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하는 안토니(왼쪽)와 래시퍼드(오른쪽)
[AP=연합뉴스]

기뻐하는 안토니(왼쪽)와 래시퍼드(오른쪽) [AP=연합뉴스] ⓒ AP/연합뉴스

 
지난 6일(한국 시각) 안필드 참사(리버풀 7-0 맨유)를 겪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유로파리그를 통해 다시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역시 축구로 입은 충격은 축구로 회복해야 한다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가 10일 오전 5시(한국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2022-2023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16강 첫 게임에서 레알 베티스(스페인)를 4-1로 물리치고 8강을 향한 유리한 위치로 올라섰다.

안토니의 아름다운 감아차기 결승골

올드 트래포드에 눈발이 계속 떨어지는 날이었다. 직전 노스웨스트 더비 매치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당한 0-7 대패의 아픈 기억이 눈으로 떨어지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니 맨유에게 이 게임은 중요했다. 기록까지 지울 수는 없지만 올드 트래포드에 들어찬 수많은 홈팬들 앞에서 멋진 게임, 승리 기세를 보여주는 것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었다.

게임 시작 후 6분도 안 되어 맨유의 희망이라 불리는 마커스 래시포드가 멋진 승리의 기운을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로 기회를 만들었고 여기서 흐른 세컨드 볼을 래시포드가 잡아서 시원한 오른발 슛을 레알 베티스 골문 오른쪽 톱 코너에 꽂아넣은 것이다. 에이스의 존재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홈팬들에게 웅변한 순간이다.

그런데 전반전 끝나기 전에 어웨이 팀 레알 베티스의 동점골이 나왔다. 32분, 후안미가 왼쪽에서 넘겨준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아놓은 아요세 페레스가 기막힌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으로 홈 팀 골문 왼쪽 구석을 뚫었다. 데 헤아 골키퍼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낮게 깔려 휘어들어가는 공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어웨이 팀 레알 베티스에 공격형 미드필더 호아킨 산체스(41살),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39살), 안드레스 과르다도(36살) 등 베테랑 선수들이 유독 많이 뛰고 있지만 현재 프리메라 리가 5위를 달리고 있으며 지난 시즌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우승 팀이라는 사실을 맨유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처럼 보였다.

이에 다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맨유는 후반전 시작하면서 오른쪽 윙백 달롯을 대신하여 완-비사카가 들어갔고 측면을 더 활발하게 파고드는 전술을 주문하여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52분에 아름다운 추가골이자 이 게임 결승골이 터졌다.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오른쪽 측면으로 내준 오픈 패스를 안토니가 받아들고 방향 전환 드리블로 왼발 감아차기 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눈발 사이로 빨려들어가는 궤적이 올드 트래포드를 수놓았다고 말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골이었다. 

이 기세를 몰아 59분에 추가골이 바로 나왔다. 루크 쇼가 왼쪽 코너킥을 비교적 짧고 빠르게 올려주었을 때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마중나와 헤더로 돌려넣은 것이다. 레알 베티스 수비수들은 라파엘 바란과 래시포드에게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에 페르난데스의 프리 헤더 골이 멋지게 빨려들어간 것이다.

완승의 조건을 갖춘 홈 팀 맨유는 80분이 넘어가면서 과감한 선수 교체로 결정적인 쐐기골을 뽑아냈다. 안토니 대신 들어온 펠리스트리가 오른쪽 끝줄 바로 앞까지 파고 들어 내준 컷 백 크로스를 또 다른 교체 선수 맥토미니가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다. 이 위력적인 슛을 레알 베티스 베테랑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1차로 막아냈지만 바로 앞에 흐른 공을 바우드 베호르스트가 밀어넣었다. 맨유 유니폼을 입고 올드 트래포드에서 터뜨린 첫 골(82분)이어서 동료들이 모두 달려와 특별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첫 게임을 3골 차로 이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일요일에 열리는 사우스햄튼과의 프리미어리그 홈 게임을 끝내고 스페인 세비야로 날아가 17일(금) 오전 2시 45분 베니토 비야마린에서 벌어지는 레알 베티스와의 16강 두 번째 게임을 준비하게 된다.

2022-23 UEFA 유로파리그 16강 첫 게임 결과
(3월 10일 오전 5시, 올드 트래포드 - 맨체스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4-1 레알 베티스 [득점 : 마커스 래시포드(6분), 안토니(52분,도움-브루노 페르난데스), 브루노 페르난데스(59분,도움-루크 쇼), 바우드 베호르스트(82분) / 아요세 페레스(32분,도움-후안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4-2-3-1)
FW : 마커스 래시포드(66분↔제이든 산초)
AMF : 브르누 페르난데스, 바우드 베호르스트, 안토니(82분↔파군도 펠리스트리)
DMF : 프레드(82분↔스콧 맥토미니), 카세미루
DF : 루크 쇼(66분↔타이렐 말라시아),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라파엘 바란, 디오고 달롯(46분↔아론 완-비사카)
GK : 다비드 데 헤아

레알 베티스 선수들(4-2-3-1)
FW : 아요세 페레스(66분↔보르야 이글레시아스)
AMF : 후안미(81분↔윌리안 호세), 호아킨 산체스(60분↔세르지오 카날레스), 루이스 엔리케(60분↔아이토르 루이발)
DMF : 귀도 로드리게스(66분↔안드레스 과르다도), 윌리암 카르발류
DF : 아브너 비니시우스, 루이즈 펠리페, 제르만 페첼라, 유수프 사발리
GK : 클라우디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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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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