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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캘리그라퍼 이현정.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캘리그라퍼 이현정.
ⓒ 이현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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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처음 서예를 시작했고, 이후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 캘리그라피에 이르렀다.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글씨에 대한 애정을 간직해,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한 작가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다."

캘리그라퍼 이현정(40)씨는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을 지녔다. 하지만, 자신의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에서는 당당함을 드러냈다. 예술가 혹은, 작가로서 바람직한 태도로 보였다. 모든 문화·예술적 작업은 스스로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씨는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을 졸라 서예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글씨'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계속됐고, 중고교 시절엔 자신의 작품을 공모전에 부지런히 보냈다. 대학에선 디자인을 배웠다. 현재는 서예에 더해 캘리그라피 작업을 진행하며, 영남대학교와 자신의 작업실에서 사람들에게 캘리그라피를 가르치고 있다.

서예(書藝)는 '붓으로 글씨를 쓰는 예술'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보다 조금 생소한 단어인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뭘까? 사전적 의미는 '손으로 그린 문자라는 뜻으로 기계적인 표현이 아닌 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자체'를 지칭한다.

캘리그라퍼(Calligrapher)는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는 사람이니, 이현정 작가는 서예가인 동시에 캘리그라퍼. 거기에 더해 그림 작업과 강의까지 겸하고 있으니 항상 시간에 쫓기는 바쁜 사람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타고난 천재성보다 성실함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 작가는 말 그대로 노력파다.

이미 '글꽃이 필 때까지'(2015년) '그곳에 따뜻함이 있다'(2017년) '서양연화-글씨가 빛나는 순간'(2020년)으로 명명된 캘리그라피 개인전을 세 차례나 열었던 이현정은 포항시 서예대전 초대작가이기도 하다. 포항 산림조함 '숲마을' CI와 BI를 제작하고, 영일대해수욕장 장미원 상호 글씨를 쓰고, 포항 국제불빛축제 타이틀 손 글씨를 쓴 것도 이현정 작가.

스스로 선택해 뛰어든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히 살고 있는 '젊은 예술가 이현정'을 지난 7일 포항시 북구 환호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아래는 그날 이 작가와 주고받은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성실함과 꾸준함이 ‘좋은 캘리그라퍼’의 조건이라 말하는 이현정 작가.
 성실함과 꾸준함이 ‘좋은 캘리그라퍼’의 조건이라 말하는 이현정 작가.
ⓒ 이현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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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지와 유년을 보낸 곳은 어딘가.
"198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구미와 대구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던 때를 제외하면 쭉 포항에서 살아왔다."

-어린 시절부터 글씨와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는지.
"초등학교 때 서예를 접했다. 친구가 서예학원에 다니는 걸 보고 '나도 가겠다'며 부모님을 졸랐다. 대단한 결심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서예 하는 모습이 너무 근사해 보였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는 내성적인 학생이었는데, 글씨건 그림이건 혼자서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간이 좋았다."

-대학에선 뭘 공부했나.
"디자인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땐 포토샵과 일러스트 하는 걸 좋아했는데 그 결과물을 대학 공모전에 출품해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 인연으로 상을 받은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당신이 정의하는 캘리그라피는.
"붓을 들었을 때 느끼는 감성을 글씨로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봄이면 봄이란 단어 속에 봄 내음이 스며든 글씨를 쓰고, 여름이면 글씨로 더위를 표현하는 거다. 캘리그라피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 캘리그라피 작업이 본격화된 시기는 언제쯤인가.
"개념이 구체화된 건 아직 30년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캘리그라피의 시작은 서예로 보면 된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붓으로 글씨를 써온 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캘리그라피로 진화했다. 우리가 붓으로 주로 작업한다면 외국은 펜이나 만년필로 작업을 한다. 내가 한글로 작업하듯 외국 작가들은 각기 다른 그들의 언어로 작품을 만든다. 그렇게 디자인화 된 문자가 캘리그라피다."

-당신이 캘리그라퍼로 활동한 건 언제부터인지.
"학교 다닐 때 각종 포스터를 접하면서 독창적인 글씨에 매료됐다. 글씨가 광고나 디자인에 접목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걸 보며 캘리그라퍼를 꿈꿨다. 내 경우엔 일찍 시작한 서예에서 모색과 진화 과정을 거쳐 캘리그라퍼에 이르렀다고 봐도 좋다."
 
이현정 작가의 캘리그라피 작품.
 이현정 작가의 캘리그라피 작품.
ⓒ 이현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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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작가의 캘리그라피 작품.
 이현정 작가의 캘리그라피 작품.
ⓒ 이현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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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글씨, 매력적인 글씨를 쓰는 노하우가 있나.
"연습밖에 다른 길이 없다. 서예를 배우면 다양한 서체를 만들 수 있으니 캘리그라피 작업에 도움이 된다. 부지런히 많이 쓰고, 오랜 시간 다듬어야 붓과 사람이 하나가 된다. 그래야 글씨건 그림이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나 또한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작업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기억에 남는 전시회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2020년에 3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그 전시회를 통해 내가 지향할 수 있는 방향이 다양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고, 활동 영역도 포항만이 아닌 다른 곳으로 넓혀가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됐다."

-캘리그라피 작업이 매력적인 이유는 뭔가.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붓끝이 만들어내는 글씨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글씨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공감이 가능하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영향 받거나 존경하는 작가가 있다면.
"내게 서예를 가르친 솔뫼 정현식이다. 15년 가까이 그분에게 글씨와 글씨 쓰는 사람의 태도를 배우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서체와 감각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 틀을 깨는 도전의식과 멈추지 않고 노력하는 자세도 그분에게 배웠다."

-작업 시간 외에는 뭘 하며 지내나.
"캘리그라피를 포함해 다양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장에 간다. 어떤 전시장이건 그곳에선 영감을 받을 수 있고, 지금 생산되는 작품들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캘리그라피를 가르치기도 하는데.
"6년 전부터 영남대에서 캘리그라피와 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다. 내 작업실에서도 10여 명의 사람들과 수업을 진행 중이다. 수강생은 직장인도 있고 주부도 있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해 공모전에 출품을 하기도 하고, 회원전도 개최한다. 서로가 서로의 작품을 보며 자극 받을 수 있기에 가르치고 배우는 게 즐겁다."
 
이현정 작가의 캘리그라피 작품.
 이현정 작가의 캘리그라피 작품.
ⓒ 이현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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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작가의 캘리그라피 작품.
 이현정 작가의 캘리그라피 작품.
ⓒ 이현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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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캘리그라피를 지향하는지.
"요즘엔 이미지와 컬러에만 치중한 작품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 캘리그라피보다는 글씨라는 단단한 기본 개념을 가지고, 나만의 스타일로 흔들림 없이 작업하고 싶다는 게 바람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계속 붓을 들고 살아가려 한다. 나의 색채와 감성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할 각오가 돼있다. 캘리그라피만이 아닌 회화에도 도전하고 싶다. 물론, 출발점이 된 서예에도 게으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을 이어간다면 사람들의 머릿속에 꾸준하고 성실하게 오래 작업한 작가로 기억될 수 있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에 게재된 것을 일부 보완한 것입니다.


태그:#캘리그라피, #캘리그라퍼 이현정, #서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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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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