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청부사'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토트넘이 원하는 해답은 아니었다. 토트넘이 올해도 최종적으로 무관이 확정됐다. 더불어 콘테 시대도 끝이 보이는 듯 하다.
 
콘테 감독이 지휘하는 토트넘 홋스퍼는 3월 9일 오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 수비수 로메로의 경고누적 퇴장 악재속에 AC 밀란과 0-0으로 비겼다. 1차전에서 0-1로 패한 토트넘은 1, 2차전 합산 0-1로 밀란에 8강 티켓을 내줬다. 손흥민은 선발로 나와 풀타임 출전했지만 이날도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며 팀의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올시즌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3라운드(32강, 첫 경기) 탈락, FA컵 16강 탈락에 이어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남은 대회는 이제 정규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뿐인데, 토트넘은 26라운드까지 14승 3무 9패를 거두며 승점 45점으로 4위에 그치고 있다.
 
1위인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63점)과는 무려 승점 18점 차이라 현실적으로 뒤집기가 어려운 격차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티겟이 주어지는 4위 수성도 현재 리버풀과 뉴캐슬 등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어서 장담하기 어렵다. 토트넘은 2007-08시즌 리그컵(당시 칼링컵) 우승 이후 15년 연속 무관이 현실화되고 있다.
 
올시즌 토트넘의 무관은 사실상 '콘테 체제'의 실패와 종막을 의미하는 결과라고 할수 있다. 콘테 감독은 첼시, 유벤투스, 인터밀란 등 여러 명문팀들을 이끌며 가는 곳마다 정상에 올랐던 우승청부사로 불렸다. 지난 시즌 중반에 지휘봉을 잡은 콘테 감독은 팀을 단기간에 잘 추슬러 4위까지 반등시키는데 성공하며 명불허전을 증명했다.
 
비록 트로피는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위기에 처한 팀을 부임하자마자 챔피언스리그에 복귀시킨 것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그 중심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까지 오르며 콘테호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손흥민의 활약이 있었다.
 
콘테 감독 부임 이후 사실상의 첫 풀타임 시즌인 올해는 기대감이 더 높았다. 손흥민-해리 케인-데얀 쿨루셉스키 등 주축 선수들을 지키는 데 성공한 데다, 히샬리송, 이브 비수마, 아르나우트 단주마,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을 줄줄이 영입하며 짠돌이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콘테 2년차는 기대와 달리 악재의 연속이었다. 공격진은 케인만 꾸준히 제 몫을 했을뿐, 손흥민을 비롯하여 쿨루셉스키-히샬리송-루카스 모우라 등이 부진에 허덕였다. 
 
에릭 다이어와 위고 요리스의 노쇠화 속에 콘테 축구의 장점으로 꼽히던 수비 조직력도 크게 흔들렸다. 중원싸움에서는 약팀을 상대로고 점유율에서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기 일쑤였다. 리그에서 그럭저럭 4위권 경쟁을 이어갔지만 실력으로 압도했다기 보다는, 내용에서 밀리고도 결과만 챙긴 행운의 승점이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콘테 감독도 담낭염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졌다.
 
토트넘이 올시즌 중요한 대회에서 줄줄이 탈락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콘테 축구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콘테 감독은 빅클럽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을때도 정규리그같은 장기 레이스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낸 반면, 상대적으로 토너먼트같은 단기전에서는 약한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전체적인 판을 짜는 데는 능하지만, 로테이션에는 약하고 준비했던 카드가 먹히지 않을 때는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대진운을 탓하기도 어렵다. 리그컵에서 토트넘을 탈락시킨 노팅엄은 승격팀이었고, 셰필드는 2부리그팀이었다. 토트넘은 우승권 강팀들을 피하는 유리한 대진을 얻고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이나 부진에 시달릴 때 백업과의 기량차이는 컸고, 어설픈 로테이션을 시도한 것은 번번이 독이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창의성의 부재'였다. 손흥민-쿨루셉스키-히샬리송이 일제히 동반 부진에 빠져있지만 콘테 감독은 전술적으로 별다른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히샬리송은 토트넘 이적 이후 챔피언스리그에서만 골을 넣었을뿐 리그에서는 아직까지 무득점이다. 손흥민도 9골을 넣었으나 리그만 놓고보면 5골에 그치고 있으며 시즌내내 기복이 심하다.
 
손흥민은 지난 밀란전에서 개인 통산 55번째 UCL 경기에 출전, 박지성을 넘어 아시아 선수 최다 출전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밀란전에서 해리 케인, 데얀 쿨루셉스키와 공격 삼각 편대를 이루 선발출전한 손흥민은 슈팅 1개에 유효슛은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고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혹평을 받았다. 손흥민과 측면 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이반 페리시치 역시 부진을 거듭하며 동선이 겹치는 두 선수의 전술적 부조화가 시즌 내내 지적받고 있음에도 콘테 감독은 그저 고집만 부릴뿐 속수무책이었다.
 
시즌 무관이 유력해지며 콘테 감독의 거취 역시 미궁속에 빠져들고 있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콘테 감독의 재계약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콘테 감독이 토트넘을 떠날 경우, 손흥민을 영입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감독의 복귀 가능성 등도 거론되고 있다.
 
무관이 유력해진 토트넘에게 더 최악의 시나리오는,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놓치는 것이다. 최근 토트넘은 FA컵과 UCL에서 줄줄이 탈락하며 공식전 무득점 3연패라는 최악의 슬럼프에 빠져있어서 남은 리그에서의 반등도 장담하기 어렵다.
 
토트넘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마저 놓친다면 팀내 핵심자원들을 잡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30대에 접어들며 우승트로피가 점점 간절해지는 케인의 이적 가능성에 다시 불이 붙는 것을 물론이고 콘테 감독과 팀내 스타급 선수들의 엑소더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올시즌 극도로 폼이 떨어진 손흥민의 팀내 미래 역시 불투명해질 수 있다. 토트넘에게도, 손흥민에게도 너무나도 잔혹한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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