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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고,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학교와 방과 후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자녀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과 행복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것은 몸과 마음이 조금 불편한 자녀를 둔 부모도 똑같다.

생애주기에 맞는 적절한 교육과 훈련은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등 발달장애인의 삶과 보호자의 인생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적절한 시기에 맞는 교육과 훈련으로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다면, 보호자도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부모의 마음 같지 않다.
 
지난 22일 진안지역 발달장애학생들이 지역주민들과 자전거 트래킹에 참가하고 있다.
▲ 트래킹에 참가한 아이들과 지역주민들 지난 22일 진안지역 발달장애학생들이 지역주민들과 자전거 트래킹에 참가하고 있다.
ⓒ 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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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한 이후뿐만 아니라,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 아이의 삶에 대한 불안에 힘들어하는 것이 장애아동 부모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안전망과 재활시스템은 부족하다. 장애 가족을 돌보기 위해 자신의 꿈과 나를 위한 삶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요즘같이 살기 어려운 시대에 맞벌이는 한 집 걸러 한 집이지만, 보호자는 맞벌이를 할 수가 없다. 보호자 중 한 명은 가족 구성원의 장애가 심할수록 반드시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183명의 발달장애인들

중고등학교 특수학급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빨리 학교를 나서게 된다. 오갈 곳이 없는 학생들은 거리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다. 방학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현재 장수군에는 2022년 8월 기준 2327명의 장애인이 있으며, 183명의 발달장애인이 존재한다. 이 중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은 2022년 현재 48명. 이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지역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까? 장애인기관이나 장수군 전체가 고민하고 또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장수군 유형별 장애인 등록현황
 장수군 유형별 장애인 등록현황
ⓒ 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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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군 비영리민간단체 보듬에서는

진안군에서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돌보는 기관이 있다. 지난 10월 22일에는 비영리민간단체 보듬(센터장 조현희)에서 활동하고 있는 발달장애 청소년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행복한 나들이 '함께 가는 길' 프로그램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2019년 12월 9일 문을 연 보듬 청소년지원센터는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등 발달장애 학생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사회통합, 그리고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을 주는 그런 기관이다.

이번 '함께 가는 길' 프로그램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 해소는 물론 주민들의 건강 증진과 지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한 달에 한 번씩 진안지역 산과 고개, 아름다운 길을 돌아보며 조상들의 발자취와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추억도 되새겨 보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중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만 23세까지, 보듬 청소년지원센터는 학령기에서 성인기에 접어드는 발달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한다. 사회에 나아가야 할,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시점에서 안정된 자립을 꿈꾸게 해주는 곳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보듬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들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과정들로 엮여 있다.

뉴스포츠, 댄스스포츠, 수영교실, 레크체육 등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은 물론 상담프로그램, 전래놀이, 글쓰기, 지역탐방 등과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2022 장수 관내 특수교육현황
 2022 장수 관내 특수교육현황
ⓒ 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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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군의 현실

계남면에 살고 있는 백미경씨는 지적장애2급을 앓고 있는 아들을 돌보고 있다. 백씨의 아들은 정읍에서 초등학교를, 특수학교를 찾아 전주에 있는 특수중학교를 다녔다.     

백미경씨는 "우리 아들 같은 경우는 특수학교가 있는 곳을 찾아가야 되는데 그곳이 전주였다. 우리 애들은 보호자가 필요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육을 받아야 되니까 결국에는 기숙사로 보냈다"라고 말했다. 백씨는 장애인자녀를 가진 부모로 장애인을 위한 교육시설이 부족함을 절실히 알고 백방으로 뛰었다.

백씨는 "정읍에서 장애인 부모회장으로 활동을 했다. 활동하면서 힘들고 답답할 때면 일기 같이 글로 써놓은 수기노트를 들고 정읍 시장을 찾아가 상황을 호소했다. 내가 써놓은 수기를 보고 정말 마음에 감동이 된다면 특수학교를 정읍에서 만들어 달라고 수기노트를 건네주고 왔었다"라며 "후에 정읍시장님이 수기노트를 읽고 교육감을 만나서 특수학교에 대해 논의하고 왔다고 말해주더라"라고 말했다. 그 후 남원과 정읍에는 특수학교가 동시에 생겨났다. 

백씨는 "우리 아들이 폭력성이나 돌발행동이 있다 보니 장애인복지관을 다니다가 복지관 선생님을 때리는 돌발행동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규정에 복지관 이용이 종결됐다는 공문을 받았고 다시 이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그 이후로 4년째 복지관을 못 가고 있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발달장애인들은 평생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없다 보니 평생 교육은 불가능하다. 결국 견디지 못하는 장애인 부모는 지역을 떠나기도 한다.
백미경씨는 "장애인들도 장수군민이며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교육을 통해 지역구성원으로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라며 "행정에서 조금 더 세심한 장애인 정책을 펴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를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또한 "힘들어하는 장애인 가족들에게도 관심 가져주길 바라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정말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장수신문(www.jangsunews.co.kr)


태그:#발달장애인기사, #장수발달장애인현황, #장수군지적장애, #장애인들과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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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지역에서 직접 찾아다니며 발로 뛰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고재영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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