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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는 휴대용 스피커와 마이크를 찬다
▲ 70세 실버체조 강사 김은숙씨.  수업 시간에는 휴대용 스피커와 마이크를 찬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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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을 돌리면 시루~떡! 손가락을 돌리면 가래~떡!
주먹을 돌리면 감자~떡!  얼굴을 돌리면 호박~떡!"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에게 체조를 가르치는 김은숙씨는 올해 70세다. 율동과 함께 체조동작을 시범보인다. 현역 실버체조 강사다. 70세면 앞에 앉아서 따라서 하는 할머니들 나이와도 별 차이가 없다. 그는 이곳 여수시 신월동의 가장큰사랑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만 7년째 어르신 체조 수업을 하고 있다.

가장큰사랑노인주간보호센터 배옥례 대표의 얘기다.

"저희는 요일별로 5명 강사 분을 배정해서 어르신들에게 일정한 강사료를 지불하고 수업을 실시하는데요. 어르신 뇌블럭, 미술 심리, 토탈 공예, 원예치료 이런 강사 분들이 계시죠. 오늘처럼 실버체조 강사이신 김은숙 선생님을 어르신들이 많이 기다리는 편이죠. 재밌게 해 주시고, 열정적이니까요. 체조 도구도 직접 챙겨오시고 워낙 오랫동안 하시다 보니까 어르신들 이름도 알고 불러드리면 친근감도 있게 잘 하고 계십니다."

70세에 이렇게 현역 체조강사로 이끈 것은 그의 열정이다. 공무원 정년퇴직 후 그는 평소에 좋아하던 밸리댄스 강사로 바로 나섰다. 보건소 공무원 시절 공연 다닐 정도로 아마추어 밸리댄서로 활동했었다.
 
현역 보건소 공무원 시절엔 공연 다닐 정도로 아마츄어 밸리댄서로 활동했다
▲ 밸리댄스 강사 시절 김은숙씨(맨 앞 노란 옷)  현역 보건소 공무원 시절엔 공연 다닐 정도로 아마츄어 밸리댄서로 활동했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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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를 5년 정도 하고 밸리댄스 대신 어르신들을 위한 체조강사 요청이 들어오면서 다시 새로운 일에 나섰다. 하지만 체조강사가 그에게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제가 보건소 재직 당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고 사회복지학 석사학위까지 받았어요. 열정이 많았던가 봐요. 보건소에서 어르신들과 웃고 떠들고 체조도 가르치고 그런 적이 있었죠. 당시 웃음치료사, 레크레이션 강사 자격증도 함께 따 두었는데, 어르신 체조 강사 요청이 오니까 응했어요. 나이에 맞게 옷을 입어야겠다하고 밸리댄스를 접고 어르신 체조강사로 나서게 됐죠."

퇴직 후 밸리댄스 강사에서 어르신 실버체조 강사로 

그가 가르치는 어르신들은 각양각색의 건강상태를 지닌 분들이다. 노인주간보호센터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잘 따라하는 분도, 따라하기 어려운 분도, 겨우 동작만 흉내 내는 분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 어르신들은 할머니들이고 할아버지는 적다. 비슷한 연령대이다 보니 체조를 가르치면서 소통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대부분 나이가 많지만 더러는 자신의 나이와 비슷하거나 적은 분도 있다고 한다.
 
수업시간엔 자신이 "더오버하게 되고 더 까분다"고 말한다.
▲ 노인주간보호센터 어르신들과 함께 체조 수업 하는 김은숙씨 수업시간엔 자신이 "더오버하게 되고 더 까분다"고 말한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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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르신들에 맞게 율동 안무를 짜는 것과 음악을 선택하는 데 신경을 쓴다. 정해진 시간에 재밌게 몸을 많이 움직이게 하고 웃으면서 흥미롭게 함께 하고 싶어서다.

