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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임석환 작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임석환 작가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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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는 사전적 의미로 불교의 종교적인 이념을 표현한 그림이다. 그래서 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임석환 작가는 불화를 '부처님의 말씀을 새기는 숭고한 작업이면서 인내와 고뇌의 결정'이라고 표현했다.

종교 유무에 관계없이 불화하면 대개 사찰 대웅전 등 법당 불상 뒤 그려진 무수히 많은 신들을 떠올린다. 흔히 '탱화'로 불리는 불화는 온화한 인상도 있지만 무서운 인상을 가진 모습으로 뇌리에 각인돼 있다. 이 때문에 법당에 들어서면 경건해지기 마련이다.

45년째 사찰 건물 벽면 벽화와 법당 내부 불화는 물론, 사찰 단청을 그려온 신진환 작가도 불화를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 중 한 명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이수자이기도 한 신 작가는 전통 불화뿐 아니라 현대 불화의 새 지평을 연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통 불화가 가진 진중함이나 엄숙함 대신 새로운 시각으로 종교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그의 불화를 접하면 경건함보다 신선한 충격을 먼저 받는다. 그간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불교라는 종교와 부처님에 대한 고정관념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신 작가의 작품 선글라스를 낀 미륵불, 로켓을 탄 부처님(미륵의 은하로켓) 등 톡톡 튀는 불화는 진중함이나 엄숙함은 찾아볼 수 없다.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를 익살스럽게 그린 춤추는 호랑이(호호댄스-신나는 춤 등)는 위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친근한 대상일 뿐이다.

"불화는 경배와 예배의 대상인데 사찰에만 부처님 그림을 모실 게 아니라 일반 가정에도 부처님을 한두 점 걸어놓고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원색을 쓰다 보니 불화하면 무섭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정에 부처님 그림을 걸어놓으면 감상하고 얘기하고 편안함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 작가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전통 불화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그리고 있는 이유다. 철학박사 김영재씨는 신 작가의 익살스런 호랑이 그림을 "의식의 일상화라고 할 수 있는 전통의 현대화를 통해 동시대의 감수성을 깊숙이 파고 들어 현실화하는 접근방식"으로 풀이했다.

신 작가가 불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78년 고등학교 졸업 후 무렵이다. 친형이 절에서 불화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스승에게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만화를 잘 그린 신 작가를 추천한 것이 인연이 됐다.

불화장 임석환 선생으로부터 불화를 배운 신 작가는 45년째 양산 통도사와 부산 범어사를 비롯해 용인 선봉사 등 많은 사찰에서 벽화와 불화를 그려왔다. 그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금강산 신계사 벽화도 신 작가의 작품 중 하나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만큼, 신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둘로 나뉜다. 우려와 신선함이다.

"아트페어나 전시회 등을 하다 보면 대개 나이가 든 분들은 엄숙하고 경건해야 할 불화와 경배의 대상이어야 할 부처님을 희화화했다고 우려 섞인 말씀을 많이 해요. 하지만 젊은이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느냐고 응원해 줘요. 이 시대에 맞는 불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작품을 즐기며 수행도 하고 마음의 안식처를 찾는 것, 그것이 불화가 아닌가 합니다."

신진환 작가는 불화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통 민화에서 권력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익살스럽게 표현하는데, 우스꽝스러운 호랑이를 보고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품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 작가에게 살아 있는 이유이나 생명과도 같은 불화. 그는 20년째 매일 아침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부처님을 그리는 사불작업을 하고, 이를 사회관계망(SNS)에 올리며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매일 부처님을 그리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신진환 작가. AI로켓을 탄 부처님, AI부처님, 목어를 탄 동자승, 비파는 타며 춤추는 호랑이 등 그는 현대 불화가 세계인과 공유되길 소망하면서 새로움을 모색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송전리에 화실을 두고 있는 신진환 작가는 2022년 조계종 주최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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