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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주민들이 10년간 직접 경작해 온 '자투리텃밭'이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 주민들이 직접 일구고 있던 '상암동 두레텃밭'(아래 '텃밭')이 '스마트팜'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팜'은 인공지능 기술에 따른 자동 제어 장치를 이용하여 농작물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기법을 말한다. 

기존에는 구청이 매년 2월 초 텃밭 운영 참여단위를 모집해 왔으나 2023년 3월 말 현재까지 모집은 중단된 상태다. 의문을 가진 주민들은 구청에 면담을 요청했고, 지난 2월 21일 진행된 면담에서 구청 측은 "상암 두레텃밭에 수경재배 방식과 스마트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다만, 3월 20일 기자가 구청에 문의한 결과, 해당 사업 담당 주무관은 "4월 내에 스마트팜으로 전환할지 텃밭을 유지할지 결정할 것", "스마트팜으로 전환하더라도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다소 유동적인 입장을 전했다. 

주민들의 소통 공간이었던 자투리텃밭
 
서울 마포구의 상암두레텃밭에서 어린이들이 농작물에 물을 주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상암두레텃밭에서 어린이들이 농작물에 물을 주고 있다.
ⓒ 정의당 마포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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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는 도시농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자투리텃밭 2곳(상암동 두레텃밭, 삼각교육텃밭)과 옥상텃밭, 힐링텃밭 등을 운영해 왔다. 특히 자투리텃밭은 오랜 시간 주민들이 함께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해 왔다. 장애인, 어린이, 어르신, 대안학교 청소년들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활동하며, 서로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지난 3월 6일, 텃밭 사업에 참여했던 한 주민이 "텃밭 사업 축소 사유와 향후 계획"에 대해 구청에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구청 측은 3월 20일자로 해당 주민에게 발송한 정보공개청구 답변자료를 통해 "악취, 쓰레기 무단 투기 등 텃밭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사업 변경의 가장 큰 원인"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텃밭 경작에 참여하던 주민들은 이같은 사실이 사전에 공유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오랜 시간 운영되던 사업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소통도 없이 텃밭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 과연 적절한 해결책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텃밭 사업에 참여했던 주민이 구청에 발송한 정보공개청구서.
 텃밭 사업에 참여했던 주민이 구청에 발송한 정보공개청구서.
ⓒ 정의당 마포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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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마포구가 검토하고 있는 스마트팜이라는 농업 방식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기존에 잘 운영되던 자투리텃밭 부지에, 주민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던 텃밭 운영을 축소하며 스마트팜을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팜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곳은 인력이 부족한 농촌이나, 유휴 공간이 많은 구도심 등이다. 이미 10:1 정도의 높은 경쟁률이 나타날 정도로 많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자투리텃밭에 굳이 스마트팜을 조성할 이유가 없다. 스마트팜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인력이 적게 필요하다는 특장점을 살려 적절한 곳에서 운영하면 된다. 

특이한 점을 하나 더 꼽자면, 마포구청의 텃밭 사업 담당 부서가 경제진흥과 산하의 '동물정책팀'이라는 것이다. 구청 담당자는 3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에는 담당 업무를 '공원녹지과'에서 담당했지만, 인력난 등의 이유로 2년 전부터 동물정책팀으로 옮겨지게 되었고, 업무 연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도시농업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서울 내 타 자치구들을 살펴보면, 광진구의 경우 공원녹지과, 종로구의 경우 도시녹지과가 텃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마포구가 진정으로 도시농업 사업에 의지를 지니고 있다면, 적절한 부서에 적절한 인원을 배치하여야 함이 당연하다. 

텃밭 사업은 '공동체'를 살리는 일
   
마포구에 위치한 상암두레텃밭에서 시민들이 수확한 수확물.
 마포구에 위치한 상암두레텃밭에서 시민들이 수확한 수확물.
ⓒ 정의당 마포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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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사업은 '공동체'를 살리는 일이다. 밭을 갈고, 씨앗을 나누고, 농작물들이 잘 자라는지 관심을 갖고, 농작물을 수확해 나누며 땀 흘리는 일은 '함께'라는 감각을 전해 준다는 데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다가오는 봄, 더 많은 마포구 주민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흙을 만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스마트팜이 아닌 살아있는 텃밭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마포구청은 텃밭을 통해 공동체 운영에 앞장서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에 더욱더 귀 기울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태린 기자는 정의당 마포구위원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마포구, #도시농업,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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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마포구위원회에서 활동합니다. 청년 여성 노동자, 기록자,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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