"어떻게 해서든지 여기 오신 분들이 많이 움직여야 하거든요. 박수도 많이 치고, 많이 웃고 해야죠. 제가 차고 있는 소형 스피커에 노래를 담아 옵니다. 노래 가사에 맞게 율동 짜는 것을 힐링 율동이라고 하구요. 또 가사와는 무관하게 어르신들이니까 느린 음악으로 스트레칭 하는 것으로 안무를 짜기도 하고, 재밌게 박수를 반복하는 스타일은 스팟 율동이구요. 이렇게 다양하게 안무를 짜서 체조를 가르칩니다. 내가 했던 밸리댄스, 웃음치료, 레크레이션 같은 걸 종합적으로 응용해서 다양한 동작을 하도록 하면 재미 있어 하고, 저도 즐겁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휴대용 스피커에 마이크 장착, 음악 선곡에 안무도 자신이 짜

허리에 차고 있는 소형 스피커 음악을 USB에 담는 일 말고도 그는 여러 도구도 집에서 준비해 온다. 손 짝짝이, 성게 볼. 플라틱 컵, 스카프, 막대형태의 봉... 등등 깨지지 않고 가벼운 도구들을 준비해서 체조에 활용한다. 이날은 종이를 말아서 사용하는 막대가 등장했다.
 
오전 수업 후 오후에는 돌산으로 이동해 오후 수업을 하는 등 1주일에 13회현장 수업을 한다.
▲ 노인주간보호센터 막대 체조 수업 광경 오전 수업 후 오후에는 돌산으로 이동해 오후 수업을 하는 등 1주일에 13회현장 수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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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막대는 전에 쓰던 밸리댄스용 스틱인데요. 잘 다듬고 절반으로 잘라서 체조 막대 도구로 재활용하고 있어요. 맨손 동작만 하면 지루하니까 여러 도구를 사용합니다. 가벼운 막대로 어깨도 두드리고, 팔이나 손등도 두드리면 운동효과가 있거든요. 저한테 맡겨진 시간 동안 재밌게 많이 움직이도록 신경을 쓰고 있죠."

또 하나 더 신경쓰는 것은 모두가 따라서 하도록 미리 알려주는 일이다. 신체 조건이 다 다르고, 일부는 인지에 문제가 있는 가벼운 치매 증상의 어르신도 있어서 따라 하지 않는다고 그냥 두면 운동 효과가 없다고 강조한다.

"저는 수업 전에 요양보호사나 보조하는 복지사 직원들에게 미리 수업 전에 어르신들에게 '동작이 잘 안 되더라도 따라하셔야 됩니다. 흉내라도 내셔야 합니다' 하고 미리 잘 주지시켜달라고 부탁해 놓죠. 수업 중에도 도와달라고 부탁하고요. '나 몰라라' 하고 그대로 멍하니 앉아 있으면 내 수업 효과가 없잖아요.

같이 따라서 하게 하고 많이 움직이게 하는 걸 나는 중요시합니다. 움직이고 머리도 쓰고 그래야하거든요. 노래를 따라 하도록 강조하는 것도 머리를 쓰게 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흉내라도 내서 모두 따라서 같이 하도록 하는 게 제 수업 방침입니다."


"내 수업은 어르신들에게 많이 웃도록, 많이 움직이도록 한다"

