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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한 학급의 '꿈꾸는 교실' 학습 모습.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한 학급의 '꿈꾸는 교실' 학습 모습.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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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초등학교에서 벌여오던 학급문집 만들기, 저자 만나기, 시집 만들어보기, 우리 반 뮤지컬 공연, 학급 축제, 텃밭 가꾸기 등 '우리가 꿈꾸는 교실'(아래 꿈실) 활동이 올해엔 암초를 만났다. 학생의 91.6%가 만족하던 이 사업이 서울시의회의 87억 예산 전액 삭감으로 좌초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초등생 '91.6% 만족' 사업인데 왜?..."삭감 이유라도 알려 달라"

꿈실은 서울지역 초등학교 3~6학년 학생들이 학급 별로 체험중심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이 학급마다 100만 원씩을 지원하는 유일한 사업이다. 2019학년도에 처음 시작된 이 사업은 올해의 경우 서울지역 전체 학급 1만839개 가운데 75.7%인 8200학급을 공모로 뽑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계획했던 꿈실 사업 예산 87억 원은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서울시의회는 사상 초유의 거액인 5688억 원을 깎아 이 돈을 내부 유보금으로 돌렸는데, 이 삭감예산 가운데 꿈실 예산도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초등학교와 초등교사들은 올해 어떻게 꿈실 활동을 펼쳐야할지 계획을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6일 <오마이뉴스>에 "서울시의회가 초등학생들이 행복하게 참여해오던 꿈실 활동 예산을 왜 깎았는지 설명이라도 해줬다면 이렇게 억울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 예산은 혁신학교용이 아닌 전체 초등학생들을 위한 '행복한 교실' 예산이었는데 전액 삼각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한 학급에서 우리 전통을 살리는 축제를 주제로 한 '꿈꾸는 교실' 학습을 하고 있다.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한 학급에서 우리 전통을 살리는 축제를 주제로 한 '꿈꾸는 교실' 학습을 하고 있다.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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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2일 서울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서울교원단체총연합 등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교원 7단체도 보도자료에서 "서울시의회가 전액 삭감한 '꿈실' 운영비는 학교 공터에 상자텃밭을 마련하여 토마토, 고추, 상추를 키우며 텃밭 일지를 쓸 수 있도록 한 돈"이라면서 "'전통놀이 마당'을 운영했고, 각 학년 교육과정에 맞게 과학 창의 실험 활동을 했다. 생태교육강사와 함께 뒷산에서 체험 교육을 운영해야 하는 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관련기사: 7개 교원단체 "삭감된 교육예산 5688억, 복구 않으면 대혼란" https://omn.kr/22c6v).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외부 조사기관에 의뢰해 꿈실 사업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학생 만족도는 91.6%였다. 교사와 학부모 만족도도 각각 93.8%와 87.2%에 이르렀다.

교사들은 이 조사 서술식 답변 란에 "공부만 하는 것은 따분한데 공부하면서도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어서 좋다", "교과서 위주의 수업이 아니라 색다른 활동을 하게 되어 아이들이 재밌다고 말한다", "어려운 역사를 다양한 도서 만들기 활동으로 접근했더니 학생들이 재미있게 학습했다", "직접 그림책을 제작하는 꿈실 수업을 한 뒤, 학기말에 학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라고 얘기했다"고 적었다.

"행복 예산 삭감, 교육을 몇 년 뒤로 퇴행시키는 상황"

2019년부터 학급 학생들과 꿈실 활동을 해온 김보영 서울초당초 교사(연구기획부장)는 <오마이뉴스>에 "꿈실 예산으로 동학년 6명의 선생님과 함께 생태 도서를 사서 학생들과 나눠 읽고, 친환경 샌드위치도 만들었다. 올해엔 마을을 사랑하는 학습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꿈실 예산이 사라져서 학생들에게 진정한 역량을 키워주는 체험중심 학습을 포기해야 하나 절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사는 "예산 없이도 꿈실 활동 프로그램은 진행할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학부모들에게 체험교육비 등을 부담시켜야 하기 때문에 상당수 교사들이 해당 교육활동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서울지역 한 교사가 만든 '꿈 꾸는 교실' 학습 결과서.
 지난해 서울지역 한 교사가 만든 '꿈 꾸는 교실' 학습 결과서.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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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현장 교사들이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준비물과 체험 활동비를 학부모에게 부담시키면서까지 교육활동을 실행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면서 "서울 초등학교 3~6학년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행복을 주던 예산이 추경으로라도 부활되지 않으면 학교는 몇 년 뒤로 퇴행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꿈 꾸는 교실, #서울교육예산 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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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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