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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언제올까 기다렸는데, 벌써 목련이 피었다 지고 있다.
▲ 자목련 봄이 언제올까 기다렸는데, 벌써 목련이 피었다 지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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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이 지나고 완연한 봄이 왔습니다.

봄이라는 계절은 두 눈을 부릅뜨고 기다려보아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옵니다. 그러나 저 앞에 왔다고 느낌이 오는 순간, 잠시 잠깐 얼굴을 보여주고 이내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게 봄인가 싶습니다.

올해는 봄이 빨리 온다고 걱정들을 합니다. 곤충들이 깨어나는 시기와 봄꽃이 피어나는 시기가 잘 맞아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라는 것은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사태입니다. 지금이라도 돌이켜야 할 터인데,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편리한 문명의 이기들을 인간 스스로 포기할 수 있을까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긴 하겠지만, 이미 지난 주말에 목련의 낙화를 만났습니다. 시들지 않거나 떨어지지 않는 꽃은 없다지만, 동백의 낙화와 비교하면 목련의 낙화는 좀 슬픕니다. 떨어지면 곧 흙의 색깔을 닮아 거뭇거뭇하니 화사한 꽃이었던 시절이 더 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인생의 청춘을 봄이라고들 합니다. 돌아보니 내 청춘의 봄도 그렇게 빨리 지나갔습니다. 청춘의 때에는 나이 서른이 언제 올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이 서른을 엊그제 맞이한 것 같은데 그 갑절인 환갑이 넘었으니 세월의 빠름이 봄날과 닮았습니다.
 
강화풍물오일장은 2, 7오일장이다.
▲ 강화풍물오일장 강화풍물오일장은 2, 7오일장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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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풍물오일장(2, 7일장)이 열렸습니다. 저는 오일장을 좋아하는데 제가 다녀 본 오일장 중에서는 강화풍물오일장을 백미로 꼽습니다.

왜냐하면, 강화오일장을 지역민들이 직접 생산한 것들이 많고 어느 장에서난 만날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물건이 적습니다. 그리고 상가 2층 식당가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 중에서 밴뎅이정식이 제 입맛에 꼭 맞기 때문입니다.

어제(27일)는 김포 쪽에 일이 있어서 간 길에 들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인 행운을 얻었습니다. 여느 오일장보다 많은 분들이 마실을 나왔고, 좌판도 풍성하게 열렸습니다. 완연한 봄이니 오일장도 풍성해진 것입니다.

그런데 좌판을 벌이신 분들의 복장이 대부분 겨울 옷입니다. 털모자와 마스크, 겨울점퍼에 털신까지 중무장을 한 분들이 많습니다.

한낮 기온이 20도가 넘는데 덥지 않으실까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오일장에 내놀 물건을 새벽부터 준비했을 터이니 당연한 복장입니다. 그리고, 가만 앉아서 손님맞이를 하니 무엇보다도 몸이 따뜻해야 했겠지요.

좌판에서 물건을 사며 "덥지 않으세요?" 했더니 "집을 나선 새벽은 아직 겨울이여, 강화 바닷바람이 제법 차. 그래서 겨울 옷을 입었제" 하십니다. 네 분이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며 한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제가 한 곳에서만 물건을 샀는데도 모두 "맛나게 드시소!" 합니다.

서로 경쟁하지 않고, 내 물건 팔리면 좋지만, 남의 물건이 팔려도 좋은 따스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런 세상이어야 하는데 젊은이들이 각자도생의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그렇지 않아도 짧은 청춘인데, 살려고 발버둥치다가 보니 봄날 같은 청춘이 다 지나가 버립니다.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청춘들에게 미안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스한 마음 지키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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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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