하고 싶다고 말을 했어요. 영상을 보는 주말이 되면 둘째는 고를 수 있는 영상 2개 중 한 개는 꼭 이 캐릭터를 고를 팬심이 지극한 아이입니다.

마침 검색을 해보니 좋아하는 캐릭터를 활용한 한글교재가 있더라고요. 주문해 주겠노라고 약속을 하고 그날 밤 인터넷으로 결재를 마쳤죠. 다음날부터 아이는 택배가 왔는지 안 왔는지 입이 마르고 닳도록 저에게 물었습니다. 기다리던 교재가 도착한 날로부터 하루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네 페이지씩만 함께 했습니다. 장수로 치면 고작 두 장이에요. 첫째가 쓴 교재와는 한글을 익히는 방식이 다르더라고요. 아무렴 상관없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으로 시작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저는 뿌듯했어요.

공부도 즐기면서 할 수 있어요

아이는 매일매일 변함없이 한글공부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어떤 날은 여섯 페이지, 여덟 페이지를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원래는 평일만 하는데 토요일 아침부터 교재를 식탁으로 들고 와 가르쳐달라고 하는 날도 있었어요.

이번 주 월요일 평소와 같이 저녁을 먹기 전 한글 공부를 함께 했어요. 그런데 공부를 마치고 책 정리를 하는데 아이는 갑자기 함박웃음을 지으며

"엄마, 한글공부 왜 그렇게 재밌어요?"

라는 말을 합니다. 저는 아이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 게 너무 좋아요. 앞서서 먼저 공부거리를 제공하지 않은 제 소신이 틀리지 않았구나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공부를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걸 이 아이를 통해서 배우게 됩니다.

다른 건 몰라도 한글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적기가 있다는 말을 신뢰합니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한글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나 패드기반 학습지, 방문학습지 등으로 학부모들에게 한글교육을 많이 권하는 추세예요. 저는 아이가 진짜 배우고 싶어 할 때 가르쳐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관심이 아예 없는 아이, 속도가 많이 느린 아이에게는 특별한 가르침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아이라면 6-7세에 시작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배움에 관한 한 아이보다 앞서서 재촉하지 말고 뒤에서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세요. 이건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자꾸 아이보다 앞서 나가려는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나 브런치에 게재될 수 있습니다.


태그:#자녀교육, #한글교육,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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