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기 차이로 정규리그 순위가 갈렸던 BNK와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

박정은 감독이 이끄는 BNK 썸과 임근배 감독이 지휘하는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오는 12일부터 3전 2선승제로 열리는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거둔 팀은 우리은행 우리원과 신한은행 에스버드전의 승자를 상대로 챔프전에서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BNK와 삼성생명은 정규리그에서 6번 맞붙어 4승 2패로 BNK가 우위를 점한 바 있다. 하지만 정규리그 전적은 봄 농구에서 크게 의미를 찾기 힘들다. 특히 삼성생명은 여자프로농구에서 '언더독의 반란'에 매우 익숙한 팀이기 때문이다. 정규리그의 우위를 바탕으로 창단 첫 챔프전 진출을 노리는 BNK와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삼성생명의 플레이오프 맞대결이 매우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도자로 '친정' 상대하는 박정은 감독
 
 선수와 코치로 22년 동안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었던 박정은 감독은 BNK의 사령탑으로 플레이오프에서 친정팀을 만난다.

선수와 코치로 22년 동안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었던 박정은 감독은 BNK의 사령탑으로 플레이오프에서 친정팀을 만난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BNK는 지난 2019년 한국여자농구연맹이 위탁 운영하던 OK저축은행 읏샷을 인수해 4시즌 만에 정규리그 2위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BNK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금호생명과 KDB생명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도 정규리그 2위는 신정자와 한채진(신한은행)이 원투펀치로 활약하던 2011-2012 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BNK 구단과 선수, 팬들은 이번 시즌 자신들이 만든 성과를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는 뜻이다.

지난 6일에 열린 정규리그 시상식에서도 BNK 선수들은 단연 빛났다. 주전으로 도약한 2018-2019 시즌부터 5시즌 연속 정규리그 전 경기에 출전한 포인트가드 안혜지는 2018-2019 시즌, 2019-2020 시즌, 2021-2022 시즌에 이어 개인 통산 4번째 어시스트 1위에 등극했다. 특히 이번 시즌엔 2009-2010 시즌 BNK의 변연하 코치가 세웠던 한 시즌 최다 어시스트 기록(270개)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 시즌 최다 어시스트 타이기록을 세웠다.

BNK의 골밑을 사수하는 진안은 리그에서 유일하게 두 자리 수 평균 리바운드(10.60개)를 기록하며 생애 첫 리바운드 타이틀을 따냈다. 정식 시상 부문은 아니었지만 진안은 2점슛 성공 개수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은 165개를 기록했다. 16.87득점으로 득점 3위에 오른 슈팅가드 이소희는 이번 시즌 37.6%의 성공률로 77개의 3점슛을 적중시키며 6시즌 연속 3점슛 1위를 노리던 강이슬(KB스타즈)을 제치고 새로운 '3점슛 여왕'에 등극했다.

정규리그에서는 20대 3인방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봄 농구에서는 팀의 맏언니이자 주장인 김한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2020-2021 시즌 챔프전 MVP에 선정됐던 김한별이 BNK에서도 '봄 농구 모드'를 발휘해 '친정' 삼성생명을 상대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면 BNK는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만 36세가 된 김한별이 여전히 플레이오프에서 긴 출전시간을 소화하며 변함없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BNK는 김한별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력 선수들이 20대로 구성된 만큼 전력만 잘 지킨다면 앞으로도 봄 농구의 단골손님으로 자리잡을 확률이 적지 않다. 박정은 감독은 현역 시절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고 2번의 농구대잔치 우승과 5번의 WKBL 챔프전 우승을 경험하며 '명품 포워드'로 한 시대를 풍미한 바 있다. 과연 박정은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22년간 몸 담았던 친정팀을 꺾고 BNK의 첫 챔프전 진출을 이끌 수 있을까.

'언더독 반란'은 삼성생명의 전공분야
 
 배혜윤이 플레이오프에서 정상컨디션으로 활약하지 못하면 삼성생명의 승산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배혜윤이 플레이오프에서 정상컨디션으로 활약하지 못하면 삼성생명의 승산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20-2021 시즌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우리은행과 KB를 차례로 꺾고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삼성생명은 시즌이 끝나고 과감한 리빌딩을 통해 선수단을 전면 개편했다. 삼성생명은 과감한 선택의 결과로 2021-2022 시즌 5위로 순위가 떨어졌지만 이 과정에서 신인왕 이해란이라는 특급 유망주를 발굴했고 이적 선수 강유림의 성장도 확인했다. 그리고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 리빌딩으로 인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WNBA 출신의 혼혈 선수 키아나 스미스를 지명한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 전반기 내내 상위권을 지키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KB가 정상적인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번 시즌 우리은행의 대항마는 삼성생명이 될 거라는 농구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2022년 12월 26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주전가드 스미스와 이주연이 무릎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대형 악재가 있었다.

삼성생명이 주전가드 2명의 동시부상이라는 악재에도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칠 수 있었던 비결은 맏언니 배혜윤의 살신성인 활약 덕분이다. 배혜윤은 이번 시즌 무릎부상으로 5경기에 결장하는 와중에도 16.28득점 6.3리바운드 4.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삼성생명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봄 농구에서도 배혜윤이 건강하게 많은 시간을 뛰어 준다면 삼성생명은 BNK는 물론 그 어느 팀과도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

경험 많은 배혜윤이 제 역할을 해준다고 기대한다면 삼성생명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봄 농구 데뷔전을 갖는 강유림과 이해란의 활약에 따라 챔프전 진출 확률이 달라질 것이다. 정규리그에서 12.83득점 5.60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6.7%를 기록한 슈터 강유림은 이소희에 맞서 삼성생명의 외곽을 책임져야 한다. 정규리그 9.07득점4.4리바운드로 다소 기복을 보였던 2년 차 이해란은 배혜윤과 삼성생명의 골밑을 사수해야 하는 사명을 띄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8-2019 시즌과 2020-2021 시즌 각각 정규리그 3위와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상위권의 우리은행을 꺾고 챔프전에 진출한 바 있다. 당시 우리은행과 8경기 차이가 났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BNK와 단 1경기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임근배 감독은 봄 농구 경험이 많지 않은 BNK에게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시즌을 일찍 마감하는 그림은 전혀 그리고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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