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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요즘 내가 집중적으로 하는 하체 운동 중 하나는 런지다. 하체 운동을 몇 번 반복하다보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보다 흔들거림이 덜해지기는 했지만, 거울 속의 나는 여전히 먼 길을 가는 사람처럼 힘들어 보인다. 그때, 지켜보던 트레이너가 말했다(PT는 끝났지만, 종종 자세를 봐 준다).

"이제 엉덩이 근육이 제 역할을 좀 하는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런데 왜 계속 힘들죠? 근육이 붙으면 힘들지 않아야 하지 않나요?"
"운동은 원래 힘든 거예요. 힘들다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운동이 더 재미있어집니다."


힘들다는 걸 받아들인다는 말을 듣는 순간 '아!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하면서 가장 큰 깨달음은 힘들게 운동한 만큼 몸도 정직하게 바뀐다는 것이다. 그냥 흉내만 내서는 몸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운동 후 어딘가 뻐근한 느낌이 없다면 제대로 운동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몸에 필요한 적당한 긴장감 
 
내일은 조금 더 중량을 올려볼 참이다.
 내일은 조금 더 중량을 올려볼 참이다.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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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는 항상 몸에 적당한 긴장감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중량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 좋고, 상체와 하체 등 근육을 골고루 돌아가며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중량을 갑자기 크게 올리는 것도 좋지 않다고 했다. 무리한 운동은 부상을 불러올 수 있으니까. 나는 트레이너의 말대로 조금씩 중량을 올려가며 힘든 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항상 힘들게 운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나 무기력해지는 날에는 운동을 가볍게 했다. 평소보다 가벼운 중량을 들고, 운동시간을 짧게 가졌다. 무리하지 않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어쨌든 운동은 했다는 자기만족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기간이 길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몸은 편한 것을 좋아하니까. 대충 운동하는 날이 길어지면 정직하게도 몸무게와 체지방도 같이 늘어났다. 운동시간만 때우거나 적당히 요령을 피운 것을 몸이 알아차린 것이다(아, 인바디 수치는 어쩌면 그렇게 정확한지!).

결국 몸무게와 체지방이 늘어나는 수치를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다시 무거운 중량을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운동을 힘들게 하면서 다시 몸과 마음을 다잡는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보니 요즘엔 무기력한 기간이 무한정 길어지진 않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운동과 인생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적당히 안주하며 사는 것, 변화를 두려워하며 살게 되면 결국은 삶에도 지방이 축적되는 건 아닐까 하는.

물론 무리한 변화는 운동에도 삶에도 부상을 입힌다. 내 능력 밖의 어떤 것을 용기로만 무모한 시도를 하게 되면 인생도 다치기 마련이다. 젊은 시절에는 이것을 몰라 무모한 시도를 많이 했고, 실패했으며 아팠다. 운동을 하면서 나를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었다. 나의 능력을 넘어선 무리한 욕심을 많이도 부렸구나 싶었다. 운동을 하며 젊은 시절의 나를 다시 복기했다. 

인생의 중량도 업그레이드
 
조금씩 중량을 늘려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조금씩 중량을 늘려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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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를 20년간 다녔다. 너무 오래 다녀 안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운동처럼 같은 중량의 무게를 계속 반복해서 드는 시늉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과거를 되짚어 보며 지금 하는 사업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나를 좀 더 알고 싶었다.

나는 안정지향주의자이지만, 권태는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런 내가 한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매번 색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익숙해질 때쯤 사람들과 헤어져 다른 프로젝트, 다른 근무지로 향했다. 신규개발을 주로 담당했기 때문이었다.

그 루틴 속에서 나는 프로그래머에서, 설계자로, 파트리더로 성장했다. 그런 과정이 나를 한 회사에서 오래 버티게 해주었다. 퇴사 전 마지막 프로젝트는 유지 보수였다. 가장 안정적인 시스템을 다루었지만, 권태를 가장 많이 느낀 일이기도 했다. 결국 나는 일도, 운동도 적당한 긴장감을 늘려가며 해야 좋은 스타일이었다. 지금의 운동 스타일을 좋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퇴사의 여러 가지 이유 중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선배는 "너 아직 순수하구나"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40대 직장인에게 일에서 성장을 바라는 건 사치일까? 아마 한 순간의 생각이었다면 무모한 사치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름의 계산이 섰을 때 실행했다. 운동으로 치면, '음, 이제 중량을 조금 올려도 되겠어'라는 마음이 들었을 때 퇴사를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지금 사업을 하며 인생의 중량을 업그레이드했다. 처음에 운동하면 쓰지 않던 근육을 써서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듯이, 사업에서 실수도 많았고 좌충우돌도 많이 했다.

모르는 것을 배우느라 돈도 많이 썼다.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고, 배워야할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근력이 생긴다는 것을 안다. 운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은 바로 이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근력이 생겼다고 그것이 끝이 아닌 것도 알게 되었다. 다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근력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늘어났다. 확신은 억지로 세뇌하듯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행과 성공을 반복하면서 저절로 생겨난다는 것이다. 마치 '중량을 조금 더 올려볼까?' 하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듯 말이다.

나는 내일, 운동하며 중량을 좀 더 올려볼 참이다. '이제 조금 더 올려도 되겠는 걸?' 하는 감이 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몹시 힘들지만 몹시 재미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립니다.


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태그:#심신단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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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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