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대회의실이 20일 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19일)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항의하며 퇴장했고, 국민의힘은 사실상 단독으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3시 5분, 김도읍 국회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정점식·박형수·유상범·장동혁·전주혜·조수진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만 입장한 가운데 국정감사 개시를 선언했다. "땅땅땅" 의사봉 소리가 울려퍼지자 바로 옆에서 대기하던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김 위원장 주변을 에워쌌다. 앞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사과, 이원석 검찰총장의 사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등 수사팀 지휘라인 문책 등을 요구하며 국감 불참을 선언한 상태였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 기동민 의원은 "위원장님, 단독 개의는 안 되죠! 이렇게 일방적인 의사진행하시면 안 된다"라며 김도읍 위원장을 설득하려고 나섰다. 항의 차원에서 법사위를 찾은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사위원이라면 검찰에 대해서 입장을 내세요! 제1야당 당사를 국감 중에 압수수색하다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반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게 감사인가? 국감 안 할 건가"라며 맞섰다. 

"그럼 죄를 짓지 말든가" VS. "야당을 범죄자로 모는가"
 
이원석 검찰총장(노란색 원으로 표시)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단독 개의한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한 뒤 선서문을 김도읍 법사위원장에게 제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단독 개의에 항의하는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 사이로 이원석 검찰총장 얼굴이 보인다.
▲ 아수라장 속 선서문 낸 검찰총장, 두 손 받아든 김도읍 이원석 검찰총장(노란색 원으로 표시)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단독 개의한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한 뒤 선서문을 김도읍 법사위원장에게 제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단독 개의에 항의하는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 사이로 이원석 검찰총장 얼굴이 보인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김도읍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 약 20명이 소리치는 와중에도 국감 진행을 강행했다. 고성 탓에 귀에 손을 댄 채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듣던 이원석 검찰총장은 오후 3시 12분, 자리에서 일어나 증인 선서를 시작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로 인해 선서문을 낭독하는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선서를 마친 이 총장은 김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하기 위해 다가갔지만 야당에 막혀 몇 분 동안 오도가도 못하다가 국회 경위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선서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김건희를 체포하라!" "김건희도 수사하라!" "보복수사 중단하라!"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대검찰청 업무보고까지 진행했다. 한편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야당을 두고 "이재명 대표 개인 비리에 더불어민주당 전체가 블랙홀이 되고 있다"며 비난했고, 전주혜 의원은 '일방적인 법사위 운영'이라며 항의하는 기동민 의원을 향해 "내로남불하지 마시라"고 소리쳤다. 유상범 의원도 "농해수위에선 법안(양곡관리법)을 일방 통과시키고 여기 와선 왜 안 된다고 하는가"라고 물었다.

기동민 의원은 재차 김도읍 위원장을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도읍 위원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기동민 : "국감 중에 이런 적이 있습니까? 검찰의 칼에 우리가 놀아나면 됩니까?"
김도읍 : "보복수사든 야당 탄압이든 검찰총장이 마침 나와 있지 않습니까. 뭐가 두려워서 (따져 물을) 기회를 마다합니까?"
기동민 : "다른 나라 검찰들은 안 그러는데 왜 우리나라만 그럽니까?"
김도읍 : "그럼 죄를 짓지 말든지."


김 위원장의 말에 민주당 의원들은 흥분했다. 최강욱 의원은 "김도읍 수사관, 말씀 삼가세요! 죄를 짓지 말라니!"라고, 김승원 의원은 "야당을 범죄자로 모는 건가!"라고 소리쳤다. 맞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목소리도 또다시 커졌다. 결국 김 위원장은 "도저히 질의답변을 할 수 없다"며 다시 한 번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곧바로 회의실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동민 의원은 "명백하게 의회 민주주의가 유린되고 국감이 방해받는 상황"이라며 "여야 문제가 아니다. 여당이라고 하더라도 위원장은 공정성과 평정심을 갖고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에 심심한 유감을 표명하고 야당을 끌어들이는 것이 합당한 회의진행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이 배후는 명확하다. 검찰도, 여당도 아니다"라며 "용산 대통령실에 계신 분에게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용산으로 간다"고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단독 개의한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하고 있다. 국민의힘 단독 개의에 항의하는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의 피켓이 보인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단독 개의한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하고 있다. 국민의힘 단독 개의에 항의하는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의 피켓이 보인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원석 검찰총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단독 개의한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단독 개의한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검찰총장 "검사 셔츠 단추 찢겨... 민주당 협조 믿는다"

이후 김도읍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만 착석한 채로 오후 4시 12분 국감을 재개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이원석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는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항변했다. 또 김용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국한한 압수수색을 하려는 것일뿐, 민주당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압수수색이 아니라며 야당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정당의 활동은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헌법의 테두리 안에 따라서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생각합니다. 어제도 저희가 민주당에 말씀드렸지만, 저는 지금도 민주당의 많은 의원님들과 구성원들께선 적법하게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에 대해서 당연히 이뤄져야 된다, 또 협조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실 거라 믿고 싶고, 앞으로도 영장 집행에 협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검찰총장은 "영장 집행을 착수하는 단계에서 현장에 나간 검사의 와이셔츠 단추가 찢겨져 나가고,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컵과 달걀이 날아들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검사들이 법률에 따라 정당하게 공무를 집행하는데 그러한 방해행위가 있던 것은 검찰총장으로서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압수수색 거부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할지는 여러모로 검토하겠지만, 민주당에서 협조해줄 것을 촉구 드리고 기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태그:#민주당, #검찰, #법사위, #김용, #이재명
댓글4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