김은숙 실버체조 강사의 수업 방침은 이렇게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많이 웃게 하는 것'이다. 가장큰사랑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 체조를 돕는 요양보호사 성일호(65)씨도 어르신들을 많이 움직이도록 돕는 일에 힘쓰고 있다. 그는 정년퇴직 후 제2막 인생으로 이곳에서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성일호(65세)씨도 정년 퇴직 후 제 2 인생을 살고 있다
 요양보호사 성일호(65세)씨도 정년 퇴직 후 제 2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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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시간 같은 여러 프로그램에서 어르신을 돕고 보조하고 있는데요, 저희도 김 선생님이 강조하니까 어르신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많이 움직이도록 도와드리고 있죠. 저는 함께 어르신을 섬기는 일로 여기고 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그래서 즐겁게 요양보호사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은숙 선생은 저보다 나이가 더 드셨는데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걸 보면 배울 점도 많고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김은숙씨는 오전에 이곳에서 강의를 마치면 오후에는 돌산의 동그라미노인주간보호센터로 가서 수업을 진행한다. 그의 체조수업은 1주일간 빠듯하다. 월~수요일 3일간은 하루 3회, 목~금 이틀간은 2회씩 1주일에 13회 시간표가 짜여있다. 다른 곳에서 요청이 와도 현재로선 '빡센' 일정이어서 더 이상 수업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매주 수업 일정이 노인주간보호센터 13곳에서 체조 수업

이제 주변에 어린이집은 점점 줄어 들고 노인주간보호센터 같은 어르신 시설들은 늘어 가고 있다. 여수시 노인요양팀 강희선 주무관은 "여수시내에 현재 33개 노인주간보호센터가 운영 중이고, 노인요양등급 3등급에서 5등급 받는 분들이 그곳을 이용하시는데 2월 말 현재 1,021명이 주간노인보호센터에서 케어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요양등급을 받으신 분들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분들이 낮 시간에 직장에 가야 하는 가족들 때문에 가족이 낮에 집에서 돌볼 수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집에서 계신다면 혼자만 계셔야 하는 분들이니까 외로운 분들이죠. 이분들을 집에 혼자서 계시게 하면 안 되잖아요. 이런 시설도 외롭지 않게 하려고 운영하는 것이고요. 여기 와서 대화도 나누고 어울리고 하는 게 외로움을 달래는 것도 되니까요, 즐겁게 해드리고 많이 웃게 해드리는 것이 제 임무죠."
 
어르신 수업은되도록 형편대로 무조건 따라서 흉내라도 내도록 지도한다
 어르신 수업은되도록 형편대로 무조건 따라서 흉내라도 내도록 지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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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활동 중에도 무상함을 느낄 때가 많다. 어느 날에는 잘 나오시던 할머니 한 분이 안 나오시고, 요양보호사들이 "그 분은 요양병원에 가셨다"는 소식을 접할 때다. 인간 수명의 한계는 있는 것. 막바지 사그라져 가는 육신이 그래도 아직은 움직일 수 있는 동안에 일정 기간 학교 다니듯이 들르는 코스가 이곳 노인주간보호센터다.

"더 까불고, 더 오버하게 되는데 이게 내 건강에도 좋아요"

70대 김은숙 강사는 인생 막바지 특수한 상황에 처한 분들을 위해 투입된 자신을 발견한다.

"온전히 보호받고 병원 신세를 지면서 생을 마감하는 게 우리 인생인데, 그 직전 단계에 아직은 움직일 수 있고 병원에 입원하지 않아도 되고, 요양원에 입소하기 전 코스가 바로 이곳 노인주간보호센터 다니는 기간이라고 생각을 하죠. 이 분들을 위해 내가 일한다는 게 소중하단 생각을 합니다. 이 단계에서 더 악화되면 세상과는 점점 멀어지니까요." 
더 오버하고 더 상냥하고 적극정으로 활동하는 것이 젊어지는 비법이란다.
▲ 웃고 크게 동작하며 가르치는 70세 김은숙 강사  더 오버하고 더 상냥하고 적극정으로 활동하는 것이 젊어지는 비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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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에 미치게 되면 그는 어르신들을 더 움직이게 해드리고 더 웃게 해드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더 젊어지는 비법이다.

"결국은 내가 많이 오버하게 되고, 더 까불게 되고 그래요. 호호호~ 그러면 내가 더 젊어지잖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복지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노인주간보호센터, #실버체조 강사, #실버체조강사 김은숙, #70세 김은숙, #인생 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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